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차별 문화가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진 파키스탄에서 처음으로 여성 대법관이 배출될 전망이다. 7일 돈(DAWN) 등 파키스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파키스탄사법위원회(JCP)는 전날 라호르 고등법원의 아예샤 A. 말리크(56) 판사를 대법관으로 임명하는 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말리크 판사는 의회 위원회의 동의 등만 거치면 파키스탄 사상 처음으로 대법관으로 정식 임명된다.
임기는 10년이다. 이에 대해 여당 의원인 말리카 보크하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유리천장 분쇄를 위하여"라고 쓰며 말리크 판사를 축하했다.
또 다른 의원인 알리아 함자 말리크도 이것은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수적인 변호사와 일부 법관 등 법조계 상당수는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말리크 판사가 연공 서열을 토대로 한 후보 추천이 무시된 채 발탁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말리크 판사가 추천 순위에서 상위 3명에도 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말리크 판사는 지난해 9월에는 이같은 이유 등으로 사법위원회의 대법관 임명 심사에서 탈락한 바 있다. 여러 변호사 단체는 말리크 판사에 대한 대법관 임명이 강행될 경우 파업을 벌이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들은 여성이 대법관이 되는 상황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변호사이자 인권 운동가인 이만 마자리 하지르는 로이터통신에 말리크 판사의 성별이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교가 이슬람교인 파키스탄에서는 보수적이며 편향된 여성관이 사회 곳곳을 지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은 세계경제포럼(WEF)이 성별 격차를 지수화한 성 격차 지수(GGI·Gender Gap Index)에서 지난해 156개 나라 가운데 153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차별이 심각한 나라로 꼽힌다. 자르미네흐 라힘 변호사는 뉴욕타임스에 여성 대법관의 탄생은 가부장제와 퇴행적인 이슬람 율법 해석 등으로 여성이 속박당한 가운데 거둔 작은 진전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