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나의 곁으로 다가온 기후변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y0890@naver.com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연초 한창 추운 겨울이지만 언제부터인가 따뜻한 새해라는 표현도 어색하지 않다. 몇 년 전 독일 출장 중 있었던 일이다. 주말이 끼여 우연히 근처 와이너리에 들를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와인에 처음 입문하게 됐다. 와인을 처음 접하면 달달한 것을 좋아하게 되는데, 그때 맛본 독일의 아이스·스파클링 와인은 참 일품이었다.

겨울이 돼 포도가 얼어 있는 상태에서 수확하면 단맛이 농축되나 수확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값이 올라간다. 또한 스파클링 와인은 1차 발효 후 추가 발효를 통해 얻어지는 일종의 ‘샴페인’을 의미하기에 더 귀하게 여겨진다. 다만 샴페인은 프랑스 지방의 고유명사이기 때문에 독일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에 샴페인 대신 ‘젝트’라는 이름을 사용한다고 들었다. 처음 맛본 젝트는 와인 초보인 내게 달달하고 시원한 첫맛과 오래가는 와인의 풍미로 깊은 감명을 줬다.얼마 전 지인들과 과거 독일에서 맛본 아이스·스파클링 와인 이야기를 하면서 문뜩 다시 한 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서 일하던 한국인 유학생을 기억해 어렵게 연락해봤다. 하지만 더 이상 아이스 와인을 생산하지 못한다는 답변을 들었고, 남은 재고 몇 병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해당 지역의 기온이 올라 아이스 와인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지구 온난화 때문이란다.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여름이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다. 또한 엄마 곰과 아기 곰이 북극에 계속 살 수 있도록 더 이상의 지구 온난화를 막아야 한다는 TV 캠페인도 여러 번 봤지만 내게 직접 와닿는 내용은 아니었다. 그런 기후변화 문제가 아이스 와인을 통해 내 일상 속으로 찾아온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기후변화 이슈에 대한 대응으로 연일 탄소중립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필요성에 대해서야 여야 의견이 갈릴 일은 없지만, 방법론에 있어 태양광이냐 원자력이냐를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하고 있다. 정작 중요한 탄소배출권, 탄소세의 용도 등은 구체적인 방안 없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요즘 기업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하기 바쁘다. 기업이 정부보다 더 적극적으로 탄소중립 방안을 내놓는 이유는 바로 금전적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ESG에 대한 평가를 높게 받는 기업에 투자가 쏟아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 없이는 더 이상 어떤 사업도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방증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후손에게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지구를 물려줄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다. 후손이라고 해서 미룰 수 있는 먼 미래를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당장 대책을 강구해야만 하는 우리 아들딸이 겪을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