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만나진 못하지만….' 비대면으로 온기 나누는 학생들

위안부 피해 할머니 돕기 모금·요양원 어르신에 직접 짠 목도리 선물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나눔의 정을 잊지 않고 비대면 봉사와 기부로 온기를 전하는 학생들의 손길이 이어져 주변을 훈훈하게 했다. 31일 경기 화성시 하길중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 학생자치회는 2019년부터 3년째 교내 모금 활동으로 모은 수익금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작년부턴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복지 지원 및 문화·학술·연구 사업을 추진하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기부금을 보냈다.
기부금은 학생들이 직접 디자인해 만든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배지'를 점심시간 때마다 판매해 마련했다. 올해는 50개가량을 팔았다.

또 선배들의 교복을 판매하는 '교복 은행'으로 모은 돈까지 합해 총 87만원을 모았다.

어른들이 보기에 큰돈이 아닐 수도 있지만, 고입 준비로 한창 바쁜 시기에 학생들이 틈틈이 시간을 내 소중하게 모은 돈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김민준(16) 학생자치회장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돕는다는 취지에 학생들이 많이 공감해주며 기꺼이 배지를 구매했다"며 "친구나 가족에게 준다며 두세 개씩 사는 친구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 탓에 봉사나 나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김 학생자치회장은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우리 학생들이 직접 모금액을 가서 전달하고 기념사진도 찍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1학년 때만 해도 농촌으로 봉사활동 가기도 하며 현장에서 남을 돕는 일을 많이 했고, 봉사의 의미와 보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는데 지금 제 후배들은 그런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수원북중학교 학생 봉사단인 '수원통통봉사단'은 크리스마스이브였던 이달 24일 한 달간 정성껏 짠 목도리 50개를 장안구에 있는 감천장요양원에 전달했다.

수원통통봉사단 학생들은 2017년부터 요양원에 방문해 어르신들에게 손 마사지를 해드리거나 손톱에 매니큐어를 발라 드리며 말동무가 돼줬었다.

어르신들의 소근육 발달을 위해 그림 그리기와 전시회를 개최하며 활발한 봉사를 해왔는데,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작년엔 아무런 활동을 할 수 없었다.

수원북중 김현수 학교사회복지사는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이 외부와 차단된 생활을 하며 아이들을 많이 그리워하실 것 같았다"며 "'어르신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마음과 온기를 전해드리기 위해 학생들과 목도리를 직접 짜서 드리는 비대면 봉사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서툰 솜씨에도 불구하고 틈날 때마다 털실을 손에서 떼지 않고 한 사람당 서너 개의 목도리를 만들어냈다.

수원북중 2학년 유하연 양은 "어르신들에게 목도리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추운 겨울 우리가 만든 목도리를 쓰고 다니실 거라는 생각에 더욱 정성 들여 만들었다"고 했다.

수원 칠보초 학생들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을 장애 학생들을 위해 손바닥만 한 애착 인형을 만들어 전달해줬다.

백지영 수원교육지원청 학교사회복지 디렉터는 "코로나로 중단된 대면 봉사를 대신할 다양한 방법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고민하고 발굴해냈다. 코로나도 아이들의 나눔 정신을 막을 수 없었다"며 "방역 강화로 관계가 단절된 상황 속에서 학생들의 온정을 느낀 많은 분이 행복해했고, 그 모습에 아이들도 '하길 잘했다'며 뿌듯해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