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지만 덜 아픈 오미크론…각국 대응 수위조절 '우왕좌왕'

방역 위기감 고조되지만 경제영향·규제 피로감 탓에 머뭇거려
일부에선 정부 방역에 항의하는 과격 시위도
매우 빠른 확산 속도와 경미한 중증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이런 혼재된 특성 탓에 각국의 대응이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다. 바이러스의 광범위한 확산에 곳곳에서 방역의 고삐를 당기고 있지만 그만큼 경제에는 악영향이 불가피하고 '언제까지 이래야 하느냐'는 피로감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에선 방역 조치에 대해 논란이 일거나 정책이 갈팡질팡하는 모습도 목격된다.

AP통신은 5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가 언젠가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을 선언하겠지만, 그때까지 각국 정부 지도자들은 국민이 코로나19의 고통을 얼마나 참아낼 수 있는지를 계속 저울질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무증상 확진자의 격리 기간을 단축한 미국에서는 격리 해제 요건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앞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28일 무증상 감염자의 격리기간을 10일에서 5일로 줄였다.

무증상자는 별다른 검사 없이 마스크만 쓰면 격리에서 해제할 수 있게 했지만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은 미국의사협회(AMA)가 CDC의 결정에 대해 "혼란스러울 뿐 아니라 바이러스를 더욱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선 개학철을 맞아 학교에서 혼선이 이어졌다.

시카고에서는 이날 교사들이 대면 수업을 거부하고 나섰다. 시카고 교사 노조는 투표를 통해 확진자가 현저히 줄거나 교육 당국의 안전 조치가 마련될 때까지 대면 수업을 거부하고 원격 수업을 요구하기로 결의했다.

찬성률은 73%에 달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일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이틀 만에 이 지역 학교가 휴업하게 됐다.

이 학군에 소속된 학생은 35만명이다.

앞서 노조의 대면 수업 요구에 대해 시카고 교육 당국은 "원격수업이 아이들의 학습 능력과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거부한 바 있다.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제프리스 등 미국 월스트리트의 대형 은행들은 뉴욕시 당국의 요청으로 사무실 출근 비중을 늘릴지 고민에 빠졌다.

뉴욕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무실 출근 정상화를 압박하고 있지만, 은행 입장에선 이미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에게 주5일제 출근을 강요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항상 발 빠른 대처를 보이며 방역 모범국으로 뽑힌 이스라엘에서는 단 1∼2개월 만에 방역 정책이 여러 차례 뒤집히는 오락가락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스라엘은 관광객의 입국을 허용하다가 작년 11월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등장하자 국경을 전면 봉쇄했다.

그러다 지난 2일 다시 관광객의 입국을 허용했다.

아직 여전히 일부 국가에서 온 여행객은 입국이 금지된 채다.

이스라엘이 세계에서 처음 도입한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 이른바 '2차 부스터 샷'도 도입 여부나 접종 대상자를 두고 결정이 오락가락하다 결국 60대 이상 고령자로 대상을 확정했다.

이런 혼란스러운 정책 때문인지 일반인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는 분위기다.

네덜란드에서는 '백신 걱정 콜센터'가 등장했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야 할지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한 사람들이 하루 1천 건 이상 전화를 걸어온다고 한다.

현재 몸 상태에서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지, 혹시 백신을 접종했을 때 불임의 위험은 없는지, 백신의 부작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지 등을 묻는 전화가 대부분이다.

정부 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항의의 뜻을 표시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일 구동독 지역과 바이에른주를 중심으로 독일 전역에서 4만여명이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서 경찰과 대치했다.

지난 2일에는 네덜란드에서도 같은 취지의 시위가 벌어졌다.
카리브해의 프랑스의 행정구역 과들루프에서는 백신 반대론을 주장하는 시위대 수십 명이 한 종합병원 원장을 습격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병원장은 한때 의식을 잃기도 했다. 경찰은 시위대에 대한 처벌에 나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