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40% 돌파 승부수? 이재명, 젠더 갈등 속 女心 공략

여성 친화적 메시지로 차별화

일하는 여성 돕는 벤처와 간담회
"네덜란드처럼 남성 육아휴직 확대
육아부담 줄여 女 경제활동 촉진"
여가부 폐지 주장엔 "대안 말해야"

野 "이재명 삶, 페미니즘과 무관
여당 젠더문제 얘기할 자격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대방동 스페이스살림에서 열린 ‘일하는 여성을 위한 스타트업 대표 간담회’에서 참석자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일과 가정의 양립, 직장 내 여성 차별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라며 남성의 육아휴직 확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 등 ‘이대남(20대 남성)’을 공략하는 것과 달리 여성 친화적 메시지를 통해 차별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직장 내 여성 차별 여전히 심각”

이 후보는 이날 서울 대방동 스페이스살림에서 열린 ‘일하는 여성을 위한 스타트업 대표 간담회’에 참석해 남녀 간 임금격차, 여성의 경력 단절 등에 대해 국가가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게 하는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하는 등 가정에서 남녀 역할을 평등하게 만들어 여성의 경제 활동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이 후보는 과거 “네덜란드 어딘가는 강제로 (남성 육아휴직을) 한다. 아빠가 이용하지 않으면 엄마도 이용을 못 하게 페널티를 준다”며 “아빠가 이용 안 하면 부부가 다 손해를 보게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도 도입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 발언도 그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이날 간담회와 관련해 “또 여성 편을 들러 가는 게 아니냐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 참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간담회에는 가사도우미 파견, 돌봄 교육 매칭 플랫폼, 금융·재테크 관련 뉴스 콘텐츠 등 여성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선 “‘폐지한다, 반대한다’를 넘어서 대안을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며 “남녀 간에 차별적 요인이 있다면 시정해야 하는데, 이걸 정치적인 목적으로 활용하거나 자극하는 것은 절대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여성 표 없이 대선 승리 불가능”

이 후보는 최근 여성 친화적 메시지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9일 대학생들과의 만남에선 “페미니즘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했다. 7일에는 진보 성향 매체인 ‘닷페이스’와 영상 인터뷰를 했다. 해당 매체는 주로 성소수자나 젠더 이슈, 취약계층 등을 주로 다루고 있어 여권 내부에서도 출연 결정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선대위 내부에서는 이 후보가 40%대 지지율에 안착하기 위해선 젠더 갈등 문제에서 포용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 후보가 현장에서 연일 “젠더 갈등 문제는 본질적으로 저성장으로 인한 기회의 부족 때문에 발생했다”고 강조하는 것도 한쪽 편을 들기보다 경제 성장을 통해 갈등 자체를 해소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2030 여성 세대는 지난 대선에서 주요 연령·성별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계층”이라며 “이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만큼 당시 문 대통령 수준의 지지를 얻기는 어렵겠지만 이들을 완전히 저버린다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2030 남성 내부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정치 고관여층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野 “이재명 페미니즘, 복어 알 삼키기”

국민의힘은 과거 주요 인사들이 성추문에 연루된 민주당이 젠더 문제 해결을 주장할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여가부 폐지에 대한 공개 토론을 제안했고, 민주당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 후보의 삶이 페미니즘과 호환되는 삶인지 모르겠다”며 “민주당 인사들이 과거에 본인이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했다가 사고가 터져서 시장직을 내려놓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냥 복어 요리 자격이 없는 사람이 주변의 꼬임에 따라 복어 알을 한 숟가락 입에 넣는 과정”이라고 비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