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필마' 감행이냐 '개썰매' 환승이냐…尹, 새판짜기 기로에

김종인과 함께 가냐 따로 가냐…金과 관계 재설정 관건
이틀째 칩거, 쇄신안 숙의 중…주변선 이준석·김종인 비토론, 결단 주목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4일 선대위 개편을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윤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자택에 머무르며 핵심 참모들과 선대위 쇄신안을 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전체가 그의 입만 바라보는 상황이다.

윤 후보 앞에 놓인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윤 후보 '패싱'을 버젓이 노출하는가 하면 '후보가 선대위에서 해주는 대로 연기만 잘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언급, '상왕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윤 후보 본인이 그와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정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보인다.

먼저 김 위원장이 던진 '초슬림' 선대위를 수용하는 것이다.

그의 경륜과 실력을 존중해 다소 '굴욕적'이더라도 대의를 위해 힘을 빌리기로 결단하는 방향이다.김 위원장은 전날 의총에서 윤 후보의 비서실장 역할을 자처한 데 이어 TV조선 인터뷰에서 "총괄본부를 만들어서 모든 사안을 직접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는 '총괄본부 일원화 체제로 가나'라는 질문에 "아마 그렇게 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윤 후보가 이런 안을 받아들일 경우 김 위원장 '원톱' 체제가 한층 공고해지고, 메시지와 일정도 그의 주도 아래 밀도 있게 관리될 것으로 보인다.이준석 대표가 지난달 30일 라디오에서 "매머드는 틀렸고, 개 썰매를 끌고 와야 한다"고 비유한, 새로운 형태의 선대위라 할 수 있다.

다른 선택지는 윤 후보가 '단기필마'를 전격 선언하는 것이다.

당 중심으로 선대위를 구성해 향후 지방선거와 총선에도 대비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폐기하고, 일단 눈앞의 대선 승리를 위해 후보 중심의 조직을 새로 꾸리는 방안이다.

김 위원장 대신 윤 후보가 직접 주도권을 쥐고 앞서 사의를 표명한 기존 선대위 지도부 일부를 재신임하는 방식으로 재건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는 김 위원장이 '울산 회동' 직후 선대위에 합류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별다른 능력 발휘를 못 한 것 아니냐는 현실인식에 따른 학습 효과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전날 지지율 하락을 자신이 아닌 윤 후보 탓으로 돌리고 리더십에 손상을 입히는 언행을 서슴지 않은 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반영한 안이기도 하다.
윤 후보가 현재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연기' 발언에 격앙된 일부 측근은 "윤 후보가 허허벌판에 외롭게 혼자 서야 한다"며 단기필마론을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석 대표와의 관계 설정은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윤 후보 본인은 이 대표를 품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없지 않지만, 친윤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에 대한 비토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

일단 이 대표가 요구하는 권성동 사무총장 경질에는 선을 긋는 기류다.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가 헌신적으로 선거를 도울 것이라는 믿음이 서지 않는다"며 "선대위 밖에 놔두고 당 대표 역할만 하도록 하는 게 상책 아닐까"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