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덮친 평택 냉동창고 신축현장…또 소방관 참사

큰불 잡히고 잔불 다시 확산
고립된 소방관 3명 목숨 잃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데자뷔'

< 구급차에 실려갔지만… > 6일 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실종됐던 동료 소방관을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이날 화재 진압에 나섰다가 연락이 끊긴 소방관 세 명은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소방관들은 큰불이 한 차례 잡힌 뒤 남아 있던 잔불이 빠르게 재확산하면서 고립돼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경기 평택시 청북읍의 한 냉동창고 신축 공사현장에서 화재 진화작업을 벌이던 소방관 세 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사고는 먼저 붙었던 큰불이 한 차례 잡힌 뒤 남아 있던 잔불이 다시 확산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작년 6월 있었던 쿠팡의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를 연상시킨다는 게 산업계의 시각이다.

6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22분께 7층짜리 냉동창고 건물 2층에서 쓰러져 있는 소방관 두 명을 수색팀이 찾아냈다. 이들은 발견 당시 숨진 상태였다. 12시41분께 다른 소방관 한 명의 시신도 앞서 발견된 이들과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됐다.

이번 불은 전날 오후 11시46분께 최초 신고가 접수됐다. “건물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에 따라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에 나섰다. 이후 이날 오전 6시32분께 큰불을 끄고 오전 7시10분 대응단계를 해제했다.

하지만 사그라들었던 불씨가 갑자기 다시 확산했고, 오전 9시21분 대응 2단계가 발령됐다. 대응 1단계는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경보령이고, 2단계로 격상되면 인접 5~6곳 소방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한다. 숨진 소방관 세 명은 진화 작업 중 불이 급격히 재확산하는 과정에서 고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불은 처음으로 화재가 발생한 지 19시간 만인 6일 오후 7시19분께 완전히 진화됐다.

소방관들이 숨진 경위는 작년 6월 쿠팡의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례와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장비 60여 대와 인력 150여 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불길이 누그러지면서 경보령을 순차적으로 해제했지만 갑자기 불길이 치솟으면서 건물 내부 진화작업을 벌이던 소방관 한 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에 불이 난 곳은 연면적 19만9762㎡ 규모 7층짜리 냉동창고 신축공사 현장이다. 불이 시작된 1층에선 바닥 타설과 미장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소방청에 따르면 순직 소방관 3명에 대한 영결식은 8일 오전 10시 평택 이충문화체육관에서 거행된다. 소방청은 순직자에 대해 옥조근정훈장과 1계급 특진을 추서하고,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등의 예우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순직 소방관은 영결식 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평택=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