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만에 잡힌 오스템 횡령직원, 미심쩍은 행적…경찰 집중수사

자금행방 추적에도 총력…공범 여부 규명도 과제
경찰이 회삿돈 1천880억원을 빼돌린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45) 씨를 고소 접수 5일 만에 전격 검거하고 자금 행방과 범행 경위를 밝히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이씨가 추적이 비교적 용이한 금괴를 매입하고 경찰 감시망 안에 있는 자택 건물에 숨어있던 점 등 납득하기 쉽지 않은 행적도 드러나 경찰 수사로 풀어야 할 의문점이 계속 쌓이는 상황이다.

6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신병을 확보한 이씨를 대상으로 정확한 범행 경위와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이씨는 이미 횡령 사실을 인정했다.지난달 18∼28일 이씨는 한국금거래소에서 1㎏짜리 금괴 851개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당국의 감시망을 피해야 하는 이씨가 굳이 무겁고 부피가 큰 금괴를 대량 매입한 점은 일반적인 거액의 횡령 사건에선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씨는 금괴를 매입할 때 거래소를 직접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경찰이 인근 폐쇄회로(CC)TV 분석 등으로 이씨 소재를 용이하게 파악했던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가 잠적한 뒤 멀리 도망가지 않고 경찰의 주요 탐문 대상인 자택 건물을 은신 장소로 골랐던 점도 의문점이다.

해당 건물은 이씨가 잠적 전에 아내에게 증여한 부동산이기도 하다.실제로 경찰은 고소를 접수받고 사흘 뒤 해당 건물을 찾아가 이씨 아내와 면담을 했다.

당시 이씨 행방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씨 아내를 보면서 경찰은 수상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처럼 범행경위에서 드러난 의문점과 관련해 "조사해봐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늘 조사를 진행한 뒤 내일쯤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횡령금의 소재를 신속히 파악하는 것도 이번 수사의 핵심 목적이다.

회사는 물론, 수 만 명의 주주들이 피해를 본 만큼 자금 추적은 경찰이 수사력을 집중하는 분야다.

현재까지 이씨가 범행 자금으로 매입했다고 알려진 금괴, 주식 등의 추정 가격을 합산해도 최대 수 백 억원에 이르며 이 자금의 행방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전날 이씨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금괴 일부를 현장에서 압수했지만 이씨가 사들인 금괴 전부를 확보하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씨는 동진쎄미켐 주식을 대거 매매했다가 손실을 본 경기도 파주의 1977년생 '슈퍼개미'와 동일인으로 추정된다.

동일인임이 최종 확인된다면 이씨가 주식 매매로 빚은 손실액은 300억원대 규모에 이른다.

이씨로 추정되는 주식거래자는 작년 10월 1천430억원으로 동진쎄미켐 주식 391만여주를 사들인 뒤, 12월까지 336만여주를 팔았다.

매도 금액은 1천112억원이었다.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이씨 추정 인물이 보유한 동진쎄미켐 주식 수는 55만주다.

이 밖에도 이씨는 아내와 여동생 등에게 증여한 건물의 근저당권을 말소시키는 데에 수 십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범행과 도주 과정에서 그를 도운 공범이 없었는지 알아내는 것도 숙제로 꼽힌다.

오스템임플란트는 거듭 이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강조했지만, 과연 조력자의 도움 없이 팀장급 직원 한 명이 이러한 거액을 빼돌리는 것이 가능하냐는 의문점은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

또 이씨가 자택 건물에 숨어있다가 발각됐지만 정작 이씨 아내는 경찰 면담에서 이씨 소재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던 점을 고려하면 가족 일가의 범죄가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경찰 관계자는 "공범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며 "압수한 금괴와 함께 지금까지 확인된 계좌 등을 전체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