의사 사위 요구에…'아파트 5억+현금 5억' 각서 써준 장인 [법알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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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한 사업가의 딸이 중매를 통해 의사를 만났고 혼담이 오가게 됐다.
예비 의사 사위는 장인에게 결혼 조건으로 10억 원을 요구했다.장인은 "당장은 사업이 어려우니 결혼하면 '아파트 5억 원, 현금 5억 원을 주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게 됐다.
2006년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됐고 아내 측은 예단비, 승용차 비용 등 2억 3천을 비롯해 신혼여행 1천만 원도 부담했다.
하지만 그 후 장인의 사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약속한 아파트와 돈을 지급하지 못할 상황이 됐다.부부는 사이가 좋지 않았고 별거 후 급기야 이혼소송을 하게 됐다.
그러자 사위는 장인에게 '각서 내용대로 지참금을 달라'는 약정금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에 따르면 당시 재판부는 사위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는 이미 혼인이 파탄된 후에도 지참금 소송을 내는 것은 사람으로서 예의를 지키지 않은 염치없는 일이라며, 인륜과 사회상규에 반한 권리남용으로 기각했다"면서 "참으로 법 논리적으로도 타당하고 사이다 같이 명쾌한 솔로몬의 판결이다"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의사 및 법조인 등 전문직과의 혼수 예단 갈등을 빚는 사례들을 흔히 볼 수 있다.지난 29일 네이트판에는 '의사 남편과 결혼, 예단 등 문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예비 신부라고 밝힌 작성자는 수년째 연애 중인 의사 남자친구와 결혼을 준비하며 예비 시어머니와 갈등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예비 시어머니는 아들이 결혼할 상대가 같은 전문직이거나 아니라면 열쇠 3개 정도는 해올 재력가여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는 것.
남자친구의 반발로 두 사람은 어렵사리 결혼 승낙을 받았지만 도가 넘는 예단을 요구하는 시어머니와의 갈등을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작성자는 남자친구에게 1억 원 상당의 외제차를 선물하고, 전세 2억 원 정도의 지방 아파트를 마련했다. 아울러 3000만 원 상당의 혼수를 준비했지만 시어머니가 탐탁지 않아 한다는 말에 일부 네티즌들은 "전문직 사위를 보려면 그 정도는 기본이다"라는 부류와 "결혼은 당사자들의 문제다"라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이인철 변호사는 전문직 종사자와 결혼을 준비하며 혼수, 예단 갈등을 겪는 상황에 대해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연애할 때는 잘 싸우지 않던 연인들이 결혼을 준비하면서 연애 시절보다 10배 넘게 다툼이 생기고 갈등이 생긴다고 한다"면서 "특히 결혼을 준비하면서 예물, 예단 등 혼수 갈등으로 받은 상처는 결혼 후까지도 이어져 파경에 이르는 경우도 있고 소송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경계했다.
그렇다면 단기간 혼인 기간 후 파혼하면 혼수, 예단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할까.
이 변호사는 "결혼 기간이 오래된 경우에는 부부의 기여도를 평가하여 현재 남은 재산에 대해서 기여도에 따라 분할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결혼 기간이 짧은 경우 재산 분할은 각자 해온 것을 각자 회수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집을 장만하고 아내가 혼수나 예단을 마련한 경우 파혼이나 이혼을 할 경우 집은 남편 소유가 되므로 남편은 손해 볼 일이 없지만 아내는 가전제품, 가구 등 혼수를 원상회복한다면 그 금액이 반의반 값도 안 되므로 큰 손해를 입게 된다. 그래서 구입 당시 금액상당을 재산 분할로 받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실무상 혼인 기간이 단기간이고 이혼할 때는 서로가 들인 비용을 각자 회수하게 된다"면서 "그런데 결혼식을 하고 일정 기간(약 1년 이상) 혼인 생활이 유지하였으면 결혼 비용이나 예단비를 돌려받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판결의 경향이다"라고 부연했다.
이어 "법원의 결정대로라면 아무리 배우자가 잘못해도 혼인기간이 일정기간 지속하면 결혼 비용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인데 혼인 기간이 단기간인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인정하면서도 혼인 기간이 지속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실무를 하다 보면 이런 상황이 아주 많이 발생하게 된다. 혼인 기간이 아주 단기간의 파경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의 경우에는 혼인 기간이 어느 정도 지속이 된 다음에 배우자의 잘못을 인지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배우자의 폭력성이나 각종 중독, 학력이나 경력을 기망한 것을 혼인 한참 후 발견해서 파경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손해배상을 인정하기 어렵다면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의사, 법조인 사위를 얻으려면 집, 병원이나 사무실, 자동차 등 최소한 열쇠 3개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면서 "의사, 법조인이 무슨 특권층도 아닌데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정말 구시대적 발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의사나 법조인을 둔 집안에서는 '그동안 우리 아들에게 들어간 돈과 정성이 얼마인데 며느리에게 당연히 집 정도는 받아야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아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의대, 법대 들어가서 열심히 노력해서 의사, 법조인이 된 것과 며느리로부터 본전을 생각해서 거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우려되는 것은 법조인이나 공무원의 경우다"라며 "이렇게 처가로부터 큰 도움을 받고 시작한 결혼생활에서 만약 금전적으로 큰 도움을 준 사람이 관련된 사건이라면 공무원이 과연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결혼은 서로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중요한 것인데 조건이나 신혼집, 혼수 ,예단 등이 중요시되고 그것 때문에 갈등이 생겨서 혼인이 파탄되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결혼 비용과 혼수비용을 많이 들이더라도 자식들이 행복한 결혼생활만 할 수 있다면 빚까지 내어서 결혼 비용을 마련하는 부모님 심정은 이해하지만 막상 그 큰 비용을 들여 결혼했는데 결혼생활은 불행하고 이혼할 경우 거액의 결혼 비용마저 반환받지 못한다면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는 일이겠나. 더는 거액의 결혼비용과 결혼의 대가로 거액을 요구하는 잘못된 관습 때문에 눈물 흘리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라고 했다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법알못]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피해를 당한 사연을 다양한 독자들과 나누는 코너입니다. 사건의 구체적 사실과 정황 등에 따라 법규정 해석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답변은 일반적인 경우에 대한 변호사 소견으로, 답변과 관련하여 답변 변호사나 사업자의 법률적 책임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갑질이나 각종 범죄 등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고발하고픈 사연이 있다면메일 보내주세요. 아울러 특정인에 대한 비난과 욕설 등의 댓글은 명예훼손, 모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예비 의사 사위는 장인에게 결혼 조건으로 10억 원을 요구했다.장인은 "당장은 사업이 어려우니 결혼하면 '아파트 5억 원, 현금 5억 원을 주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게 됐다.
2006년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됐고 아내 측은 예단비, 승용차 비용 등 2억 3천을 비롯해 신혼여행 1천만 원도 부담했다.
하지만 그 후 장인의 사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약속한 아파트와 돈을 지급하지 못할 상황이 됐다.부부는 사이가 좋지 않았고 별거 후 급기야 이혼소송을 하게 됐다.
그러자 사위는 장인에게 '각서 내용대로 지참금을 달라'는 약정금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에 따르면 당시 재판부는 사위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는 이미 혼인이 파탄된 후에도 지참금 소송을 내는 것은 사람으로서 예의를 지키지 않은 염치없는 일이라며, 인륜과 사회상규에 반한 권리남용으로 기각했다"면서 "참으로 법 논리적으로도 타당하고 사이다 같이 명쾌한 솔로몬의 판결이다"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의사 및 법조인 등 전문직과의 혼수 예단 갈등을 빚는 사례들을 흔히 볼 수 있다.지난 29일 네이트판에는 '의사 남편과 결혼, 예단 등 문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예비 신부라고 밝힌 작성자는 수년째 연애 중인 의사 남자친구와 결혼을 준비하며 예비 시어머니와 갈등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예비 시어머니는 아들이 결혼할 상대가 같은 전문직이거나 아니라면 열쇠 3개 정도는 해올 재력가여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는 것.
남자친구의 반발로 두 사람은 어렵사리 결혼 승낙을 받았지만 도가 넘는 예단을 요구하는 시어머니와의 갈등을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작성자는 남자친구에게 1억 원 상당의 외제차를 선물하고, 전세 2억 원 정도의 지방 아파트를 마련했다. 아울러 3000만 원 상당의 혼수를 준비했지만 시어머니가 탐탁지 않아 한다는 말에 일부 네티즌들은 "전문직 사위를 보려면 그 정도는 기본이다"라는 부류와 "결혼은 당사자들의 문제다"라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이인철 변호사는 전문직 종사자와 결혼을 준비하며 혼수, 예단 갈등을 겪는 상황에 대해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연애할 때는 잘 싸우지 않던 연인들이 결혼을 준비하면서 연애 시절보다 10배 넘게 다툼이 생기고 갈등이 생긴다고 한다"면서 "특히 결혼을 준비하면서 예물, 예단 등 혼수 갈등으로 받은 상처는 결혼 후까지도 이어져 파경에 이르는 경우도 있고 소송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경계했다.
그렇다면 단기간 혼인 기간 후 파혼하면 혼수, 예단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할까.
이 변호사는 "결혼 기간이 오래된 경우에는 부부의 기여도를 평가하여 현재 남은 재산에 대해서 기여도에 따라 분할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결혼 기간이 짧은 경우 재산 분할은 각자 해온 것을 각자 회수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집을 장만하고 아내가 혼수나 예단을 마련한 경우 파혼이나 이혼을 할 경우 집은 남편 소유가 되므로 남편은 손해 볼 일이 없지만 아내는 가전제품, 가구 등 혼수를 원상회복한다면 그 금액이 반의반 값도 안 되므로 큰 손해를 입게 된다. 그래서 구입 당시 금액상당을 재산 분할로 받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실무상 혼인 기간이 단기간이고 이혼할 때는 서로가 들인 비용을 각자 회수하게 된다"면서 "그런데 결혼식을 하고 일정 기간(약 1년 이상) 혼인 생활이 유지하였으면 결혼 비용이나 예단비를 돌려받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판결의 경향이다"라고 부연했다.
이어 "법원의 결정대로라면 아무리 배우자가 잘못해도 혼인기간이 일정기간 지속하면 결혼 비용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인데 혼인 기간이 단기간인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인정하면서도 혼인 기간이 지속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실무를 하다 보면 이런 상황이 아주 많이 발생하게 된다. 혼인 기간이 아주 단기간의 파경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의 경우에는 혼인 기간이 어느 정도 지속이 된 다음에 배우자의 잘못을 인지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배우자의 폭력성이나 각종 중독, 학력이나 경력을 기망한 것을 혼인 한참 후 발견해서 파경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손해배상을 인정하기 어렵다면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의사, 법조인 사위를 얻으려면 집, 병원이나 사무실, 자동차 등 최소한 열쇠 3개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면서 "의사, 법조인이 무슨 특권층도 아닌데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정말 구시대적 발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의사나 법조인을 둔 집안에서는 '그동안 우리 아들에게 들어간 돈과 정성이 얼마인데 며느리에게 당연히 집 정도는 받아야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아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의대, 법대 들어가서 열심히 노력해서 의사, 법조인이 된 것과 며느리로부터 본전을 생각해서 거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우려되는 것은 법조인이나 공무원의 경우다"라며 "이렇게 처가로부터 큰 도움을 받고 시작한 결혼생활에서 만약 금전적으로 큰 도움을 준 사람이 관련된 사건이라면 공무원이 과연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결혼은 서로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중요한 것인데 조건이나 신혼집, 혼수 ,예단 등이 중요시되고 그것 때문에 갈등이 생겨서 혼인이 파탄되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결혼 비용과 혼수비용을 많이 들이더라도 자식들이 행복한 결혼생활만 할 수 있다면 빚까지 내어서 결혼 비용을 마련하는 부모님 심정은 이해하지만 막상 그 큰 비용을 들여 결혼했는데 결혼생활은 불행하고 이혼할 경우 거액의 결혼 비용마저 반환받지 못한다면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는 일이겠나. 더는 거액의 결혼비용과 결혼의 대가로 거액을 요구하는 잘못된 관습 때문에 눈물 흘리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라고 했다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법알못]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피해를 당한 사연을 다양한 독자들과 나누는 코너입니다. 사건의 구체적 사실과 정황 등에 따라 법규정 해석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답변은 일반적인 경우에 대한 변호사 소견으로, 답변과 관련하여 답변 변호사나 사업자의 법률적 책임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갑질이나 각종 범죄 등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고발하고픈 사연이 있다면메일 보내주세요. 아울러 특정인에 대한 비난과 욕설 등의 댓글은 명예훼손, 모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