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건강해" 자신 넘치던 프랑스 유명 쌍둥이, 백신 안 맞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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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명 쌍둥이 방송인
백신 맞지 않고 코로나19 확진
6일 차이로 잇따라 숨져
"난 건강하다"며 백신 접종을 거부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돼 입원 치료를 받았던 프랑스의 유명 쌍둥이 방송인들이 잇따라 숨졌다.
BBC 등 외신은 4일(현지시간) "프랑스 TV 스타 이고르 보그다노프가 코로나19로 사망했다"며 "쌍둥이 형제 그리카 보그다노프가 사망한 지 6일 만에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향년 72세. 두 사람 모두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받지 않았다.
보그다노프 형제는 11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지난 12월 15일부터 조르주 퐁피두 병원에 입원했다. 보그다노프 형제의 지인들은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고 행복하고 친절하며 독창적이었던 두 사람이 떠나가는 것을 보니 너무 안타깝다"며 "코로나19에 걸리기 전엔 두 사람 모두 건강했었다"면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그들의 건강한 생활 방식이 스스로를 보호할 것이라 확신했다"고 전했다. 한 지인은 BFMTV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그들이 '안티 백서'(백신거부자)라고 말했지만 절대 그런 건 아니었다"며 "몇몇 친구들이 그들에게 백신 접종을 하라고 권했지만, 그들의 생활 방식과 기저 질환이 없기 때문에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없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의 친구이자 전 교육부 장관인 루크 페리는 "둘 다 운동을 즐겨했고, 백신이 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보그다노프 형제는 오스트리아 귀족의 후손으로 '괴짜'로 불렸던 인물들. 특이한 얼굴의 특징으로 프랑스에서 유명인사였다. 프랑스 이외 지역에서는 암호화폐 '밈'에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들은 1979년 첫 방송을 시작한 주말 프로그램 '템프스 엑스'(TempsX)라는 쇼를 1987년까지 진행했다. 과학과 SF를 소재로 한 쇼는 큰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방송 종영 이후 1990년대부터 기이한 턱, 입술, 광대뼈 등 '얼굴'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이들 형제는 "우리는 외계인과 같은 얼굴을 가진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사람들이 말하는 성형수술이라 부르는 걸 받아본 적이 없고, 실험적으로 진보된 기술을 시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루크 페리는 "두 사람 모두 보톡스 주사를 맞았다"고 말했다. 보그다노프 형제는 이후 수학, 물리학 이론과 관련한 박사 학위 논문 작업을 시작했다. 이들의 논문은 모든 학분 분야 학술 문서를 기탁할 수 있는 오픈 아카이브에도 게재됐다.
하지만 일부 프랑스 언론들과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이 논문의 타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형제는 명예훼손 소송을 진행했고 2014년 승소했다. 하지만 프랑스 국립 과학 연구 센터(French National Center for Scientific Research)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코로나 확진 후에도 보그나노프 형제는 우주선을 배경으로 한 과학 TV쇼 부활을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