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편지로 '친구' 투투 대주교 장례식 조문

장례식서 낭독…달라이 라마 남아공주재 대표 "팬데믹, 고령으로 참배 못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1일(현지시간) 오랜 친구이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양심'으로 불리는 고(故)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의 장례식에 직접 서명한 편지를 보내 조문했다. 달라이 라마의 남아공 주재 대표인 응고둡 도르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행되는 장례식 직전에 연합뉴스에 편지를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달라이 라마 성하의 서한을 장례 주관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편지는 장례식을 집전하는 타보 막고바 현 대주교가 직접 낭독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87세인 달라이 라마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따른 여행 규제와 건강을 고려해 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달라이 라마는 조문 서한에서 "나는 여러분의 사랑하는 아버지이자 나의 존경하는 영적 형님이고 좋은 친구의 타계를 알게 돼 슬프다"면서 "나의 진정한 조의를 받아달라. 나는 그를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이 알듯이 수년 동안 여러분의 아버지와 나는 지속적인 우정을 나누었다"면서 "나는 우리가 함께 시간을 보낸 많은 경우를 기억한다"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는 특히 투투 대주교가 2015년 당시 한 주간 달라이 라마가 머무는 인도 북부 다람살라를 방문했을 때 세계의 평화와 기쁨을 어떻게 증진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는 점을 상기했다. 두 사람은 2015년 대담 후 '조이(JOY) 기쁨의 발견'이라는 책을 함께 펴냈다.
편지는 "우리 사이에 나누었던 우정과 영적 유대는 우리가 가슴 깊이 새긴 어떤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투투 대주교에 대해 달라이 라마는 더 큰 공동선을 위해 자신의 형제자매를 섬기는 데 전적으로 헌신된 인물이었다고 기렸다. 편지는 "그는 진정한 박애가이자 헌신적 인권 옹호가였다"면서 "그의 진실과화해위원회(TRC) 작업은 전 세계 다른 이들에게 영감이었다"고 말했다.

1996∼1998년 투투 대주교가 이끈 TRC는 백인 소수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가해자들이 인권 유린을 자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창구 역할을 시도했다.

달라이 라마는 이어 "그의 선종으로 우리는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삶을 산 위대한 사람을 잃었다"면서 "그는 다른 사람들 특히 가장 불우한 이들에 대한 섬김에 헌신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나는 우리가 그에게 최선의 조의를 표하고 그의 영혼을 살아있게 만드는 방법은 그가 한 대로 행하고 계속해서 우리도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도르지 대표는 달라이 라마와 투투 대주교의 우정이 20년 이상 된 것이라면서 노벨평화상 수상자 모임을 계기로 만나 서로 독특한 우정이 싹텄다고 설명했다.

투투 대주교는 아파르트헤이트 투쟁에 대한 공로로 1984년에, 달라이 라마는 다람살라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우고 비폭력 독립운동을 벌인 결과 1989년 노벨평화상을 각각 수상했다.

도르지 대표는 "2002년과 2015년 다람살라를 투투 대주교가 방문했을 당시 직접 그를 수행했다"면서 "달라이 라마 성하와 투투 대주교 두 사람 간에는 웃음이 넘쳤다"고 회고했다.

달라이 라마는 투투 대주교의 팔순 생일을 기념해 2011년 남아공을 직접 방문하려고 했으나 당시 중국의 외교적 압력과 남아공 정부의 '기술적' 비자 지연 문제 등으로 올 수 없었다.

투투 대주교는 나중에 이 문제와 관련, 제이콥 주마 당시 대통령의 남아공 정부가 중국에 아첨했다면서 강력히 비판하기도 했다. 달라이 라마는 지난 12월 26일 선종한 투투 대주교의 이날 장례식도 코로나19 팬데믹이 길을 막아 조문 편지로나마 돈독한 우정과 애도를 심심하게 표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