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兆개 미생물'이 인류 구한다…美, 10년전부터 '제2 반도체' 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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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퓨처테크 현장을 가다
(3)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소' 일리노이대 아이바이오팹
바이오파운드리 아낌없이 투자
100억짜리 AI '관절로봇' 투입
방대한 유전자정보 척척 분석
바이든 "핵심산업으로 키울 것"
![미국 일리노이대 합성생물학연구실 아이바이오팹에서 로봇이 연구원을 대신해 유전자 샘플을 옮기고 있다.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R&D)에도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속속 접목되는 추세다. 일리노이대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201/AA.28478663.1.jpg)
![서상우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https://img.hankyung.com/photo/202201/AA.28478772.1.jpg)
5m 길이의 트랙을 타고 각종 장비를 오가며 유전자 증폭·분석·개량에 필요한 테이터를 수집한다. 서상우 서울대 교수는 “실험 장비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인공지능(AI)이 머신러닝(기계학습)으로 분석하는 바이오 연구개발(R&D)의 기초 인프라”라며 “모더나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발 빠르게 개발하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한 게 바이오파운드리”라고 말했다. 미국은 10여 년 전부터 국가 차원에서 바이오파운드리를 도입했지만, 한국은 지난해 9월에야 도입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시작했다.
110조원 시장으로 커지는 ‘미생물 신약’
![](https://img.hankyung.com/photo/202201/AA.28480090.1.jpg)
바이오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반도체, 2차전지(배터리)와 함께 공급망을 글로벌에서 블록(역내)으로 재편하겠다고 공언한 대표 산업이다. 신약 물질을 개발하는 설계(바이오팹)부터 균주를 배양해 대량으로 생산하는 제조 시설(바이오팹리스)을 모두 석권하겠다는 의지다.‘바이오이코노미’를 만들기 위해 미 에너지부는 2016년 에자일바이오파운드리라는 컨소시엄을 설립했다. 6개 국립연구소와 버클리랩 등 대학 및 민간기업이 연합해 바이오 기반의 신물질을 개발 중이다. 민·관·학 컨소시엄의 목표는 바이오파운드리를 기반으로 개발부터 생산까지 바이오산업의 주기를 기존 10년 이상에서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다. 미국은 이를 통해 신개념 연료 및 물질 개발로 이어져 탈(脫)탄소 시대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동일한 기술이 마이크로바이옴 등 새로운 바이오 R&D에 활용될 수 있다.
미국은 민·관·학 연합체로 ‘속도전’
서 교수는 “치료 효능 측면에서도 미국 방식이 훨씬 우세하다”며 “국내 방식은 안전성 면에선 강점이 될 수 있으나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 같은 과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서 교수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분야를 미국이 주도하고 있지만 기술 수준만 놓고 보면 한국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며 “인프라 투자와 규제 환경만 뒷받침되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 인체에 사는 미생물과 유전자 정보를 뜻한다. 몸무게 70㎏ 성인을 기준으로 약 38조 개의 마이크로바이옴이 체내에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