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김종인과 갈라서나…내일 '새판짜기' 쇄신안 공개 주목

이틀째 칩거 속 '金 배제·홀로서기'로 기울어…이준석·김종인 '내통' 의심
'윤핵관' 처리 문제 뇌관…막판 '김종인案' 수용 가능성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4일 선대위 개편을 놓고 이틀째 장고를 이어갔다.윤 후보는 이날 종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 머무르며 핵심 참모들과 선대위 쇄신안을 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전체가 그의 입만 바라보는 상황이다.

윤 후보는 5일께 기자회견을 열어 향후 선대위 운영 방안을 발표할 전망이다.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정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윤 후보의 김 위원장 배제설로 당 안팎이 술렁거리는 등 양측간 갈등이 일촉즉발인 모양새다.

한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치라는 게 10분마다 바뀌는 것"이라고 신중론을 폈지만, 내부에선 윤 후보가 이미 선대위 개편 방향의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현시점에선 윤 후보가 김 위원장을 자르고 '단기필마'를 전격 선언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당 중심으로 선대위를 구성해 향후 지방선거와 총선에도 대비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폐기하고, 일단 눈앞의 대선 승리를 위해 후보 중심의 조직을 새로 꾸리는 방안이다.

김 위원장 대신 윤 후보가 직접 주도권을 쥐고 앞서 사의를 표명한 기존 선대위 지도부 일부를 재신임하는 방식으로 재건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는 김 위원장이 '울산 회동' 직후 선대위에 합류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별다른 능력 발휘를 못 한 것 아니냐는 현실 인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김 위원장이 전날 지지율 하락을 자신이 아닌 윤 후보 탓으로 돌리고 리더십에 손상을 입히는 언행을 서슴지 않은 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반영한 안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윤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이준석 대표와 내통해 윤 후보가 가장 곤경에 처했을 때 치고 나왔다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고 전했다.

또다른 인사는 "윤 후보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는 아직 최종 정해지지 않았지만, 김 후보와 회복할 수 없는 신뢰의 문제가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윤 후보가 김 후보와 함께 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다면 그 문제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가 김 위원장과 끝내 결별할 경우 '다른 문'이 열릴 수 있다는 판단도 내부에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과 불편한 사이인 경선 경쟁자 홍준표 전 대표의 합류를 위한 명분을 확보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인식인 셈이다.

김 위원장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공개적으로 비토해왔다는 점에서 단일화 논의가 오히려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 위원장이 던진 안을 전격 수용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의 경륜과 실력을 존중해 다소 굴욕적이더라도 대의를 위해 힘을 빌리기로 결단하는 방향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의총에서 윤 후보의 비서실장 역할을 자처한 데 이어 TV조선 인터뷰에서 "총괄본부를 만들어서 모든 사안을 직접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김종인 표 선대위'를 상황실과 정책실의 두 축으로 간소하게 운영하고, 나머지 조직, 직능 등은 당에서 관리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윤 후보가 이런 안을 받아들일 경우 김 위원장 '원톱' 체제가 한층 공고해지고, 메시지와 일정도 그의 주도 아래 밀도 있게 관리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윤 후보가 '외통수'에 갇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숙고가 길어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윤 후보가 김 위원장 없이 홀로서기를 감행할 경우 이른바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에 둘러싸여 외연 확장을 포기했다는 공격에 노출될 여지가 있다.

주요 포스트를 윤 후보 직속으로 두고 실무형 선대위를 꾸릴 경우 믿고 맡길만한 측근들을 적극적으로 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 후보가 김 위원장, 이준석 대표와 완전히 갈라설 경우 중도와 2030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반면, 김 위원장의 제안을 수용할 경우 그의 '꼭두각시' 노릇을 한다는 공세에 휩싸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전날 의총에서 "후보가 선대위에서 해주는 대로 연기만 잘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언급, 다시 '상왕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 후보의 이 같은 딜레마를 두고 "김종인 체제로 갈아타느냐 윤핵관 체제를 유지하느냐 마지막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모양"이라고 요약했다.

이준석 대표와의 관계 설정은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윤 후보 본인은 이 대표를 품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없지 않지만, 친윤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에 대한 비토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

일단 이 대표가 요구하는 권성동 사무총장 경질에는 선을 긋는 기류가 뚜렷하다.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가 헌신적으로 선거를 도울 것이라는 믿음이 서지 않는다"며 "선대위 밖에 놔두고 당 대표 역할만 하도록 하는 게 상책 아닐까"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