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넘봤는데…카카오그룹株, 잇단 악재에 100조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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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 우려 전망에한때 LG그룹과 현대차그룹을 바짝 뒤쫓던 카카오그룹의 시가총액이 100조원 아래로 무너졌다.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 우려에 경영진 리스크까지 악재가 이어지자 주가가 연일 큰 폭으로 하락했다. 유독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던 카카오그룹주들은 신뢰 하락과 함께 주가도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경영진 리스크 등 악재 지속
작년 12월 시총 113조원→93조원대로 '급감'
10일 카카오는 전 거래일 대비 3400원(3.4%) 하락한 9만6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그룹주인 카카오뱅크(-7.09%), 카카오페이(-3.26%), 카카오게임즈(-0.13%) 등도 일제히 주가가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10일 기준 카카오그룹의 시총은 약 93조6869억원을 기록 중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카카오 43조745억원 △카카오뱅크 24조2806억원 △카카오페이 19조5846억원 △카카오게임즈 6조7471억원 △넵튠 8224억원 순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11월 3일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입성으로 계열 상장사 합산 시가총액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삼성그룹과 SK그룹, LG그룹, 현대차그룹에 이어 그룹 합산 시가총액 5위에 해당한다. 재벌이 아닌 기업집단이 시총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12월14일에는 자회사들의 주가 상승에 힘입어 카카오그룹의 시총은 113조원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주가 하락이 가팔라지면서 카카오그룹 시총은 10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카카오그룹 시총이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카카오를 비롯한 자회사의 주가가 빠지고 있어서다.최근 카카오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증권가 시장 전망치를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의 목표가를 각각 18만원에서 16만원으로, 16만원에서 14만5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정호윤·안도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 하향은 텐센트와 코인베이스의 밸류에이션 하락으로 카카오톡과 두나무의 가치를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규제 리스크가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카카오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양당 대선후보들도 '빅테크'에 대한 규제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위험을 안고 있다.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카카오에 집중된 정부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라며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을 발표한데 이어 여당 대선 후보 역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최소 대선까지 카카오에 대한 투자 심리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여기에 지난해 카카오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된 류영준 공동대표 내정자의 '먹튀' 논란도 가세했다. 카카오는 이날 차기 대표로 내정된 현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자진 사퇴했다고 공시했다. 카카오 측은 "자사 이사회는 최근 임직원들이 다양한 채널로 주신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숙고해 이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류 대표는 작년 11월25일 카카오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됐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동대표 자리에서 임기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카카오페이 상장 약 한 달 만인 작년 12월10일 경영진과 함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통해 취득한 카카오페이 주식 900억원어치를 시간 외 매매 방식으로 매도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이날 류 대표가 현금화한 총 매각 대금은 469억원이었다.파장은 컸다. 지난달 9일 20만8500원이던 카카오페이 주가는 경영진의 대량 매각 소식이 알려진 같은 달 10일부터 3거래일간 14.3% 급락했다. 이달 들어서는 주가가 15만원대로 주저앉으면서 무려 26.3% 급락했다. 주주들의 피해가 커지면서 류 대표와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내정자는 지난 4일 카카오페이 지분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주식을 대량 매각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시기가 늦었을뿐더러, 사과문 내 주가 하락에 따른 구체적인 보상 계획이 담기지 않으면서 오히려 주주들의 반발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했다. 조직 내부의 반발 여론도 컸다. 카카오 노조는 류 대표가 국회에서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법'까지 논의되는 상황을 초래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카카오는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와 임직원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차은지,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