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인 58% "홍콩서 살기 싫다"…43% "자유 줄어들어"

홍콩 민주당 "정부에 매우 실망, 신뢰 안 해"
'홍콩의 중국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홍콩인 58%가 홍콩에서 살기 싫다고 답한 설문 결과가 나왔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제1야당인 민주당은 지난달 14∼24일 53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설문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22%는 홍콩을 떠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이렇게 답한 이들 중 75%는 대졸 이상의 학력자로 나타났고 1%는 3년 내 이민 계획을 이미 세웠다고 밝혔다. 또 응답자의 43%는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개인의 자유가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다만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지켜지고 있다고 보냐는 질문에는 긍정과 부정의 답변이 나란히 40%로 갈렸다.

이번 설문 결과는 정부가 2019년 반정부 시위 이후 사회의 분열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민주당은 지적했다. 찬포밍 민주당 경제정책 대변인은 SCMP에 "2019년 이후 사람들은 정부에 매우 실망했고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당국은 시민들의 요구나 불만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문 결과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계속 누적되고 있고, 많은 고학력자가 홍콩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음을 보여줘 우려스럽다고 했다.
지난해 8월 홍콩 정부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중반부터 2021년 중반까지 1년간 홍콩 인구는 1.2% 줄어들었으며, 거주권자 8만9천200명이 홍콩을 떠났다. 이는 그 전 1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영국은 중국의 홍콩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발해 지난해 1월부터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에 대해 이민 문호를 확대했다.

이어 캐나다, 호주도 같은 이유로 홍콩인에 대한 이민 문호를 확대하면서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홍콩을 탈출하는 '헥시트'(HONGKONG+EXIT)가 이어지고 있다.

2020년 6월 30일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홍콩 민주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인과 활동가를 중심으로 150여명이 체포됐고 그중 수십명이 기소됐다.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지적 속에 지난해 6월 24일 빈과일보를 시작으로 6개월 사이 4개 언론매체가 자진 폐간을 발표했다.

중국이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기조로 홍콩의 선거제도 전면 개편한 이후 야권의 정치 참여는 사실상 봉쇄됐고, 지난달 19일 치러진 입법회(의회) 선거는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불참 속 친중 진영이 싹쓸이했다.

또 지난 30여년 홍콩이 중국과 다르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줘 온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집회가 2년 연속 불허됐고, 당국이 불허한 해당 추모집회와 관련됐다는 혐의로 수십명이 기소됐다. 그러나 홍콩 정부와 중국 정부는 홍콩국가보안법 제정과 선거제 개편으로 홍콩에 안정과 질서가 회복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