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자 4분만에 이중철책 넘어…군은 400m 현장을 6분만에 도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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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전 '점프귀순' 동일지역…엉뚱한 CCTV 돌려보고 철책에 걸린 패딩 깃털도 못봐
남북 모두 '경계 실패'…군 "북측 식별 4명과 월북자 접촉 없었던듯"1년여 전 귀순할 때와 동일한 방법으로 월북한 탈북민이 이번에도 최전방 철책을 수월하게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5일 연합뉴스 취재 결과 군 당국은 지난 1일 강원도 동부전선의 육로를 통해 북으로 간 탈북민 A(29) 씨가 이중으로 된 22사단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는 데 4분이 채 걸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당 2분씩 걸린 셈인데, 군이 GOP(일반전초) 감시카메라 3대에 찍힌 시간대 등을 토대로 종합 분석한 결과다.
GOP 철책은 광망(철조망 센서) 등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설치된 남쪽 철책과 이런 설비가 설치돼 있지 않은 북쪽 철책 등 이중으로 돼 있다.남쪽 철책은 광섬유 소재로 된 그물망 형태 철조망을 덧댄 형태로, 높이가 3m 정도다.
대형 그물망 중간중간에는 철조망을 지탱하기 위한 알파벳 와이(Y)자 형태 브라켓이 철책 기둥 위로 설치돼 있고, Y자 브라켓 중 일부에는 '상단 감지 브라켓'이 설치돼 있다.
또 Y 브라켓 맨 끝부분마다 작은 직사각형 형태의 '상단 감지 유발기'가 달려있다.이 때문에 철책을 절단할 때는 물론, 오르기 위해 하중을 싣게 되면 광망 경보가 울리도록 설계돼 있다.
체중 50여kg에 신장이 작은 편으로 알려진 A씨는 2020년 11월 귀순 당시에도 동일 지역의 이중철책을 넘었다.
이번에 월책한 지역은 귀순 지점과는 약 10km 정도 떨어져 있긴 하지만, 철책 형태 등이 같기 때문에 1년여 전 경험을 살려 '단숨에' 이중철책을 넘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A씨가 귀순할 때 광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감시체계의 허점을 보였던 군은, 이번에는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고도 그를 놓쳤다.
A씨가 오후 6시 36분께 철책을 넘을 당시 경고등과 경고음이 울렸고, 6명의 초동조치조는 6분 만에 현장에 출동해 "이상이 없다"고 대대지통실에 보고한 뒤 철수했다.
초동조치조가 출동한 소대에서 경보가 울린 현장까지는 약 400m 거리였다.
원인철 합참의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400m면 몇 분 안에 가게 돼 있냐'는 질의에 "지형을 보면 빠른 걸음으로 갔을 때 6분이면 도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나중에 확인 결과 북쪽 철책을 넘어간 자리에 쌓인 눈에 발자국이 확인됐다.
월책 당시 입고 있던 패딩에서 빠진 것으로 보이는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패딩 충전재(깃털)도 발견됐다.
전동진 합참 작전본부장은 국방위에서 "철책 주변 족적과 윤형 철조망에 남아있던 흰색깃털을 발견하지 못하는 등 철책 및 주변 확인이 미흡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통상 광망 경보가 울린 뒤에는 현장에 특별한 점이 없더라도 복기를 통해 상황 평가를 하게 돼 있지만, 이 과정도 엉터리로 이뤄졌다.
A씨의 월책 장면은 GOP 감시카메라 3대에 총 5회 포착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감시병이 당시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을 넘어 복기 과정에서도 해당 부대는 월책 발생 시간이 아닌 엉뚱한 시간대의 CCTV를 돌려본 것으로 드러났다.
영상 저장 장비가 녹화시간 입력 시 실제 시간과 4분 정도 오차가 있어 매일 두 차례씩 '동기화' 작업을 해야 하는데, 관련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이런 일련의 상황은 대대장에게도 보고되지 않고 해당 대대 지휘통제실에서 자체 종결됐다.
합참 관계자는 "대대지통실장이 (상급부대와 대대장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는데, 보고 하지 않았다"며 지침 위반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해당 부대 대대장이 '특이상황 발생'을 인지한 건 약 3시간이 지나서다.
해당 부대는 군 열상감시장비(TOD)를 통해 오후 9시 17분께 비무장지대(DMZ) 내를 배회하는 A씨가 포착되면서 뒤늦게 신병확보 작전에 돌입했다.
합참에는 14분 만에 보고됐다.그러나 이미 앞선 광망 경보 상황 자체에 대한 보고가 누락된 탓에 한때 '귀순'으로 오판하기도 했다.
합참 관계자는 "대대장이 오후 6시 때 발생한 광망 절곡 상황을 모르는 상태였다"며 "지형과 이동 방향을 분석했을 때 (초기에) 귀순 가능성을 판단했으나, 무게 중심의 차이가 있었지만 모든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군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A씨는 철책을 넘은 지 약 4시간 만인 오후 10시 49분께 군사분계선(MDL) 북측 지역에서 최종 포착됐다.
이번 월북 사건으로 남측뿐 아니라 북한군도 사실상 경계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합참 관계자는 "2일 0시 43분께 (MDL 북측에서) 서북 방향으로 이동하는 미상 인원 4명의 모습이 열상감시장비에 관측됐고, 동일 지점에 동북 방향으로 이동하는 월북자가 재식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시영상 분석 결과 동일 지점에서 포착된 시간 간격과 이동 방향을 고려할 때 미상인원 4명과 월북자 간은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일찌감치 현장에 도착해 '월책'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전 본부장은 "(월북 당일인) 1일 낮 12시 51분께 민통선 인근에 위치한 중대상황실에서 군 CCTV을 통해 월북자가 민통초소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을 식별했고, 경고방송으로 민간인 출입통제지역임을 안내했다"고 말했다.
철책을 넘기 6시간 전이다.또 A씨가 트럭운전을 하던 마을주민과 마주쳤고, 당시 해당 주민이 '거기(민통선 이북)로 올라가면 안돼요'라고 하자 "알겠습니다"라고 한 뒤 마을로 계속 이동했다고 전 본부장은 설명했다.
/연합뉴스
남북 모두 '경계 실패'…군 "북측 식별 4명과 월북자 접촉 없었던듯"1년여 전 귀순할 때와 동일한 방법으로 월북한 탈북민이 이번에도 최전방 철책을 수월하게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5일 연합뉴스 취재 결과 군 당국은 지난 1일 강원도 동부전선의 육로를 통해 북으로 간 탈북민 A(29) 씨가 이중으로 된 22사단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는 데 4분이 채 걸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당 2분씩 걸린 셈인데, 군이 GOP(일반전초) 감시카메라 3대에 찍힌 시간대 등을 토대로 종합 분석한 결과다.
GOP 철책은 광망(철조망 센서) 등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설치된 남쪽 철책과 이런 설비가 설치돼 있지 않은 북쪽 철책 등 이중으로 돼 있다.남쪽 철책은 광섬유 소재로 된 그물망 형태 철조망을 덧댄 형태로, 높이가 3m 정도다.
대형 그물망 중간중간에는 철조망을 지탱하기 위한 알파벳 와이(Y)자 형태 브라켓이 철책 기둥 위로 설치돼 있고, Y자 브라켓 중 일부에는 '상단 감지 브라켓'이 설치돼 있다.
또 Y 브라켓 맨 끝부분마다 작은 직사각형 형태의 '상단 감지 유발기'가 달려있다.이 때문에 철책을 절단할 때는 물론, 오르기 위해 하중을 싣게 되면 광망 경보가 울리도록 설계돼 있다.
체중 50여kg에 신장이 작은 편으로 알려진 A씨는 2020년 11월 귀순 당시에도 동일 지역의 이중철책을 넘었다.
이번에 월책한 지역은 귀순 지점과는 약 10km 정도 떨어져 있긴 하지만, 철책 형태 등이 같기 때문에 1년여 전 경험을 살려 '단숨에' 이중철책을 넘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A씨가 귀순할 때 광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감시체계의 허점을 보였던 군은, 이번에는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고도 그를 놓쳤다.
A씨가 오후 6시 36분께 철책을 넘을 당시 경고등과 경고음이 울렸고, 6명의 초동조치조는 6분 만에 현장에 출동해 "이상이 없다"고 대대지통실에 보고한 뒤 철수했다.
초동조치조가 출동한 소대에서 경보가 울린 현장까지는 약 400m 거리였다.
원인철 합참의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400m면 몇 분 안에 가게 돼 있냐'는 질의에 "지형을 보면 빠른 걸음으로 갔을 때 6분이면 도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나중에 확인 결과 북쪽 철책을 넘어간 자리에 쌓인 눈에 발자국이 확인됐다.
월책 당시 입고 있던 패딩에서 빠진 것으로 보이는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패딩 충전재(깃털)도 발견됐다.
전동진 합참 작전본부장은 국방위에서 "철책 주변 족적과 윤형 철조망에 남아있던 흰색깃털을 발견하지 못하는 등 철책 및 주변 확인이 미흡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통상 광망 경보가 울린 뒤에는 현장에 특별한 점이 없더라도 복기를 통해 상황 평가를 하게 돼 있지만, 이 과정도 엉터리로 이뤄졌다.
A씨의 월책 장면은 GOP 감시카메라 3대에 총 5회 포착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감시병이 당시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을 넘어 복기 과정에서도 해당 부대는 월책 발생 시간이 아닌 엉뚱한 시간대의 CCTV를 돌려본 것으로 드러났다.
영상 저장 장비가 녹화시간 입력 시 실제 시간과 4분 정도 오차가 있어 매일 두 차례씩 '동기화' 작업을 해야 하는데, 관련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이런 일련의 상황은 대대장에게도 보고되지 않고 해당 대대 지휘통제실에서 자체 종결됐다.
합참 관계자는 "대대지통실장이 (상급부대와 대대장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는데, 보고 하지 않았다"며 지침 위반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해당 부대 대대장이 '특이상황 발생'을 인지한 건 약 3시간이 지나서다.
해당 부대는 군 열상감시장비(TOD)를 통해 오후 9시 17분께 비무장지대(DMZ) 내를 배회하는 A씨가 포착되면서 뒤늦게 신병확보 작전에 돌입했다.
합참에는 14분 만에 보고됐다.그러나 이미 앞선 광망 경보 상황 자체에 대한 보고가 누락된 탓에 한때 '귀순'으로 오판하기도 했다.
합참 관계자는 "대대장이 오후 6시 때 발생한 광망 절곡 상황을 모르는 상태였다"며 "지형과 이동 방향을 분석했을 때 (초기에) 귀순 가능성을 판단했으나, 무게 중심의 차이가 있었지만 모든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군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A씨는 철책을 넘은 지 약 4시간 만인 오후 10시 49분께 군사분계선(MDL) 북측 지역에서 최종 포착됐다.
이번 월북 사건으로 남측뿐 아니라 북한군도 사실상 경계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합참 관계자는 "2일 0시 43분께 (MDL 북측에서) 서북 방향으로 이동하는 미상 인원 4명의 모습이 열상감시장비에 관측됐고, 동일 지점에 동북 방향으로 이동하는 월북자가 재식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시영상 분석 결과 동일 지점에서 포착된 시간 간격과 이동 방향을 고려할 때 미상인원 4명과 월북자 간은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일찌감치 현장에 도착해 '월책'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전 본부장은 "(월북 당일인) 1일 낮 12시 51분께 민통선 인근에 위치한 중대상황실에서 군 CCTV을 통해 월북자가 민통초소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을 식별했고, 경고방송으로 민간인 출입통제지역임을 안내했다"고 말했다.
철책을 넘기 6시간 전이다.또 A씨가 트럭운전을 하던 마을주민과 마주쳤고, 당시 해당 주민이 '거기(민통선 이북)로 올라가면 안돼요'라고 하자 "알겠습니다"라고 한 뒤 마을로 계속 이동했다고 전 본부장은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