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이고 확장성 있는 '말랑말랑한' 기업에 고수익 기회 있을 것"
입력
수정
[마켓 리더가 말하는 2022년 증시] 안정환 BNK자산운용 부사장(CIO)“지난해 초 시장을 전망할 때는 ‘주식이 비싼 것 같으니 레버리지를 쓰지 마라’고 조언했습니다. 올해는 다릅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이 국내 주식시장의 강세를 이끌 것으로 예상합니다.”
'돈버는 게임' 개척한 위메이드 같은 기업 찾아야
中경기부양·원달러 환율 안정땐 국내 증시 강세 가능
방망이 짧게 잡고 주가 조정받을때 마다 비중 늘려야
안정환 BNK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부사장)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조언했다. 안 부사장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심폐소생사’로 불린다. 다니는 회사마다 펀드 수익률이 급등한 데서 나온 별명이다. 그가 주식운용총괄로 합류한 지 1년여 만인 2019년 BNK자산운용은 금융투자협회가 선정한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 수익률 1위 운용사로 뽑혔다. BNK자산운용의 운용자산(AUM)은 9조1497억원(1월 3일 기준)으로, 지난 한 해 동안 1조6400억원가량 늘었다. 안 부사장에게 올해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과 투자전략을 물어봤다.▷올해 국내 주식시장 전망은 어떻습니까.
“증시 하단은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인 2800포인트, 상단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12.5배 수준인 3400포인트 수준을 예상합니다. 예상보다 강한 경기 모멘텀을 바탕으로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가 현재보다 높아진다면 증시의 상승 여력도 커질 수 있습니다. 미국의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고 중국의 공격적 경기 부양이 나타난다면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입니다.”
▷올해 시장을 주도할 업종은 무엇일까요.
“반도체와 자동차입니다. 두 업종은 지난해 글로벌 공급 병목현상으로 생산 차질을 겪었지만, 올해 공급망 차질 완화에 힘입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최근 국내 반도체 업종의 12개월 선행 순이익 추정치의 하향 조정이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하락 폭도 둔화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업종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선진국 시장점유율이 코로나19 발생 이전 7~8%에서 현재 9~11%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올해 공급망 차질이 완화되면 높아진 점유율이 실적 개선과 밸류에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사장님이 주목하는 기업이 있나요.
“‘말랑말랑한’ 기업에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말랑말랑하다는 건 창의적이고 확장성 있는 기업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위메이드입니다. ‘위믹스’라는 가상자산을 통해 ‘P2E(Play to Earn)’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위메이드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올해도 그런 말랑말랑한 기업이 국내에 분명 나올 겁니다. 매일 신문을 읽다 보면 본인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를 텐데, 이를 투자에 접목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올해 눈여겨봐야 할 위험 요인은 무엇일까요.
“미 연준(Fed)의 금리 인상 시기가 중요합니다. 오는 3월 금리 인상 확률이 60%가 넘어가면서 미국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파른 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고 공급 병목현상이 해소된다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는 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 경우 주식시장은 안도 랠리가 가능할 것입니다.”
▷일각에선 국내주식 비중을 줄이라는 조언도 나오는데요. 올해 비중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요.
“올해 미국 기업의 이익 상승 폭은 최근 2년과 비교해 작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밸류에이션도 다소 부담되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반면 국내 증시는 올해 연간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회복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부양, 원·달러 환율 안정세 등이 뒷받침되면 상대적 강세 흐름으로까지 전환될 수 있습니다. 단, 올라갈 때 따라 사기보다는 조정이 있을 때마다 주식 비중을 조금씩 늘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자산 배분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요.
“금리 인상 국면에서 채권의 매력은 크지 않습니다. 주식과 더불어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금 등을 조금씩 가져가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변수가 많습니다. 금리가 급등할 수 있고 오미크론 이후 다른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방망이를 짧게 잡고 대응해야 합니다.”▷투자자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홈런이 많은 타자는 삼진도 많이 겪습니다. 삼진을 많이 당하더라도 홈런 한 방을 제때 치면 위대한 타자가 됩니다. 투자도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투자할 때마다 매번 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기회가 찾아왔을 때 과감하게 투자를 하는 편이 좋습니다. 흔히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소액투자가가 자산을 불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소액투자가들은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고, 그 바구니를 잘 지키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반드시 본인이 잘 알고 이해하는 종목에 한해 투자하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