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자유를 향한 백야의 탈출
입력
수정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프롤로그>
자유는 추상적 개념 같아 보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겐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상황에서 자유의 구속을 경험해 보면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산소와 같이 그 절실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 <백야(White nights), 1985>에서는 미국으로 망명했던 소련의 발레리노가 비행기 사고로 다시 소련에 불시착함으로써 다시 자유를 빼앗기지만, 죽음을 무릅쓰고 자유를 향한 탈출을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과거, 자유의 탄압을 상징하는 전체주의 국가의 대명사 소련이 붕괴 후 러시아로 탈바꿈했지만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는 체제의 후진성으로 자유를 구속당하고 사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도 과거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에서 많은 피와 땀으로 자유를 되찾았지만 여전히 예측 불가한 북한과 세계 열강과 대치한 상황에서 자유의 보존과 발전은 영원한 과제임이 분명하다.<영화 줄거리 요약>
소련을 탈출하여 미국으로 망명했던 세계적인 발레리노 니콜라이(미하일 바리시니코프 분)는 일본으로 공연을 가던 중에 비행기 화재로 소련 군사 공항에 불시착하는 바람에 소련의 정보기관에 체포되는 신세가 된다. 그곳에서 소련으로 망명한 미국 출신 흑인 탭 댄서 레이몬드(그레고리 하인즈 분)를 만나 자본주의적 자유와 사회주의적 평등이라는 이념적 갈등에 불화를 겪다가 결국 현실적인 삶의 진정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유 이념의 소중한 가치를 선택하고 함께 소련을 탈출하기 위해 목숨을 건 시도를 하게 된다.<관전 포인트>
A. 발레리노 니콜라이와 탭 댄스 그린우드의 엇갈린 운명은?
@니콜라이: 표현의 자유를 추구하던 니콜라이는 8년 전 런던 공연을 갔다가 미국으로 망명을 하게 된다. 그는 "난 춤밖에 몰라, 춤은 내가 사는 이유야. 하지만 여기에선 나 자신을 위한 춤을 못 추게 해"라며 목숨을 걸고 소련을 탈출했던 것이다
@레이몬드: 월남전에 참전했던 레이몬드는 살육의 참상과 인종차별에 대한 환멸을 느껴 부대를 탈영한 후 소련으로 망명한 탭 댄서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마치 새장에 갇힌 새처럼 감시당하며 살다가 통역을 도와주던 소련 여인 다리아 와 결혼하여 힘겹게 살아간다. 그는 다리아가 임신한 것을 알고 "그들은 날 파멸시켰어, 내 아이에게 그러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어"라며 니콜라이와 함께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하게 된다.
B. 니콜라이에게 소련 국가안보위원회(KGB) 간부가 강요한 것은?
KGB의 실세인 차이코 대령은 니콜라이가 "자신의 신분은 이제 미국인이며 미국으로 보내 달라"고 주장하지만 차이코 대령은 조국인 소련을 배신하고 적국인 미국으로 불법 망명한 죄인일 뿐이라고 몰아붙이며, 다시금 옛날처럼 소련의 최고 발레리노 대우를 해줄 테니 모스크바 카로프 극장에서 공연을 하라고 강요한다.
C. 차이코 대령의 음흉한 속셈은?
차이코 대령은 니콜라이를 초연만 출연시켜 소련 체제의 우수성을 선전한 뒤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려는 음모를 가지고 있었다. 니콜라이는 8년 만에 재회한 연인 갈리나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처음에는 그의 망명으로 고통받은 세월을 떠올리며 거절하지만, 그가 무대로 다시 찾아와 소련 저항 가수인 '블라디미르 비소츠키'가 부르는 <뒷걸음치는 말>이라는 음악에 맞춰 신들린 듯 춤을 추자 결국 그의 예술혼을 위한 열정에 감복하여 그를 도와주기로 결심한다.
D. 니콜라이의 목숨을 건 탈출 과정은?
옛 연인 갈리나는 미국 대사관의 만찬에서 만난 외교관 스콧에게 은밀하게 니콜라이가 살아있음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다. 드디어 탈출을 감행하기로 한날 니콜라이는 양탄자를 풀어 겪은 밧줄로 숙소를 탈출을 시도하지만 그린우드는 도청하던 비밀경찰에 눈치채자 니콜라이와 부인을 도피시키기 위해 자신은 남는다. 니콜라이와 다리아는 약속된 라이언 다리에서 스콧의 차를 타고 미국 영사관으로 향한다. 하지만 정문에서 소련 경찰과 KGB에 잡히게 되지만, 니콜라이의 미국 매니저가 미리 불러둔 각국의 모스크바 주재 기자단들이 촬영을 해대자 결국 대령은 제3세계가 소련을 부정적으로 비칠 것을 경계하여 니콜라이가 제안한 "그녀와 날 풀어주면 모든 것에 함구하겠다"라는 제안을 받아들이며 "우리 소련은 탁월한 의학기술로 예술가의 목숨을 살렸다"라는 정치 선전 후 미국 영사관에 인도하게 된다.
E. 소련의 붕괴 과정은?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USSR)은 과거 레닌, 스탈린, 후루쇼프 등 독재 지도자들의 암흑기를 보내다가 1985년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개혁 정책의 여파로 자유화 물결과 1989년 동서독 통일로 공산주의 국가들이 시장경제를 지향하게 되었고 보수파의 쿠데타를 옐친 대통령이 무력화 시킨 후 급진적인 개혁을 단행하고 1991년 공산주의 포기와 공산당 해체 후 1992년1월 1일을 기해 발트 3국을 제외한 12개 독립공화국이 독립국가연합을 형성함으로써 소련은 정식으로 해체되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올림픽에서 조직적인 도핑 스캔들(금지약품 복용)로 국제 대회에 출전 금지를 받는 등 전체주의적 색채와 더불어 인접국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 사태 개입에 개입하며 위험한 패권전략의 야망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에필로그>
영화에서 니콜라이의 자유를 향한 절규는 인간의 자유로운 표현과 갈구는 어떤 독재 체제나 정치공작으로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우리가 산소처럼 누리는 일상의 자유는 큰 희생과 노력 위에서만 지켜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획일적 강요나 감시 없이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세상을 위해서는 선진화된 체제, 경제적 우월성, 사회제도의 공정성, 미래지향적인 교육제도 등의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 최근 후진적 정치로 발생한 캄보디아 군부 쿠데타나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점령으로 수많은 인명과 인권이 유린당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방심하면 언제든지 자유를 훼손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전염병을 계기로 이어령 선생이 얘기한 바이오폴리틱스(국가가 개인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생명정치 현상)가 새로운 포퓰리즘과 독재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자유의 훼손은 크게 증가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