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이 제작도, 매니지먼트도 하는 이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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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제작 정우성배우가 아닌 제작자다.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에서 정우성이 맡은 역할이었다. 이름뿐인 제작이 아닌 기획 단계부터 캐스팅까지 꼼꼼하게 챙겼을 뿐 아니라 매일 촬영장에 나가 현장을 살폈다고. '고요의 바다'에서 시선을 사로잡았던 달 표면은 정우성이 빗자루를 들고 한 회 한 회 비질을 한 덕분에 완성됐다는 후문이다.
배우에서 매니지먼트사 대표, 제작까지
"급변하는 세상, 어떤 준비할 지 고민"
'고요의 바다'는 정우성이 영화 '나를 잊지 마세요'에 이어 두 번째로 제작한 작품. '나를 잊지 마세요'에서는 주연 배우로도 출연했지만, 이번에는 "시선이 분산되는 게 싫었다"면서 오롯이 제작자의 역할에 충실했다. 그 역시 "완벽하게 제작자로 참여한 프로젝트"라고 소개했을 정도.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체크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했던 시간"이라고 돌아봤던 정우성은 "역시 제작은 많이 어렵다"면서 웃음을 보였다.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이 고갈된 지구를 배경으로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희망을 갖고 대한민국 최초의 달 탐사기지였던 발해기지를 찾는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동명의 단편 영화를 원작으로 했고, 단편과 마찬가지로 최항용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정우성은 "물을 찾는 과정이 흥미로웠다"는 단순한 이유로 '고요의 바다' 장편 제작을 결심했다. 우주 생물학자 송지안(배두나), 탐사 대장 한윤재(공유), 수석 엔지니어 류태석(이준), 팀 닥터 홍닥(김선영), 보안 팀장 공수혁(이무생), 우주선 조종사 김썬(이성욱)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이들의 촘촘한 관계 뿐 아니라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을 모은 것도 정우성이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마주친 배두나에게 정우성이 건넨 인사가 "시나리오는 읽어 봤냐"였을 정도.
정우성은 "단편을 바라보는 관용도와 상업적인, 산업 안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이해도가 달랐다"며 "이걸 어떻게 채워나갈지를 고민하고, 그 안에 서사와 관계성을 채워가는 게 주된 작업이었다"고 '고요의 바다' 사전 작업 단계에 대해 설명했다. "처음엔 장편 영화로 기획했어요. 한국형 미스터리, 스릴러의 분위기가 있어서 도전하고 싶었죠. 그런데 영화를 위한 얘길 나누다 보니 자꾸 안정적인 코드를 넣게 되더라고요. 다소 무모해보이더라도 도전적인 게 이 작품의 의미인데, 그게 훼손된다면 세계관이 완성될 수 있을지 고민이 컸어요. 그래서 해외 투자배급사를 찾게 됐고, 넷플릭스와 얘길 나누면서 시리즈로 기획하게 됐죠. 도전의 연속이었어요."
넷플릭스를 통해 '오징어게임'이 기록적인 흥행을 세웠고, 이후 공개된 '마이네임', '지옥' 등의 작품 등도 독특한 색깔로 호평받았다. '고요의 바다' 역시 우주 SF 드라마라는 장르에 새롭게 도전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장르적인 특성보다는 휴먼 드라마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호불호가 불거지기도 했다.
제작자 정우성은 "호불호가 나뉠거라 생각했다"면서도 그 피드백을 직접 경험하고 난 후 "왜, 어떤 부분을 안좋게 보는지 냉정하게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징어게임'을 기준으로 콘텐츠를 평가해선 안된다"며 "그런 시선이 빨리 깨져야 한다"면서 웃었다. "너무 가혹해요.(웃음) '오징어게임'은 '현상'이었어요. 그런 작품이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몇 개나 되나요. 함부로 가질 수 없는 우연한 현상이죠. 제작자나 감ㄷ고이 의도해서 다가갈 수 있는 그런게 아니에요. 그런 기준으로 모둔 작품을 본다면, 고유의 재미나 메시지를 놓치지 않을까 싶어요."
정우성은 '오징어게임'을 이끈 이정재와 함께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인 아티스트컴퍼니와 제작사인 아티스트스튜디오를 이끌고 있다. 정우성의 차기작은 이정재의 첫 연출작 영화 '헌트'이며 '오징어게임' 미국 프로모션 당시 함께하기도 했다. '고요의 바다' 엔드 크레딧의 고마운 사람들에 이정재의 이름이 가장 크게, 빨리 올라왔을 정도.
1999년 개봉한 영화 '태양은 없다'로 인연을 맺은 정우성, 이정재는 20년이 넘게 우정을 이어오면서 '소울메이트'를 넘어 '청담 부부'로 불릴 정도다. 정우성은 이정재에 대해 "전적으로 옆에서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사람"이라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줘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거 같다"고 신뢰를 드러냈다. 단순한 동료 관계를 넘어 아티스트컴퍼니를 함께 개업해 사업 파트너로도 함께하고 있는 정우성과 이정재다. 두 사람은 최근 컴투스와 자회사 위지윅스튜디오가 아티스트컴퍼니의 지분 51%를 포함한 경영권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나란히 주목받기도 했다. 컴투스, 위지웍스튜디오의 아티스트컴퍼니 인수 금액은 약 1050억 원. 이 계약을 통해 위지웍스튜디오와 컴투스가 아티스트컴퍼니의 최대 주주에 올랐고, 이정재와 정우성은 각각 2, 3대 주주가 됐다.
정우성이 지분을 넘긴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배우로 연기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왔지만, 그는 "대규모 자본의 투입, 산업과 산업간의 교류를 요구하는 시대가 왔고, 그런 시대에 맞춰 어떤 준비를 할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티스트스튜디오, 아티스크컴퍼니의 작품 활동에 매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도약의 의미로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