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현의 디자인 싱킹] 디자이너의 사고법

“우리 일상에서 디자이너가 된 것처럼 생각해보자. 관심과 관찰로 하나를 오래 생각해보자.”

‘디자인 싱킹’이란 디자이너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다양한 디자인적인 생각을 반복적으로 수렴·발산하는 통합적 사고다. 디자인 싱킹은 인간 중심의 관찰에서 출발한다. 사용자의 고통을 발견하고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여러 대안을 마련해 사람들의 공감과 감동을 이끄는 창의적 문제 해결 방법이다. 분석적 사고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나의 답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디자인 싱킹은 제한된 환경에서 최적의 해결안을 만들어가는 치열한 과정이다. 서비스 디자인의 방법론으로 출발했지만 창업이나 기업 혁신, 더 나아가 조직 및 사회 혁신에도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 사고의 과정과 아이디어들은 제 가치를 얻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디자인에서는 아이디어가 반이고 나머지가 실행인데 말이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시간에 쫓겨 수주하자마자 그림을 그리는 디자이너들이 적지 않다. 디자인 싱킹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에게는 결과만을 기대해서 그런가?로댕은 왜 생각하는 사람을 조각했을까? 생각하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로댕은 조각에서조차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생각은 세상을 바꾼다. 목욕탕에서 유레카를 외치며 알몸으로 뛰쳐나온 아르키메데스의 일화는 유명하다. 결과적으로 ‘어떤 물체에 가해지는 부력은 그 물체가 대체한 유체의 무게와 같다’라는 이론을 하루아침에 발견했을까? 목욕할 때마저 그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공감 이끄는 창의적 문제해결법

요즘 핫한 K뷰티와 관련한 두 가지 사례를 보자. 첫째는 10여 년 전 미국 뉴욕의 유명한 한국인 헤어 디자이너 이야기다. 그녀의 성공 비결은 바로 머리 감기기! 미용실 초급자들이 주로 담당하는 일을 인종차별로 느낄 만큼 오래 했던 그녀는 수많은 사람의 머리를 감기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녀는 손님의 머리를 감기면서 불만을 품는 대신 두상과 머리카락 특성 등을 파악해 다양한 헤어스타일로 응용하면서 자신만의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디자인에서 말하는 두상 관찰과 머리카락 실험을 통해 고객을 생각하며 반응을 확인한 엄연한 사용성 테스트였던 것이다. 둘째는 2021년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영향력 있는 아트 앤드 스타일 부문 30명 중 유일한 한국인 창업자의 사례다. 네일아트를 좋아하지만 네일살롱에는 갈 시간이 없는 20대 여성의 개인적 고충(pain point)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3차원(3D) 모델링과 커터를 활용한 커스텀핏 스틱온 젤 네일 관련 네일아트 매니미가 이 생각에서 탄생했다. 이 또한 디자인 싱킹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제한적 환경에서 이뤄낸 창의적인 성과물이다.

생각의 몰입서 최고 디자인 탄생

홍수 속에 먹을 물이 없듯 우리는 아이디어 홍수 시대에 아이디어 고갈을 경험한다. 힘들게 찾아낸 나만의 아이디어가 이미 다른 사람의 손에서 작업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정제된 콘텐츠의 보고인 책을 읽어야 하고 전문 잡지를 구독해야 한다. 책 속에만 파묻혀 있다고 좋은 아이디어가 금방 떠오르는 건 아니다. 북 스마트가 있지만 스트리트 스마트도 있다. 한글을 어떤 이는 백과사전을 보며 익히고 어떤 이는 길가의 간판으로 이치를 깨닫는다. 21세기 영국의 다빈치로 불리는 토머스 헤더윅은 대표적인 스트리트 스마트를 실행하는 사람이다. 그는 타임지가 2010년 발명품으로 선정한 상하이 엑스포 시드성전 UK관, 롤링 브리지, 팽이처럼 생긴 스펀 의자, 그리고 런던 2층버스를 디자인했다. 그는 “디자인은 창의적인 생각과의 끝없는 대화이며 디자인은 범죄를 해결하는 탐정의 과정”이라고 했다. 상상력이 더 필요한 시대에 다이아몬드의 원석 같은 기발하고도 엉뚱한 생각이 필요하다.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세밀한 관심과 관찰이 ‘지적 호기심’을 불러온다. 코엑스에 설치된 별 마당, 명동의 백화점 거리, 콩다방 카페 등 사람들을 관찰하기에 좋은 곳이 새로운 아이디어의 발상지다. 디자인 싱킹은 사람과 그를 둘러싼 환경에 호기심과 관심을 갖고 열심히 관찰하는 데서 출발한다. 사람들의 불편을 개선하고 필요와 욕구를 알고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디자이너가 된 것처럼 사고해보자. ‘만유인력을 어떻게 발견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뉴턴은 “내내 그 생각만 했으니까”라고 답했다. 하나를 오랫동안 관찰하며 꾸준히 생각해보자. 생각의 몰입에서 최고의 디자인이 나온다.

윤주현 서울대 미대 디자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