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1880억 횡령…상장사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사설]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1880억원 횡령 사건은 볼수록 어이없는 후진형 범죄다. 회사가 바로 이 사실을 공시했고, 경찰이 공범 여부까지 파악하고 있으니 전모는 곧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국내 임플란트시장 1위 상장기업에서 자기자본의 92%에 달하는 거액이 3개월에 걸쳐 빠져나갔는데도 몰랐다면 내부통제 시스템에 이상이 있어도 단단히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회사는 연 매출 6300억원에 소액주주 2만 명, 외국인 지분율도 44%에 이르는 ‘공개 기업’이다. 시가총액 2조원의 코스닥 23위 기업에서 재무담당자의 은행 잔액서류 위조만으로 장기간에 걸쳐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리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더구나 8년 전에도 횡령·배임 스캔들이 있었던 회사다. 증시에 나돈 내부 공모설 등을 포함해 모든 의혹이 최대한 빨리 규명되고 합리적인 수습책이 나와야 회사가 조기 정상화될 것이다.금융사기 영화를 방불케 하는 이 사건의 교훈은 자명하다. 현대의 기업이라면, 특히 불특정 투자자를 상대로 공개 과정을 거친 상장기업이라면 자율적 내부통제·감시 시스템부터 철저히 갖추는 게 더없이 중요하다. 투명경영, 유리알 회계도 이런 기반 위에서 가능할 것이다. 기업 공신력이 제품과 서비스에서만 나오는 시대는 지났다. 증시 소액투자자와 해외투자자까지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어야 살아남는다. 자본 조달 등 상장에 따른 여러 이점을 누린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해야 마땅하다.

더 중요한 것은 법적 책임과 상식 수준의 사회적 책무를 기업 스스로 잘 해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야 기업이 발전하고 존중받을뿐더러, 이를 못 하면 외부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통제가 바로 기업들이 오매불망 혁파를 호소하는 규제가 되곤 한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코스닥 상장사의 횡령·배임 건으로 공시된 것만 지난 1년 새 50건이 넘는다. 기업들의 일대 자성과 자율적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가 절실해졌다. 기이한 이번 횡령사건은 한 회사만의 문제도, 국내 투자자만의 문제도 아니다. 뒷수습이라도 한 점 의문 없이 조기에 매듭지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