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인사 조문 행렬 이어진 배은심 여사 서울 분향소(종합)

설훈·소병철·윤호중 등 민주 의원…종교계 인사도 발걸음
이한열 열사 모교 연세대서 '추도의 밤' 행사
고(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의 서울 분향소가 차려진 마포구 노고산동 이한열기념관에는 10일 온종일 각계 인사와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한열기념사업회 등은 '민주의 길 배은심 어머니 사회장 장례위원회'를 꾸려 배 여사의 빈소가 차려진 광주 조선대병원 장례식장 외에 이한열기념관에도 분향소를 설치했다.

당초 이 열사 모교인 연세대 한열동산에도 분향소를 두기로 했으나 이날 오후 추도식 행사만 진행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장례위원회는 이한열기념관 3층에서 조문객들의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와 체온을 확인한 뒤 한 번에 최대 7명만 추모하도록 안내했다. 이한열기념사업회에서 2009년부터 선발한 '이한열 장학생' 출신 시민 일부는 오전 일찍부터 자발적으로 나서 분향소 설치와 운영을 도왔다.

2019년에 장학금을 받은 김평강(26·서강대)씨는 "배 여사를 두어 번 뵀는데 차분하면서도 올곧으신 분이라 느꼈다.

따뜻한 말씀도 많이 해 주셨다"며 "먹먹하지만, 여사의 뜻을 잇는 이들이 있기에 슬퍼만 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오후 들어서는 정치권 인사들도 연이어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오후 1시께 조문한 뒤 취재진과 만나 "재작년 배 여사를 마지막으로 뵀을 때 건장하셨는데 갑자기 가실 줄 생각도 못 했다"며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회장을 지내기 전부터 조직을 잘 이끌어가면서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민주유공자법)을 지난해 공동 발의했던 설 의원은 "대선이 끝난 뒤 곧바로 민주유공자법을 법사위에서 심사한 뒤 본회의에 부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방문한 민주당 소병철 의원은 "평생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 오셨는데, 우리가 아직도 넘어야 할 민주화의 숙제가 많아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도 임오경, 신현영, 정필모, 이수진(비례) 의원 등과 함께 조문했다.

윤 원내대표는 "배 여사는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기도 하지만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모든 사람의 어머니"라며 "작년 12월 초 국회 앞에서 농성하실 때도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당부했는데 못 보시고 떠나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민주당 의원은 원혜영, 정태근 전 의원과 분향소를 찾아 "가장 선두에 서서 민주주의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기셨고, 특히 노동자들의 아픔에 함께했다"고 배 여사를 회고했다.

오영식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정봉주 전 의원 등도 조문했다.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선후보도 조문하며 "대선이 끝나면 이한열 재단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종교계 인사도 속속 분향소를 찾았다.

기독교계 원로 김상근 목사는 "6월 항쟁 때부터 함께 역사를 걸어왔는데 황망히 가셔서 안타깝다"며 "어머니 뜻을 잘 받들어 좋은 세상을 만들자"고 말했다.

청화 스님은 "제가 유가협 후원회장을 지내며 오랫동안 고인을 만났다.

이한열의 삶을 대신 살아낸 민주주의의 어머니라 생각한다"며 "아픔을 거쳐 오늘의 민주주의가 이뤄진 만큼 앞으로 절대 후퇴하지 않고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양한웅 집행위원장은 "어머님이 길에서 두려움 없이 노동자와 함께 온몸으로 앞장서셨기에 그나마 민주화가 이 정도 온 것 같다.

극락왕생하시길 바란다"고 추모했다.

6월 민주항쟁을 그린 영화 '1987'로 배 여사와 인연을 맺은 제작사 '우정필름' 이우정 대표는 "고생이 많으셨고 편안히 쉬셨으면 좋겠다.

우리는 남은 자로서 그분들을 잊지 않고 열심히 살겠다"고 했다.

세 살 자녀의 손을 잡고 온 부모, 동기들과 함께 온 대학생 등 시민도 분향소를 찾아 추모를 이어갔다.

분향소에는 이한열장학생 일동,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 박홍근 의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등이 보낸 조화가 놓였다.

오후 6시께까지 약 200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7시에는 이 열사의 모교 연세대 내 한열동산에서 열린 '추도의 밤' 행사에 200여명이 모였다.

일부는 손에 촛불을 들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박병언 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 이사장은 "배은심 어머니는 처음에는 이한열 어머니였지만 전국 현장에서 당신 스스로가 민주주의 활동가로 살아갔음을 목격했다"며 "열사의 희생에 대한 미안함이 시간이 흘러 희미해졌을 때, 초라하고 민망한 추모제가 열렸을 때 어머님이 항상 곁을 지켜주셨다"고 회고했다.

이 열사를 추모하고 뜻을 잇는 취지로 연세대 학생들이 구성한 단체 '열의걸음' 강새봄 대표는 추도사에서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 한편에 자존심을 주시는 든든한 존재였다"며 "어머니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 시대의 일을 묵묵히 해내는 청년으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배 여사는 전날 오전 5시 28분 조선대병원에서 향년 82세로 별세했다.

최근 급성 심근경색으로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가 다시 쓰러진 끝에 병원에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배 여사는 11일 발인과 노제 이후 아들 이한열 열사가 묻혀 있는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 안장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