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샤오미폰 '진핑·티베트' 등 민감어 2천개 감지"

대만에서 팔린 중국 샤오미(小米) 스마트폰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이름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하다고 여겨지는 단어를 감지하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대만 정부가 밝혔다.

7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대만 국가통신전파위원회(NCC)는 전날 밤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샤오미 MI 10T 5G 기종을 전문 기관에 맡겨 분석한 결과 안에 '진핑'(近平), '차이잉원', '6·4사건'(텐안먼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 사건), '대만 독립', '민진당', '중국국민당', '자유 티베트'(自由西藏), '홍콩독립매체' 등의 정치적 민감어를 검사하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NCC는 중국어 간자체, 번자체, 영어에 걸쳐 감지 대상으로 지정된 단어가 2천여개에 달했다면서 이런 기능이 관련 콘텐츠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거나 이용자들의 관련 단어 열람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에서 탑재된 것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NCC는 현재는 샤오미 스마트폰에서 이런 기능이 사라졌지만 제조사 측이 언제든 원격 조작을 통해 검사 기능을 작동시킬 수 있다면서 대만 사용자들에게 주의를 촉구했다.

이번 조사는 작년 리투아니아 정부가 유사한 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을 계기로 진행됐다. 리투아니아 국방부 산하 사이버보안 기구는 작년 9월 유럽에서 팔리는 샤오미의 Mi 10T 5G에 '대만 독립' 등 민감한 단어를 감지해 검열하는 기능이 있다면서 대상 단어가 499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당시 샤오미는 리투아니아 이용자의 통신을 검열하지 않는다고 반박하면서 리투아니아 측 발표에 반발한 바 있다.

박리다매를 통한 가격 대비 성능비를 앞세운 샤오미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미국 정부의 고강도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중국 화웨이(華爲)의 빈자리를 차지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샤오미는 작년 2분기 잠시 애플을 제치고 삼성에 이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2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달 펴낸 보고서에서 내년 샤오미가 처음으로 2억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삼성과 애플에 이어 출하량 3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