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진짜 자립"…'열여덟 어른'이었던 청년 박강빈씨의 소망

자립준비청년 50여명 인터뷰한 '백우리' SNS 연재
"2017년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시설에서 나왔으니 올해로 보호종료 6년 차를 맞이하네요. 이제는 자립준비청년이 아니라 진짜 자립한 청년이 되고 싶어요.

"
3일 임인년 새해를 맞아 서울 종로구 아름다운재단에서 만난 박강빈(24)씨는 "그동안 다른 자립준비청년들을 돕느라 정작 제 자립 준비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는데 이젠 정말 홀로서기를 해야 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1998년생으로 시설을 나와 자립한 지 6년차가 되는 그에게 2022년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보육원과 같은 아동양육시설·위탁가정·공동생활가정(그룹홈) 등에서 생활하다 보호기간이 끝나 퇴소한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은 이후 5년까지만 정부와 유관 단체로부터 사후 관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6년 차부터는 정부와 기업 등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만큼, 올해부터는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세상에 나서야만 하는 셈이다.

시설을 나온 뒤 그의 5년은 치열했다. 고교 졸업과 동시에 취직해 3년간 회사에 다녔고, 회사를 그만둔 뒤 대학에 붙어 올해 3학년에 진학한다.

작년 10월에는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으려 다시 직장을 구했다.

제 몸 건사하기에도 벅찬 나날이었지만, 다른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활동에도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퇴소 후 생활을 막막해하는 동생들을 위해 지역을 가리지 않고 강연을 가 본인이 겪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나눴고, 멘토링과 자조 모임을 통해 정보 공유에도 힘썼다고 한다.
박씨는 지난해 아름다운재단의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통해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각기 다른 자립준비청년 50여 명을 인터뷰하고, 그들이 홀로서기 과정에 겪은 어려움과 소소한 일상을 담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00일간 연재했다.

각기 다른 청년들의 사연을 마치 가상의 인물 '백우리'가 겪은 일상처럼 SNS 계정에 올리는 방식으로 보호시설 퇴소 후 당면하는 현실을 자연스럽게 전했다.

백우리는 '우리들의 100가지 이야기'라는 뜻이다.

백우리 계정에 글과 함께 올라오는 그림도 박씨의 솜씨다.

박씨는 "진로·주거·금전문제 등 주제부터 시작해 소소한 일상생활을 물어보는 방식으로 생생한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 방안'에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현실적인 보완 지점도 짚었다.

이 방안에는 보호기간을 만 18세에서 본인 의사에 따라 만 24세까지 연장하고, 보호가 끝난 뒤 월 30만원 주던 자립수당을 5년까지 지급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박씨는 "정부가 내놓은 방안대로만 된다면 앞으로 퇴소하는 친구들은 저보다 훨씬 나은 환경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원책이 많아도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은 만큼 관계 부처와 당사자가 서로 쌍방향 소통할 수 있는 공식 창구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