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교회 전도사도 근로자…퇴직금 지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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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전도사도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퇴직금을 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춘천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원두)는 지난달 24일 춘천의 한 교회 목사 A에 대한 근로기준법 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공판에서 1심 무죄판결을 뒤집고 A에 대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B는 신학교와 목회대학을 졸업하고 성직자 정규교육을 받은 다음 2012년부터 2018년까지 A가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춘천의 한 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했다.
B는 2012년 이 교회에 '사역'을 지원하면서 '연봉제'로 시무한다는 '서약서'를 주고 받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근로조건이나 근로대가, 연봉금액도 정하지 않았고 별도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을 뿐더러, 교회 내에도 전도사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나 인사 규정은 없었다.
B는 A의 지시에 따라 담당 교구를 분배 받고 교인 가정방문 활동, 교회 행정업무, 신도들을 위한 운전 업무 등을 처리했다. 초기에는 월 사례금으로 110만원을 받았지만 이후 금액이 올라 최근까지 월 140만원을 받게 됐다. 그런데 B가 퇴직하는 과정에서 A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위로금 600만원을 건네자 B가 A를 고소한 것이다.
1심 법원은 "전도사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 A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있다. 1심 법원은 "전도사는 교회 교인들을 신앙생활로 이끄는 업무를 한다"며 "이윤 창출이 아닌 신앙의 전파를 목적으로 하며, 교회 역시 교인들의 자발적 헌금으로 운영되는바 근로기준법이 당연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근로제공은 봉사활동이지 근로가 아니라는 취지였다. B에게 일정한 금전을 지급한 것도 '사례비'로 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근로자 해당 여부는 계약 형식이 아닌 실질에 따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는 B에게 지급한 사례금에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고 B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 가입이 돼 있었다. 교회도 A를 사업주로 해서 '기타 종교단체'로 사업자 등록이 돼 있었다.
재판부는 "교회에 전도사에 대한 별도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교회의 상급단체에서 정한 규정을 보면 목사가 전도사의 채용이나 면직에 대해 최종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B도 A의 직무지시에 따라 목회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구체적인 지시·감독을 받아 일한 것이며 오로지 신앙이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자율적으로 종교활동을 영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약서에서도 '연봉제'라고 표현하고 있고 겸직금지 조항이 있는 것을 보면 교회가 지급한 금원은 생계수단이며 단순히 사례금이나 생활보조금으로 볼 수 없다"며 "비록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에는 가입돼 있지 않았지만 이는 A가 우월한 경제적 지위를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A는 B의 근로시간을 전부 계산해 각종 연장근로, 휴일근로 수당을 포함해 미지급 임금 7700여만원과 퇴직금 1720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법원은 "9000여만원에 이르는 임금을 퇴직 후 14일 내에 지급하지 않았다"며 1심을 뒤집고 A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곽용희/ 최진석 기자 kyh@hankyung.com
춘천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원두)는 지난달 24일 춘천의 한 교회 목사 A에 대한 근로기준법 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공판에서 1심 무죄판결을 뒤집고 A에 대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B는 신학교와 목회대학을 졸업하고 성직자 정규교육을 받은 다음 2012년부터 2018년까지 A가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춘천의 한 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했다.
B는 2012년 이 교회에 '사역'을 지원하면서 '연봉제'로 시무한다는 '서약서'를 주고 받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근로조건이나 근로대가, 연봉금액도 정하지 않았고 별도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을 뿐더러, 교회 내에도 전도사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나 인사 규정은 없었다.
B는 A의 지시에 따라 담당 교구를 분배 받고 교인 가정방문 활동, 교회 행정업무, 신도들을 위한 운전 업무 등을 처리했다. 초기에는 월 사례금으로 110만원을 받았지만 이후 금액이 올라 최근까지 월 140만원을 받게 됐다. 그런데 B가 퇴직하는 과정에서 A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위로금 600만원을 건네자 B가 A를 고소한 것이다.
1심 법원은 "전도사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 A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있다. 1심 법원은 "전도사는 교회 교인들을 신앙생활로 이끄는 업무를 한다"며 "이윤 창출이 아닌 신앙의 전파를 목적으로 하며, 교회 역시 교인들의 자발적 헌금으로 운영되는바 근로기준법이 당연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근로제공은 봉사활동이지 근로가 아니라는 취지였다. B에게 일정한 금전을 지급한 것도 '사례비'로 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근로자 해당 여부는 계약 형식이 아닌 실질에 따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는 B에게 지급한 사례금에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고 B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 가입이 돼 있었다. 교회도 A를 사업주로 해서 '기타 종교단체'로 사업자 등록이 돼 있었다.
재판부는 "교회에 전도사에 대한 별도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교회의 상급단체에서 정한 규정을 보면 목사가 전도사의 채용이나 면직에 대해 최종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B도 A의 직무지시에 따라 목회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구체적인 지시·감독을 받아 일한 것이며 오로지 신앙이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자율적으로 종교활동을 영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약서에서도 '연봉제'라고 표현하고 있고 겸직금지 조항이 있는 것을 보면 교회가 지급한 금원은 생계수단이며 단순히 사례금이나 생활보조금으로 볼 수 없다"며 "비록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에는 가입돼 있지 않았지만 이는 A가 우월한 경제적 지위를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A는 B의 근로시간을 전부 계산해 각종 연장근로, 휴일근로 수당을 포함해 미지급 임금 7700여만원과 퇴직금 1720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법원은 "9000여만원에 이르는 임금을 퇴직 후 14일 내에 지급하지 않았다"며 1심을 뒤집고 A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곽용희/ 최진석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