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용품 만들다 車부품으로 주력 바꿔도 '가업상속 공제'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

신사업 진출 막았던 업종 제한
제조·건설업 등 '대분류'로 확대
영농법인, 어업 전환시에도 혜택
욕실용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와토스코리아는 지난해 신사업으로 검토하던 절수형 양변기 및 비데 시장 진출을 포기했다. 기존에 하던 사업을 이어가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업상속공제 기준이 문제였다. 한국표준산업 분류표상 양변기 코드는 23, 비데 코드는 28로 기존 사업인 욕실용 플라스틱 제품 코드(69)와 달랐기 때문이다.

송공석 와토스코리아 대표는 “올해 나이가 칠순으로 회사를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지만 자녀들이 새로운 사업을 하기가 힘들다”며 “승계 와중에 영위 업종이 바뀌면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가업을 승계하는 경영인들은 다음달 중순께부터 이 같은 고민을 덜게 됐다. 다음달 중순께 상속증여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적용되면 가업상속공제 관련 가업 인정 요건이 크게 완화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따르면 가업을 승계하는 경영인들은 표준산업 분류표의 대분류 내에만 해당되면 가업 승계로 인정받아 해당 세액 공제도 받을 수 있다. 대분류는 제조업, 건설업, 도매 및 소매업, 농업 및 어업 등이다.

이에 따라 와토스코리아는 양변기나 비데가 아니라 자동차나 철강을 생산하더라도 대분류 내에서 업종을 변경하는 것인 만큼 가업상속공제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 대규모 영농법인을 상속한 농업인이 개인 사정으로 어업을 하게 되더라도 마찬가지로 관련 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가업상속공제는 부모가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을 승계하는 자녀 및 친인척 등에게 적용된다. 기존 경영 기간이 길수록 공제 금액은 커져 500억원까지 상속세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아버지가 2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을 아들이 승계할 경우 기업 지분 가치 300억원까지는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상속 전 사업에 대해서만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다. 가업을 상속한 뒤에는 2세 경영자가 대분류 내에서 업종을 바꾸고 싶더라도 7년간은 제한을 받는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수입을 하던 무역업체가 국산화의 필요성을 느껴 직접 생산에 나설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완화된 규정을 적용해도 가업승계 상속을 받지 못한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업종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업종 제한 자체를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또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에 유치원을 추가했다. 보육 인프라의 안정적인 지원을 위해 교육서비스업에 사립 유치원이 추가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역시 다음달 중순 이후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