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2번 접고 돌돌 말고…작정한 삼성 "경쟁사 언급은 않겠다" [CE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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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처·기자 대상 CES 2022 프라이빗 전시디스플레이 명가 재건을 노리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를 앞두고 차세대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대거 선보였다. 중소형 OLED 선도 업체로서의 리더십을 강조하고 압도적인 폼팩터(기기 형태) 라인업을 과시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두 번 접는 기기, 롤러블 기술에 기자들 탄성
다이아몬드 픽셀 전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CES 2022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앙코르 호텔 내에 마련한 프라이빗 전시 부스를 국내 취재진에 공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행사에서 접히거나 둘둘 말리는 차세대 중소형 OLED 패널뿐 아니라, 상용화 9년차에 접어든 고유 기술 '다이아몬드 픽셀' 등을 총출동시켰다.부스에 들어서자마자 입구 코너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독자 픽셀 기술인 다이아몬드 픽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픽셀은 스마트폰, 노트북, TV, 모니터 등 전자 디스플레이의 화상을 구현하는 최소 단위로,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수준의 미세 구조를 갖추고 있다.픽셀 1개 크기는 갤럭시S 시리즈 기준 40∼60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다. 통상 픽셀은 적색(R) 녹색(G) 청색(B)을 띠는 각각의 서브픽셀로 구성된다. 우리가 실제로 보는 화면은 이러한 픽셀이 수백만개 모여 만들어진 것으로, 고해상도 멀티미디어가 보편화되면서 더욱 조밀한 픽셀이 선호된다.삼성디스플레이 다이아몬드 픽셀의 모태는 미국 디스플레이 전문업체 클레어보이언트의 기술 '펜타일'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08년 이 업체의 특허권 전체를 인수했다. 펜타일 기술을 OLED에 적용한 것이 다이아몬드 픽셀로, 최초로 적용된 디스플레이는 2013년 출시된 갤럭시 S4 올레드 패널이었다.삼성디스플레이의 다이아몬드 픽셀은 인간의 망막이 적색, 녹색, 청색 중 녹색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 착안해 녹색 소자 크기를 작고 촘촘하게 늘려서 구성됐다. 특히 45도 대각선 방향으로 화소를 구성한 다이아몬드 형태의 고유 배열 방식을 통해 높은 선명도와 가시성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직선과 대각선, 날카롭고 정교한 패턴을 정확히 표현하는 데 탁월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다이아몬드 픽셀은 첫 출시 이후 삼성디스플레이 OLED 패널을 대표하는 기술이 됐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다이아몬드 픽셀에 대한 상표 등록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차세대 중소형 OLED로는 △폴더블 휴대용 게임기 △S자 형태로 안팎으로 접는 '플렉스 S' △G자 형태로 안쪽으로 두 번 접는 '플렉스 G' △펴면 17인치, 접으면 13인치가 되는 노트북 '플렉서블 노트' △원형으로 말려 있다가 평평하게 펴지는 플랫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인공지능(AI) 스피커 △옆으로 미끄러지듯 확장되는 '플렉스 슬라이더블' 등이 있다. 해당 제품들이 공개되자 몇몇 기자들은 감탄사를 내뱉는 등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삼성디스플레이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응해 본격 확대되는 차량용 OLED 디스플레이도 전시했다. OLED 패널은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보다 얇고 소비 전력이 절반 수준이다. 무거운 배터리가 탑재되는 전기차에 적합해 수주 고객사를 늘려가고 있다고 회사 측은 귀띔했다.
회사 관계자는 "차량용 OLED 패널의 경우 아우디에 공급되는 물량을 삼성이 수주했다"며 "LCD는 두께가 두꺼워 차량용 패널로 적합하지 않지만 OLED는 더 선명하면서 두께가 얇기 때문에 향후 다양한 차량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퀀텀닷 디스플레이 공개
삼성디스플레이는 또 이날 퀀텀닷(QD) 디스플레이도 공개했다. 최근 양산을 시작한 QD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퀀텀닷(양자점)을 내재화한, 백라이트가 없는 자발광 디스플레이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날 55, 65형 TV용 패널과 34형 모니터용 패널까지 제품 3종을 선보였다.QD디스플레이는 기존 대형 디스플레이가 컬러 필터로 색을 구현하는 것과 달리 독자적 잉크젯 프린팅 기술로 완성한 'QD 발광층'을 통해 역대 최고 수준의 색재현력과 넓은 시야각, 밝은 컬러 휘도 등을 선보였다.입자 크기에 따라 다른 색을 내는 반도체 입자인 QD는 순도 높은 RGB(빛의 삼원색)를 구현한다. 가장 레드에 가까운 레드, 블루에 가까운 블루를 표현하며 현재 상용화된 디스플레이 중 순수한 3원색에 가장 근접한 색을 내는 것이다. 삼성 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퀀텀닷의 광학적 특성 때문에 QD는 상용화된 디스플레이 중 가장 넓은 색 영역을 지원헤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자연색을, 가장 풍부하고 세밀하게 표현하는 디스플레이로 평가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디스플레이는 이론적으로 빛의 삼원색인 RGB 각각의 휘도의 합과 RGB가 합쳐져 만들어지는 화이트의 휘도 값이 같다. 하지만 패널 구조 등으로 인해 휘도가 떨어질 때 이를 인위적으로 높이기 위해 RGB 픽셀 외에 화이트 픽셀을 추가하게 되면, RGB 각각의 밝기 값이 화이트 밝기에 못 미쳐 RGB 컬러가 제 색을 표현하지 못하고 다소 어둡게 보인다.QD디스플레이는 RGB 픽셀만으로 색을 구현해 RGB 컬러를 표현할 때도 밝기가 떨어지지 않아 더욱더 선명한 색을 표현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는 빛의 직진성으로 인해 정면과 측면, 보는 위치에 따라 컬러나 밝기 차이가 발생하지만 빛을 넓게 분산시키는 퀀텀닷의 광학적 특성 때문에 QD디스플레이는 시야각으로 인한 화질 저하가 크지 않다. 일반적으로 시야각이 커질수록 휘도가 낮아지고 색상의 왜곡이 발생한다.
또 QD디스플레이는 서브 픽셀의 로컬 디밍 기술을 활용해 0.0005nit 이하의 트루 블랙부터 1500nit의 최고 밝기까지 표현 가능하다. 이렇게 넓은 휘도 폭 때문에 밝은 곳은 더 밝고 어두운 곳은 보다 어둡게 표현할 수 있으며, 아주 어두운 화면에서도 세밀한 명암 표현이 가능하다.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QD디스플레이를 거래선에만 전시하기로 했다가 기술개발 성과를 알리는 차원에서 현장 방문한 국내 기자들에게도 보여주기로 막판에 결정했다"며 "경쟁사에 대한 비교나 언급보다는 우리가 보유한 최고 수준 기술을 바탕으로 상용화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라스베이거스=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