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극장가 암흑기…대작 영화, 2022년 대박칠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 극장가 영업시간 제한에 '곤혹'
1월 3일부터 영업제한 완화…오후 9시까지 입장 가능
지난해 개봉 미뤘던 한국 영화들 '눈치싸움'
사진=연합뉴스
팬데믹 시대 2년. 지난해 극장가는 더욱 싸늘했다. 실제로 2021년 극장 매출은 2020년 대비 75% 하락했으며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은 30%에도 못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는 오후 10시 영업시간 제한으로 퇴근 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보는 것도 힘들었다. 7시가 마지막 회차였기 때문이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과 한국상영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이사회, 부산국제영화제 등 29개 영화 관련 단체는 "극장의 10시 영업시간 제한으로 국민들은 보편적인 문화생활마저 제한받고 있다"며 "영업시간 제한으로 마지막 회차는 오후 7시 전에 시작해야 하고, 퇴근 후 한 편의 영화를 볼 행복도 가로막고 있다"며 오후 10시 영업제한 조치 철회를 주장해왔다. 영화계의 간곡한 외침이 닿은 걸까. 영화계의 요구 사항 일부가 관철돼 극장 오후 10시 영업제한 조치가 새해인 2022년 1월 3일부터 풀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지난해 12월 31일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2주 더 연장하다고 발표하면서 영화관과 공연장에 대한 오후 10시 영업 제한 기준을 없애기로 했다. 오는 3일부터는 영화나 공연 시작 시간을 기준으로 '오후 9시까지 입장' 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하지만 영화나 공연이 종료되는 시간이 밤 12시를 넘겨서는 안 된다. 이는 2∼3시간의 영화 상영시간이나 공연 시간 때문에 현행 오후 10시 영업 제한을 유지했을 때 운영상 차질이 큰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중대본은 설명했다. 영화업계는 "지난 2년 간 극장의 띄어 앉기 강화, 영업시간 제한 등 방역 조치로 인해 극장은 물론 영화 관련 기업들, 극장 내 소상공인들의 고통은 이미 한계점을 넘어섰다"며 "수천억 원 이상의 누적 적자가 쌓이며 관련 종사자들은 줄줄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며 영화 업계의 몰락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 시국에 극장 영업시간 제한으로 개봉한 한국영화들은 엄청난 손해를 봤고, 개봉하더라도 손해가 뻔해 개봉을 포기하는 일도 있다. 개봉이 막히면서 제작과 투자도 막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극장은 그 어느 다중이용시설보다 안전하다"며 "입장 시 발열 체크는 기본이고,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PCR 검사 결과 음성 확인이 된 고객들만 입장하는 등 전 상영관을 방역 패스관으로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마스크 착용, 음식물 섭취 금지, 대화 금지, 한 방향 바라보기를 한다"고 설명했다.한 극장 관계자는 "평일 퇴근 후 영화를 볼 수 있어 다행"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고강도 조치가 끝난 후엔 영업시간 제한이 완전히 없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 "한국 영화는 관객이 있기에 존재"…임인년 새해 韓영화 라인업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도 극장을 찾아주신 관객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기억나는 이름은 바로 361만 관객입니다." 지난해 개봉돼 인기를 끈 영화 '모가디슈'의 제작사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는 제42회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영화는 한국 관객이 있기에 존재한다"며 "항상 깨어있도록 하고 열심히 만들겠다"고 했다. 류승완 감독은 "세상에 혼자 할 수 있는 일, 없는 일이 있는데 영화를 만드는 건 후자"라며 "어둠 속에서 고생하는 영화인들 조금만 더 버티자. 버티면 좋은 날 온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2022년의 해는 떠올랐다. 지난해 개봉을 목표로 했던 영화들이 올해 몰리면서 관객들의 이목을 끄는 작품들이 개봉 눈치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먼저 '경관의 피'가 새해 첫 영화로 관객 맞이를 준비 중이다. 이규만 감독의 영화 '경관의 피'는 위법 수사도 개의치 않는 광수대 에이스 강윤(조진웅)과 그를 감시하게 된 언더커버 신입 경찰 민재(최우식)의 위험한 추적을 그린 영화다. 일본 소설 '경관의 피'(사사키 조)를 영화화했고, 영화 '아이들…'의 이규만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조진웅, 최우식, 박희순, 권율, 박명훈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잘 빠진 범죄수사극을 만들어 냈다.

박소담 주연의 '특송'(박대민 감독)은 오는 12일 개봉된다. '특송'은 성공률 100%의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가 예기치 못한 배송사고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추격전을 그린 범죄 오락 액션 영화다. 극 중 박소담은 거침없이 도심을 내달리는 질주 본능은 물론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선보이며 지금까지 와는 180도 다른 걸크러쉬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설경구, 이선균 주연의 '킹메이커'(변성현 감독)도 1월 설 연휴 경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강화된 방역지침 때문에 부득이하게 개봉일을 변경한 것이다. '킹메이커'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드라마를 그린 영화다. 설경구, 이선균, 김성오, 전배수, 서은수 등이 출연하며 제70회 칸 국제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의 차기작이다.

쇼박스는 한재림 감독의 신작 '비상선언'을 개봉을 미뤘다. 당초 1월 개봉을 준비 중이었으나 개봉일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송강호, 이병헌, 임시완, 전도연, 김남길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이 영화는 제 74회 칸 영화제 공식 섹션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사상 초유의 재난상황에 직면해 무조건적인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리얼리티 항공재난 영화로 '더 킹', '관상' 등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작품이다.

이외에도 쇼박스에선 최민식 주연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박동훈 감독), 라미란 주연의 '시민덕희'(박영주 감독), 마동석·정경호가 출연하는 '압구정 리포트'(임진순 감독), 박신양의 7년 만의 스크린 컴백작 '사흘'(현문섭 감독)이 준비 중이다.

CJ엔터테인먼트에선 현빈·유해진·임윤아의 '공조2:인터내셔날'(이석훈 감독), 설경구·도경수·김희애 출연의 김용화 감독의 신작 '더 문', 송강호·강동원·배두나·아이유가 출연한 '브로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류준열·김우빈·김태리·소지섭 등이 출연하는 '외계+인'(최동훈 감독)가 라인업에 올라있다.

NEW는 '특송'에 이어 박훈정 감독의 '마녀2', 김다미·전소니 주연의 '소울메이트'(민용근 감독),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김혜수·염정아·조인성 등이 출연하는 '밀수' 등 굵직한 작품들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먼저 강하늘·한효주·이광수·권상우가 출연한 '해적:도깨비 깃발'(김정훈 감독), 하정우·배성우·임시완이 호흡을 맞춘 '보스턴 1947'(강제규 감독), 변요한·안성기·손현주 주연의 '한산:용의 출현'(김한민 감독) 등이 기대작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