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에도 힘 못쓰는 금값

금리인상 예고에 작년 4% 하락
'디지털 금' 암호화폐 열풍도 영향
사진은 기사와 무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새해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값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국제 금 선물은 연초보다 4.3% 하락한 트로이온스(약 31.1g)당 1814.1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2015년(-10.5%) 후 가장 큰 하락률이다. WSJ는 “대표적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단인 금이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고 평가했다.
금값이 떨어진 것은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앞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높이고 기준금리 인상도 예고했다.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 2년물 국채 수익률은 코로나19 초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에 금보다는 채권처럼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로 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값 하락은 금 채굴 관련 기업의 주가에도 압력을 가하고 있다. 글로벌 금광기업으로 구성된 뉴욕증권거래소 아르카금광기업지수를 추종하는 반에크벡터스 골드마이너스 상장지수펀드(ETF)는 2021년 17%가량 급락했다. 캐나다 금광업체 배릭골드 주가는 23%가량 빠졌다. 같은 기간 S&P500지수가 약 29%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일부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열풍이 금값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금 대신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크리스 베치오 데일리FX 수석전략가는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금의 비중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빈자리를 암호화폐로 대체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WSJ는 “비트코인은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기간에 어떻게 작용할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 자산운용사 윌셔피닉스의 웨이드 군터 파트너는 2022년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1700~1775달러 선에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금리가 오르면 달러화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며 “달러화 강세,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금 수익률은 다소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