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에 올봄 다시 대규모 유행예상…대응체계 정비해야"

전문가들 "확진자 2만∼3만명 가정하에 조기 검사·진료 방안 준비"
"동네병원도 코로나19 진료…먹는치료제 처방 우선순위도 정해야"
정부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응해 방역체계 개편을 논의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오는 3∼4월 또다시 대규모 유행이 예상된다면서 검사 접근성을 높이고 위중증 환자 병상을 확충하는 등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아울러 전문가들은 이달 중순 도입되는 코로나19 경구용(먹는) 치료제가 실제 현장에서 원활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처방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송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미크론 대유행에 대비해 방역체계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전문가들과 방역당국의 의견이 일치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오미크론 확산과 방역체계 개편에 대해 "우리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정도의 유행이 예상된다"며 "확진자가 2만∼3만명 이상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대응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그는 "경구용 치료제나 추가접종 효과가 나올 경우 위중증 환자 증가세를 어느 정도 억누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유행 규모가 수배, 10배 이상이 되면 중환자도 몇 배 정도는 증가한다.

병상을 유연하게 더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오미크론 확산 속도를 보면 델타 변이 대응과 같은 방식으로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며 "이에 현 검사체계에 변화를 주고 경증 환자가 늘어날 경우를 대비해 의원급 의료기관도 진료에 참여하는 방안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규모가 지금과 다른 수준으로 커질 경우에 대비해 검사와 치료를 최대한 조기에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검토 중인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 참여'가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환자도 독감(인플루엔자) 환자처럼 동네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는 식이다.일각에선 동네병원에서 환자를 볼 때 시간을 지정해 확진자와 일반 환자의 동선을 분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코로나19 검사는 보건소나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치료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이원화돼 이뤄지고 있다.

정 교수는 이 방안에 대해 "3∼4월이 되면 정말 큰 규모 유행이 예상된다.

이때부터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경증, 무증상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진다면 전체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태호 부산대 의대 교수(전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 역시 "이제는 (의료체계도) 일상회복을 해야한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이 제일 많고, 가장 접근성이 높은데 코로나19 진료에 역할을 안 한다면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검사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오미크론 변이의 경우 치명성은 떨어지지만 전파가 급속하게 이뤄지니, 검사량과 검사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검사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항원검사'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항원검사로 30분내 확진자를 우선 선별한 뒤 PCR(유전자증폭) 검사로 재확인하는 방식이다.

정 교수는 항원검사에 대해서는 "평가가 있어야 한다"면서도 "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올 경우 다시 PCR로 검사한다는 쪽으로 접근을 한다면 활용 가치를 찾을 수는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항원검사는 빠른 검사가 가능한 대신 PCR 검사에 비해 민감도가 낮다.

특히 스스로 검체를 채취해야 하는 신속진단키트를 쓸 경우 '가짜 양성'이나 '가짜 음성'이 나올 가능성도 상당하다.

정 교수는 자가진단에 대해서는 "아직 근거나 활용방법에 대한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진자 규모가 급증하면 출산, 혈액투석, 응급수술 등이 필요한 환자 수도 증가한다면서 이에 대한 대책도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 교수는 "이번 대유행에서의 경험이 있다"며 "특수 상황에 대한 체계를 지금 준비해 두지 않으면 3∼4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교수도 "지정 의료기관을 더 늘려야 할 것"이라며 "오미크론의 위중증률-치명률이 델타 변이에 비해 낮다고는 하지만 기저질환자는 안 좋아질 수 있으니, 특수상황을 더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달 중순 화이자(社)의 코로나19 먹는치료제 '팍스로비드'가 도입돼 이달 말께 사용되면서 코로나19 중환자 수를 줄이고 의료체계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당국은 의약품 유통전문회사와 유통계약을 완료했고 물량 공급과 조정을 위해 재고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먹는치료제 도입에 앞서, 한정된 물량으로 누구에게 우선 투약할지 기준을 꼼꼼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누구에게 쓸지, 투약기준, 사용기준, 배송 등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치료제가 무제한으로 공급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고령층, 기저질환자 중심으로 우선 공급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겠다"고 의견을 냈다.

당국은 1∼2월 먹는치료제 초도물량에 대해서는 현재 제약사와 최종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 상반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될 당시 물량이 충분치 않자 접종 우선순위를 나눠 순차적으로 접종을 진행했는데, 치료제 처방도 도입 초기에는 이런 방식으로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코로나19 감염 취약시설인 요양병원·요양시설 등에서 가장 먼저 이뤄졌고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원 종사자·1차 대응요원 등이 우선순위로 꼽혔다.

일반인 중에서는 작년 상반기 75세 이상이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받았고 이후 65∼74세, 60∼64세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아울러 재택치료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 교수는 "재택치료 관리 인력과 체계를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에서 팀을 운영해 재택치료를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당국은 오미크론 확진자의 경우 현재는 지방자치단체별로 병상을 지정해 의료기관, 생활치료센터 등에서 격리·치료하고 있으나 앞으로 확진자가 급증할 경우 재택치료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대한의사협회가 지난달 29일 개최한 좌담회에서는 재택치료 코로나19 환자의 야간진료와 응급시 병상배정 등과 관련해 유기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