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옷소매' 온전히 몰입했다…속적삼 '노엘' 명분 無" [인터뷰+]

MBC '옷소매 붉은 끝동' 이산 역 2PM 이준호

아이돌 꼬리표 떼고 탄탄한 연기력 입증
연말 강력한 대상 후보로 언급

"액션 장면도 90% 이상 소화…최대한 직접 하고 싶었다"
배우 이준호/사진=JYP엔터테인먼트
그룹 2PM 이준호가 그동안 수많은 배우들이 연기한 정조 역할을 맡았다고 했을 때 이런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을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모든 우려를 뒤집고 이준호가 해냈다.

배우 안성기와 이서진, 현빈 등 쟁쟁한 배우들이 연기한 정조는 각기 다른 작품 속에서 다른 매력을 보여준 군주로 묘사됐다. MBC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 이후 할아버지 영조(이덕화)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서까지 끊임없이 성군이 될 수 있는 자질이 있다는 걸 입증해야 했고, 왕이 된 후에도 이를 잊지 않고 실천한 인물로 그려졌다. 성군이 되기 위해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곁에 두고도 쉽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고, 왕이 된 후에도 그 여인을 존중하며 감정을 강요하지 않았던 남성으로 묘사됐다. 이준호는 이런 복잡하고 미묘한 정조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불안하고 날카로운 세손의 모습부터 카리스마를 뽐내는 군주의 면모까지 보여주면서 지난 연말 MBC 연기대상 시상식을 앞두고 강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됐을 정도. 실제로 MBC에서 시청률 10%를 넘긴 드라마는 '옷소매 붉은 끝동'이 3년 만에 처음이었다.
배우 이준호/사진=JYP엔터테인먼트
군 복무를 마친 후 공백을 깨고 오랜만에 복귀한 이준호는 "사랑받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 몰랐다"면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의 캐스팅이 공개됐을 당시 동명 원작의 인기 때문에 "이준호가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일부에서 제기됐지만, 이준호는 "그런 반응은 어쩔 수 없었다는 걸 안다"며 "그래도 자신감은 있었다"면서 처음 작품에 임했을 때 각오를 밝혔다. "'왕 중의 왕', '이 시대의 마지막 왕은 수종'이라고 불릴 만큼 왕 역할을 많이 하셨던 최수종 선배님도 처음 왕을 연기했을 때 사람들이 우려했다는 인터뷰 기사를 봤어요. 그게 큰 힘이 됐어요. '최수종 선배님도 그런 말을 들었구나. 나도 열심히 한다면 인식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렇게 노력했어요."

실제로도 전주 이씨인 이준호는 "팬들은 정통성 있는 캐스팅이라고 기뻐하더라"라며 "특히 아버님이 굉장히 좋아하셨다"면서 캐스팅 비화를 전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다만 팬들의 강력한 염원인 '속적삼 입고 '노바디 엘스'(Nobody else) 추기' 공약은 "시청률 20%를 넘기지 않았기 때문에 영원히 보실 수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불가하다고 선언했다. '노바디 엘스'는 이준호가 작사, 작곡에 참여한 솔로곡으로 2017년 발매됐다.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이준호가 주목받으면서, 그가 콘서트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여성 댄서와 퍼포먼스를 펼친 '노바디 엘스' 영상도 '세손 저하의 이중생활'이라며 화제를 모았고, 극중 화제가 됐던 속적삼 의상을 입은 채 펼치는 퍼포먼스를 보고싶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특히 '옷소매 붉은 끝동'은 순간 최고 시청률이 19.4%(닐슨코리아 집계 기준)라는 점에서 "아깝다"며 "그냥 소수점 올림해서 보여주면 안되냐"는 반응도 있었다.

"제가 정조와 연기하면서 비슷하다 느낀 지점이 '명분'입니다. 전 진지하게 생각했지만, 명분이 없습니다.(웃음) 다만 시청률 15%를 넘겨서 곤룡포 입고 '우리집' 춤을 추는 건 어떻게 해야 할 지 다른 배우들과도 소통하고 있어요. 이덕화 선배님께 '곤룡포 입고 낚시해야 하는 거 안 잊으셨죠?'라고 하니 '하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언젠가 발표되지 않을까요?"

'옷소매 붉은 끝동'의 공약으로도 2PM의 '우리집'이 언급되는 것에 주저함이 없을 정도로 이준호는 자신의 정체성이 2PM에 있다는 걸 숨기지 않았다. 아이돌 중 배우 활동을 할 경우 가수 활동 경력을 최대한 노출하지 않으려는 시도가 이전까지 많았던 만큼 연기대상 시상식에서도 "2PM 이준호"라고 말하는 그의 자기소개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많은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저에겐 그냥 인사말입니다. 그냥 '이준호입니다'라고 인사한 적도 있어요. 그 인사를 한다고 해서 제 뿌리가 바뀌는 건 아니라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예전부터 활동해왔기 때문에 '2PM 이준호'라고 하는 게 당연했고, 사실이고, 편안해서 그렇게 인사드렸던 거죠."
배우 이준호/사진=JYP엔터테인먼트
이준호는 '명분'을 정조와 공통점으로 꼽았지만, 그를 보는 사람들은 목표를 세우면 반드시 달성하고 마는 열정과 독기가 유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선시대에 산 적도, 왕인 적도 없어 최대한 조사를 많이 했다"는 이준호를 정조를 연기하기 위해 관련 도서부터 유튜브 영상까지 섭렵했다고. 이를 통해 청년 세손부터 죽음을 앞둔 말년의 모습까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뽐냈다.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이 계속 거부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놔 달라고 하면 놔 줘야지 어떻겠냐"며 "'내가 싫냐'면서 그럴 거 같다"고 웃는 이준호는 "연기를 하면서 상대 배우(이세영)에게 미안했고, 짠한 마음도 들어서 둘이 행복했던 순간이 더 많이 등장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고 솔직히 속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순간 '순간이 영원이 됐다'는 장면이 주는 절절함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모습이 더 좋았다"며 "저 역시 과몰입 시청자라 아직도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애정을 드러냈다.

섬세한 감정 연기 뿐 아니라 불화살을 쏘는 등 액션 장면도 90% 이상 직접 소화한 이준호였다. 액션 연기를 하며 멍든 발가락이 아직도 회복이 안 됐을 정도. 화제가 됐던 목욕 장면을 찍기 위해 "전날부터 물도 마시지 않았다"고 할만큼 철저한 관리를 했던 이준호는 "행궁 (액션) 장면은 부여에서 3박4일 동안 밤을 새며 찍었다"며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지만, 혼자서 소화하려 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배우 이준호/사진=JYP엔터테인먼트
'옷소매 붉은 끝동'을 마친 이준호는 단독 팬미팅을 예고한 상황이다. 배우와 가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이준호는 "지금 이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라고 전했다. "제가 활동을 오래하다보니,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을 감히 못하겠어요. 어떤 분들은 저의 배우로서의 모습을 좋아해주시고, 어떤 분들은 가수의 모습을 좋아해 주시고, '배우인지 알았는데 가수였다', '가수인지 알았는데 배우였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전 그저 그런 반응들이 즐거워요. 이렇게 저의 모습을 계속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전 지금, 최근이 최고의 순간 같아요. 늘 최근이 최고의 순간이고 싶고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