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젠더 갈라치기에 휘말릴라"…'이대녀'에도 손내미는 이재명

"페미니즘, 나은 세상 위한 노력"…이대남·이대녀 사이 '줄타기'
"참전 않겠다" 선그었지만 침묵도 어려워…득표영향 두고는 내부 고민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페미니즘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며 '이대녀(이십대 여성)'를 비롯한 젊은 여성 유권자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이 후보는 지난 7일 여성 인권, 페미니즘 등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에 출연한 데 이어, 9일에는 마포구 카페에서 청년들과 만나 "페미니즘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언급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앞세워 '이대남(이십대 남성)'을 향해 공격적으로 구애하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행보와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행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40∼50대에서 이 후보, 60대 이상에서 윤 후보가 각각 우위를 점하지만, 20∼30대 사이에서는 후보 선호도가 뚜렷하지 않고 부동층이 여전히 두 자릿수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비중이 크다.윤 후보 측은 이런 상황에서 윤 후보 측이 20∼30대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젠더 뇌관을 건드려 '이대남'의 호응을 끌어내고, 젊은 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승기를 가져가려 한다는 게 민주당과 이 후보 측의 분석이다.
이 후보 측은 윤 후보의 행보를 '성별 갈라치기'로 규정, 이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으면서 공약과 일정 등을 통해 20∼30대 여성을 향한 손짓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권혁기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입장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낼 계획이 없다"며 "선거를 진흙탕으로 끌고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슈에 참전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도 "대통령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지 특정 세대나 집단을 보면 안 된다"며 "지도자는 국가를 통합해야 하는데, 젠더 갈등을 심화하는 윤석열식 정치는 하류 정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현실에서는 여성에 대한 불평등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 후보는 여성이 안전한 사회, 20대 여성에 공정한 기회를 주기 위한 공약을 반복해서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진보진영이 전통적으로 페미니즘 운동을 지지해왔다는 점 역시 이 후보로서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참전'하지 않기로 했다고 해서 무조건 '침묵'을 이어간다면 진보진영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이날 오후 일하는 여성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어 여성들의 경력단절과 직장 내 차별 문제, 워킹맘의 고충 등을 경청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후보의 이같은 행보가 실제로 득표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에서도 고민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대녀'의 경우 '이대남'에 비해 최근 정치권의 젠더 논의 등에 상대적으로 즉각적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의 행보가 '이대남'을 자극할 경우 득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선대위로서는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선대위 관계자는 "20∼30대 여성 가운데 정치에 관심이 적은 유권자의 경우, 이 후보의 행보가 얼마나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젠더 문제로 각을 세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