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견제에도 뜨는 中 전기차시장…최대 수혜자는?[Dr.J’s China Insight]
입력
수정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동차시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글로벌 자동차시장 소비의 30%, 전기차 소비는 47%를 차지하는 전세계 최대의 자동차 소비국입니다.
中 전기차시장 전세계 1위…경쟁 갈수록 치열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 속 배터리 수혜 예상
통상 가족구성원 전체의 인당 소득을 합한 것이 자동차 1대를 살 만한 소득이 되면 자동차 소비가 폭발한다고 합니다. 대략 1인당 소득 1만달러에 도달하면 자동차대중화(Motorization)의 시기가 도래한다고 하는데, 중국은 지금 1인당 소득이 1만달러대로 자동차소비가 폭발하는 단계에 들어와 있습니다.중국은 지금 전세계 내연기관 자동차, 전기차 할 것 없이 세계 1위 소비국입니다. 중국은 국산 자동차의 기술결핍으로 외산 자동차와 합작자동차가 몰려들어 전세계 모든 자동차가 경쟁하는 시장입니다.
주목할 부분으론 전기차시장에서 중국의 지위입니다. 중국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으로 미국을 제치고 전세계 전기차시장 1위 자리에 올라와 있습니다.'기술은 시장을 이기기 어렵다'는 것이 미·중 간의 전쟁 중에서도 나타났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첨단기술산업을 중국에서 빼라고 했지만, 세계 1위 전기차업체인 테슬라는 보란듯이 상하이에 세계 최대의 전기차공장을 지었습니다.이는 세계 최대규모의 전기차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차원의 전략과 민간기업의 이익이 충돌했을 때 이를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테슬라는 지금 전체 판매량의 42%가량이 중국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아메리카 퍼스트에서 '얼라이언스 퍼스트' 전략으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중국전략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전략이었지만 바이든은 '얼라이언스 퍼스트'(Alliance First)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직접 몽둥이 들고 중국을 두들겨 패는 형국이었지만, 바이든은 경제동맹으로 중국을 포위해 고사시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습니다.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희토류 분야에서 경제동맹과 공급망 관리를 통해 중국을 고사 시키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중국 대표기업인 화웨이는 미국의 반도체 제재로 작년 매출액이 최근 11년 중 처음으로 29%가량 감소했습니다.그러나 전기차 배터리 분야는 상황이 다릅니다. 작년 11월 누계기준 전세계 배터리 공급비율을 보면 중국 44%, 한국 33%, 일본 15%로 집계됐습니다. 미국은 공급기업이 없습니다. 지금 배터리 제조회사 세계 1위는 중국의 CATL로, 시장점유율은 29%에 달합니다.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이 22%로 2위, 일본의 파나소닉이 14%로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국내 배터리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공장을 미국에 유치하기 위해 각종 보조금과 정치권 압력을 넣은 것도 모두 이 때문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얼라이언스 퍼스트 전략에서 배터리 부분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미국의 전략이 통하질 않습니다. 지금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부품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테슬라가 작년 판매실적을 공개하자 주가는 폭등했습니다. 테슬라는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전년 대비 87% 늘어난 물량을 고객에게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3일 기준 전세계 자동차 시가총액을 보면, 테슬라가 1조2050억 달러로 1위를 기록 중입니다. 2위 도요타에서부터 13위 장성자동차까지 12개회사의 시가총액을 다 합쳐도 테슬라에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스마트폰 이후 세상을 바꿀 신제품은 전기차입니다. 전기로 가는 자동차가 아니라 바퀴 달린 스마트폰, 자율주행차입니다. 스마트폰의 2800배의 데이터 창출능력을 갖는 자율주행 전기차는 4차산업혁명의 총아입니다
작년 테슬라는 94만대의 전기차를 팔았지만, 2위부터 13위까지의 자동차회사들은 총 4264만대 자동차를 팔았습니다. 그러나 시총은 94만대을 판 테슬라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연간 9만여대의 전기차를 생산하는 중국의 니오와 샤오펑의 시총이 한국의 현대차나 중국의 상하이자동차보다 시총이 더 큽니다. 신기술기업의 주가는 버블과 시간을 먹고 산다고 합니다. 버블을 합리화할 기업이익이 받쳐주지 못하면 주가는 하락하는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옥과 돌은 자동으로 구분되는 것이 증권시장입니다.
中 전기차 뜨면 최대 수혜주는 어디일까
작년 11월까지의 중국 전기차 판매통계가 나와 있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중국전기차 시장은 2020년 108만대에서 작년 270만대로 150% 성장했습니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대략 320만대 내외의 전기차 판매가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중국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의 침투율을 보면 월기준으로 18%, 연간기준으로 14%선입니다. 기술혁신 곡선에서 보면 항상 캐즘(Chasm·초기시장에서 주류시장으로 넘어가기 전 수요가 정체되는 침체기)에 빠지는 시기가 있습니다.대략 13.5%~34%사이에서 변곡점이 생기고, 기업은 이 지옥의 강을 건너는 기업과 도태되는 기업으로 갈라집니다. 올해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피 터지는 전쟁의 시기가 될 전망입니다.
작년까지 중국 전기차 시장은 연간 130만대의 작은 시장이었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고 관망하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테슬라와 비야디(BYD) 그리고 중국의 신생전기차업체인 니오, 샤오펑, 리오토의 천국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장이 급속히 커지면서 중국의 전통자동차업체들이 모두 뛰어들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600만대 이상으로 시장이 폭발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중국의 전통자동차업체부터 신생전기차기업, 외국계 대형 자동차기업들의 3파전이 예상됩니다.
예측기관별로 차이는 있지만 2025년에는 대략 1500만대 이상의 전기차시장이 형성될 전망입니다. 5년 만에 10배 규모로 성장하는 시장이 중국에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놓칠 리 없는 세계 자동차 기업들이 전부 중국 전기차시장으로 진입해 치열한 전기차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입니다.미 서부에 금광이 개발되었을 때 돈 번사람은 광산업자가 아닌, 청바지와 수은 장사꾼이였습니다. 누가 노다지를 캐든 작업복은 있어야 하고 금을 정련하기위해서는 수은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중국의 기관투자가들이 뽑은 '2022년 유망산업'의 1순위는 신에너지 업종입니다. 전기차, 태양광, 풍력발전 같은 업종이 기관투자가의 관심사입니다. 단연 전기차업종이 주목을 받지만 정작 떼돈 버는 것은 배터리입니다.
전기차업종은 신규진입과 선발업체 간의 피 터지는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전기차 배터리, 소재, 부품은 누가 승자가 되든지 상관없이 필요한 것들입니다.
작년 12월 외국인들은 중국증시에 역대 사상 최대인 830억 위안의 자금을 들고 들어왔습니다. 주목할 것은 순매수 상위 종목입니다. 12월 중국 심천거래소에서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 중 4개 종목이 배터리 관련 업종으로 나타났습니다. 순매수 상위 2위는 중국 1위의 배터리업체인 CATL, 3위가 BYD, 7위 배터리업체 이웨이리능, 9위는 분리막업체인 은첩고분으로 집계됐습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