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억 먹튀' 초유의 사태 벌여놓고 또…카카오페이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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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카카오페이 경영진 '먹튀 논란'류영준 대표 등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상장 한 달도 안된 시점에 900억원어치의 보유 지분을 대량 매각하면서 불거진 '먹튀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영진이 이달 초 뒤늦게 공개 사과에 나섰지만, 주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인 상태다. 사과문에 담긴 내용이 변명거리에 불과하다는 비판과 류 대표의 추가매각 계획이 알려지면서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번지고 있다.
공개 사과에도 주주들 비판
카카오 노조, 류 대표 선임 철회 요구
경영진 추가 입장 표명 계획 없어
류 대표, 상반기 주식 전량 매각 예정…1200억원 이상 현금화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류 대표는 상반기 중으로 카카오페이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할 예정이다. 주식 매각 목적으로 제시한 이해상충 방지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차기 카카오 대표로 내정된 상태다. 이는 지난해 12월 10일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통해 취득한 카카오페이 주식 23만주를 시간 외 매매 방식으로 매도한 데 이은 추가 조치다. 당시 1주당 매각 대금은 20만4017원으로, 총 매각 대금은 469억원이었다. 매도에 따른 매각 차익은 457억원에 달한다. 이날 류 대표와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내정자를 비롯한 8명의 경영진은 총 900억원어치의 주식 44만여주를 매도해 '먹튀 논란'을 자초했다.
파장은 컸다. 지난달 9일 20만8500원이던 카카오페이 주가는 경영진의 대량 매각 소식이 알려진 같은 달 10일부터 3거래일간 14.3% 폭락했다. 이달 들어서는 주가가 15만원대로 주저앉으면서 무려 26.3% 급락했다. 주주들의 피해가 커지면서 류 대표와 신 대표 내정자는 지난 4일 카카오페이 지분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주식을 대량 매각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시기가 늦었을뿐더러, 사과문 내 주가 하락에 따른 구체적인 보상 계획이 담기지 않으면서 오히려 주주들의 반발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했다.증권가에서는 시선이 곱지 않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집단을 이루는 경영진이 한날에 보유 주식을 대량 매각하는 사례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카카오페이가 상장한 지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 그것도 코스피200에 처음 편입된 날 이뤄졌다는 점에서 비난이 컸다. 호재로 여겨지는 재료를 두고 경영진들이 앞다퉈 주식을 대량 매각한 것이기 때문이다. 먹고 튀었다는 단어인 '먹튀'라는 비판도 이 때문에 나왔다.류 대표가 작년 12월 스톡옵션 23만주를 행사해 현금화한 규모는 약 469억원에 달한다. 남아있는 스톡옵션(48만주)을 카카오 대표 취임 전에 전부 행사하게 되면, 1200억원 이상을 현금화하게 된다.
조직 내부의 반발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 지회(카카오 노조)는 지난 6일 류 대표의 차기 카카오 대표 선임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카카오 노조는 구체적으로 카카오 지분 7.42%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의 원칙)를 발동해 주주총회에서 류 대표 선임 안건에 반대 표결을 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대표 선임 철회 이유로는 회사 경영자로서 윤리의식이 결여됐다는 점을 꼽았다.
회사 안팎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일단 카카오페이 경영진은 몸을 사리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사과문 이후 추가적인 입장 표명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은 류 대표가 조만간 주식 전량 매각에 나설 것이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상당한 파장이 이어질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장기 보유 의사가 있는 기관에 주식을 매각하고 일정 기간 보호 예수를 설정하는 등의 리스크 최소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현재 이외 추가로 정리된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이번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보유 지분 대량 매각 사태가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 하락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카카오페이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대단히 높았던 시점에서 경영진의 기회주의적 행태로 주가의 폭락했고, 이에 대한 피해가 주주에게 온전히 전가된 만큼 비난을 피할 수 없다"며 "이번 사태는 향후 이어질 수 있는 대형 IPO 종목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를 높이고 시장의 신뢰도를 훼손시키는 안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