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선대위 개편 빨리 결정해야"…윤석열은 이틀째 침묵

폭풍전야 국민의힘

金 밀어붙이기에 尹 장고
측근들은 "金의 쿠데타" 격앙
尹, 선대위서 '金 배제'도 검토

친윤계 중진, 이준석 사퇴 압박

< 이목집중 >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4일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서울 여의도 당사를 나서고 있다. 김범준 기자

국민의힘이 선거대책위원회 전면 쇄신과 원내 지도부 총사퇴라는 강수를 내놨지만 당내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당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간에 선대위 개편안을 두고 긴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오늘 내일 중(4, 5일) 선대위 개편안을 결정해야 한다”며 윤 후보의 결단을 촉구했지만 윤 후보는 4일에도 당사에 출근하지 않고 별도 메시지도 내지 않은 채 장고를 거듭했다. 이준석 당 대표의 거취 논란까지 겹치면서 윤 후보의 리더십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尹, 선대위 전면 쇄신 딜레마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서초동 자택에 머무르면서 핵심 참모들과 선대위 쇄신안을 놓고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에 이어 일정을 전면 취소한 채 두문불출한 상황에서 당 전체가 윤 후보의 입만 바라보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가 김 위원장이 발표한 쇄신안을 받기도, 받지 않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심이 깊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윤 후보와 상의 없이 선대위 지도부 전면 사퇴라는 ‘극약 처방’을 내놨다. 사실상 ‘후보 패싱’이 일어난 것이다. 이에 윤 후보 측은 김 위원장발 고강도 쇄신에 난색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김 위원장이 전날 의원총회에서 “윤 후보가 연기만 잘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도 윤 후보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남 국민의힘 선대위 상임특보는 김 위원장의 선대위 쇄신안에 대해 “(쿠데타가) 맞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당내에선 새로운 선대위에서 이 대표가 홍보·미디어본부 외에 조직과 직능을 맡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윤 후보는 선대위에서 김 위원장을 아예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 측근들이 김 위원장을 대체할 수 있는 총괄선대위원장 후보들과 접촉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미 중도층과 20·30세대가 떠나간 마당에 김 위원장이 제시한 쇄신안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팽팽하다. 이에따라 김 위원장의 쇄신안을 받아들이되, 이 대표의 역할을 축소하는 절충안이 대안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후보는 이르면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선대위 혁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金, “결단 빨리 내려야”

김 위원장은 서울 광화문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내일 중 윤 후보가 선대위 개편에 대해 다 결정할 것”이라며 “후보가 어떤 결심을 하느냐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선대위 개편의 마지노선을 언제쯤으로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빠를수록 좋다”고 답했다. 윤 후보와 선대위 구상을 논의했는지에 대해서도 “어제 이미 다해서 더 할 게 없다”고 했다. 전날 발표한 선대위 지도부 총사퇴와 ‘총괄상황본부’ 중심의 재편안이 유지돼야 한다는 의미다. 일각에서 ‘윤 후보가 선대위에서 김종인 위원장을 배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데 대해선 “나하고 관계가 없다”며 “그런 질문은 안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총괄상황본부를 통해 윤 후보 관리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를 총괄하겠다며 비서실장 역할을 자청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진정한 의미의 ‘원톱’ 선대위를 구축 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당에선 “이준석 물러나라” 부글부글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거취를 두고도 혼란을 거듭했다. 친윤(친윤석열) 세력들은 앞다퉈 이 대표의 사퇴를 주장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도 최근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이 대표 책임론을 언급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김경진 국민의힘 선대위 상임공보특보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10명 중 7~8명은 이 대표가 백의종군해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했다. 김민전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은 “성 상납 의혹을 받는 대표가 선거 기간 동안 당을 책임진다는 것은 국민의 지탄을 받기 쉽다”며 이 대표 퇴진을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이 대표가 과거 벤처기업 대표로부터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담당 부서를 배당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등 11명은 이날 의원총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가 취소했다. 표면적인 소집 사유는 ‘당 쇄신 방안 논의 및 대선 승리 전략 모색’이지만 이 대표의 책임을 묻는 자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당내 중진 의원과 재선 의원들도 모임을 갖고 이 대표 거취에 대한 논의 했다. 중진회의에선 고성이 터져나왔다. 5선 정진석 의원은 회의 직후 “이 대표의 최근 궤적은 상식적이지 못하다는 데 중진들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권성동 의원도 “당대표의 발언은 당의 분란을 조장하고 해당 행위를 한 것”이라며 “중진들이 이 대표와 만나 그 부분을 짚어야 한다”고 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