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사람에 치인 '나'를 돌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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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에 관한 책사람을 아는 것은 세계를 아는 것이다. 나 자신을 아는 일이기도 하다. 새해 벽두에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도록 하는 책들이 눈길을 끈다.
《너의 아픔, 나의 슬픔》(양성관 지음, 행복우물)은 브런치(카카오의 글쓰기 플랫폼) 조회수 200만 회를 기록한 가정의학과 의사의 에세이다. 의사만큼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도 없다. 그 만남 속에 웃음과 슬픔이 공존하고, 저자는 따뜻한 시선으로 이를 바라본다. 그는 보육원 아이들은 왜 자주 아픈지 돌아보고, 조부모나 부모의 재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한다.
직장인으로서 의사의 삶도 들려준다. 저자는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뜨거운 커피를 쥐고 차가운 손을 녹이며 후후 불어가며 마실 여유 따윈 없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비행기에 타면 직업을 숨기고 술을 마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한다.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고 쓰러진 사람을 같은 건물의 의사가 응급처치를 해줬는데, 그 환자가 사망하자 책임을 함께 지게 된 사건 때문이다. 저자는 글을 쓰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병원에서 의사로서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지만, 작가로서 글을 쓰면서 많이 울고 또 많이 웃었다. 글로 나 자신을 치료했다.”
《포모 사피엔스》(패트릭 맥기니스 지음, 이영래 옮김, 미래의 창)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포모(FOMO)’를 다룬다. 포모란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Fear of Missing Out)을 뜻하는 말이다. 포모에 빠진 사람들은 세상의 흐름에 나만 뒤처지는 게 싫어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다 따라 하려고 한다. 유행하는 식당이나 호텔에 가서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남들이 돈을 벌었다는 얘기에 무작정 주식이나 비트코인에 뛰어든다.
저자는 포모가 현대인을 괴롭히는 질병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은 온종일 스마트폰을 통해 다른 사람이 뭘 하는지 관찰한다. 심하게는 스트레스와 불안, 질투, 우울함에 빠지기도 한다. 게다가 포모는 그걸로 끝나지 않고 포보(FOBO·Fear OF Better Options)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어떤 선택도 내리지 못하는 단계다. 언제나, 어딘가에 더 좋은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다. 저자는 건강한 삶을 위해 포모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결단력을 키우고 ‘놓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라고 조언한다.
《임포스터》(리사 손 지음, 21세기북스)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도록 만드는 교육에 일침을 날린다.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늘 완벽해야 해’ ‘처음부터 잘해야 해’와 같은 말을 들으며 자란다. 도가 지나치면 아이들은 가면을 쓰기 시작한다.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고, 남이 좋아하는 모습만 보여주려 한다. 겉으론 올바르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지만, 속은 시들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저자는 ‘빠르게, 쉽게, 실수 없이’ 배우는 것이 좋은 학습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실수와 성공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좋은 성적을 받아왔을 때 ‘우리 애는 모르게 없네’라고 하기보다 ‘이번 시험에서는 뭐가 어려웠어?’ 하고 묻는 식이다. 배움의 결과가 아니라 새로운 학습을 유도하는 칭찬이어야 한다. 또한 아이가 잘 모른다고 해서 금세 포기하기보다 기다려주는 용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 자신이 먼저 가면을 벗어던지는 것이다. “나는 가면으로부터 자유로운 어른들이 아이들의 마음에 건강한 믿음을 불어넣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은 비록 거북이처럼 느리고 실수투성이더라도 끝내 자기만의 방식대로 성공의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말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