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기존 기술 강점에 소프트웨어 더해 IT업체와 경쟁"

CES서 메타버스·신기술 접목 전시관 꾸려…R&D 부문장 간담회
"현대차와의 자율주행 협업은 계속"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2'에서 메타버스와 e-코너 모듈 등 신기술을 활용해 꾸며진 현대모비스 부스는 '맏형' 격인 현대차 부스와 함께 가장 핫한 전시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관람객들은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메타버스 공간 '엠.비전 타운'에 입장해 전시 제품을 관람했고, CES에서 처음 공개된 도심 공유형 모빌리티 콘셉트카 '엠.비전 팝'에도 탑승해 좌우로 움직이는 스티어링휠을 체험했다.
특히 바퀴가 90도로 꺾이며 게처럼 옆으로 주행하는 '엠. 비전 투고'가 평행 주차를 시연하자 관람객들이 환호성을 터트리기도 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CES에서 주목받은 모빌리티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의 전통적인 부품업체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합한 모빌리티 플랫폼 선도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모비스 연구개발(R&D) 부문장 천재승 상무는 지난 6일(현지시간) CES 현장에서 한 취재진 간담회에서 "현대모비스는 기존에 갖고 있던 메커니컬 강점에 소프트웨어 부분을 함께 통합시켜 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생태계 조성에 집중하고, 인력 충원에 더해 직원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기준 현대모비스의 R&D 인력은 총 5천984명에 달한다. 천 상무는 소프트웨어 강화를 어떤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는 완성차제조업체와 정보기술(IT) 기업 간의 경쟁과 같다"면서 "차를 원하는 사람도 있고,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을 원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답했다.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라이다 1위 업체인 벨로다인에 전략적 투자를 하고, 러시아 IT 기업인 얀덱스와 함께 레벨4 자율주행 로봇 택시를 개발하는 등 자율주행 분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 현대차의 첫 레벨3 자율주행차가 될 제네시스 G90에도 현대모비스의 제어기가 탑재된다.

천 상무는 "G90에는 자율주행 기술 중 특히 주차 쪽에서 현대모비스의 제어기가 들어갔다"며 "현대차와의 자율주행 협업은 계속 계획돼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되는 것도 지속해서 파악해 확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빛으로 주변 물체와 거리를 감지하는 라이다 분야에 대한 투자가치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선 "CES에서 나타났지만, 라이다 회사들은 큰 스케일로 부스를 운영했다"며 "가격 면이나 원거리 부분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많은 발전이 있어 상용화에 가까워지는 느낌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가 선행 개발에 성공해 CES에서 선보인 e-코너 모듈은 자동차의 조향·제동·현가·구동 시스템을 바퀴 하나에 접목한 기술로, 옆으로 가는 크랩 주행과 제자리턴도 가능하게 한다.

이 모듈은 엠.비전 팝과 엠.비전 투고에 모두 탑재됐다.
천 상무는 "엠. 비전 팝에 들어간 e-코너 모듈은 콘셉트 모델로 작동 위주이지만 설계 기반은 차량 등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용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은 PBV의 저속 도심 주행이고, 향후 5년 뒤 실제 차 형태로 볼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e-코너모듈을 스케이트보드형 모듈로 출시할 계획에 대해선 "스케이트보드형 모듈에 무엇을 붙이냐에 따라 차량에 대한 정의를 할 수 있다"며 "엠.비전 팝은 2인용 모빌리티에, 엠.비전 투고는 딜리버리용 트렁크나 물류 쪽에 맞게 콘셉트를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CES에서 자동차와 가전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많았던 것과 관련해 천 상무는 "가전 쪽과 통합된 소프트웨어를 만들겠다는 고민은 아직 없다"며 "플랫폼을 잘 깔아서 애플리케이션이 잘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