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윤의 정책프리즘] 4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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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수립이 진행 중이다. 4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의 흐름과 주요 내용들을 잘 이해한다면 정부 정책의 미래모습을 추정할 수 있다. 또한 계획이 아직 수립과정에 있으니 과학계나 산업계의 관점과 입장에서 계획안에 오해나 착오가 있어 보이는 사항에 대해서는 피드백을 제공해야 할 필요도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중심으로 관련 위원회 등에서 토론 중인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4차 생명공학육성계획의 전제 :
생명공학의 현실과 정부 정책의 지향
4차 생명공학육성계획의 전제로 생명공학의 현실에 대한 판단은 바이오 경제의 확산과 가속화가 주요 현실이며 다음의 네 가지 정도가 국제적인 추세로 보인다.첫째는 데이터, 인공지능(AI), 네트워크, 화학 등 다른 첨단 기술과 융합돼 그 범위가 확대되는 ‘융합 가속화’, 둘째는 여러 산업 간 융합 및 협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어 사회경제적인 측면에 영향을 주고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가치 창출’, 셋째는 소형화, 자동화 및 맞춤형 제품 개발 등의 제조혁신으로 새로운 융합기술로부터 생성되는 고부가가치에 대한 생산의 효율성이 높아진 ‘생산성 제고’, 마지막으로 감염병, 고령화, 식량안보 등 국제 사회가 당면한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역할에 따라 국제 공조가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를 의미하는 ‘지속성장 가능’ 등이다.
이 추세에 맞춰 미션지향, 공동참여, 사회책임, 민첩하고 유연한 방향으로 미래사회에 대한 바이오 정책이 변화해야 한다는 지향점으로 관심이 모여지고 있는 것 같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생명공학 분야의 신기술은 높은 긍정적 파급효과를 지니지만, 그만큼의 위험과 우려도 함께 따라온다. 따라서 다양한 이해 주체의 참여, 학습, 체험 등의 다양한 소통 플랫폼을 통해 사회적 수용성을 제고하고, 혁신 기술의 투명성 및 책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사회책임’이 중요하다.더불어 ‘이어 달리기’ 및 ‘함께 달리기’ 등의 형태로 모든 주체가 개입해 협업과 창의적 시도를 증진함으로써 집단지성을 발현해나가야 한다는 ‘공동 참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난제를 해결해나가는 정책은 통합적인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설계하는 ‘미션지향’적이어야 하고, 불확실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민첩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과거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의 추이와
우리나라 생명공학의 변화
1994년에 1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이 수행된 이후, 오늘날까지 총 3차례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1차 기본계획(1994~2007)에서는 효율적인 생명공학 연구개발(R&D) 및 산업화의 촉진을 위해 총 3단계를 거쳐 국가 기반을 구축했다. 이에 이어 2차 기본계획(2007~2016)에서는 국내외적으로 급격히 변화하는 생명공학 정책 환경을 반영해 세계적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핵심 인프라 강화를 목표로 했다. 마지막 3차 기본계획(2017~2021)에서는 혁신에 기반하고 바이오에 특화된 산업육성정책이 추진됐다.
1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에서의 중점 추진과제는 ①정부 투자 확대 및 효율성 제고 ②R&D 및 실용화, 산업육성정책 강화 ③기반구축 및 환경 조성이다. 평가시스템을 강화하고 집행체계를 정비해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했다. 또한 권역별 바이오 집적지를 구축하고 고부가가치 창출분야에 선택집중 지원해 R&D 및 실용화, 산업육성정책을 강화했다. 마지막으로 전문인력 양성시책을 강화하고 법적·제도적 기반을 정비해 생명공학 분야의 기반을 구축하고 환경을 조성했다.
2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에서의 중점 추진과제는 ①국가 생명공학 육성 추진체계 혁신 ②R&D 일류화 기반 확충 ③바이오산업의 발전 가속화 및 글로벌화 ④법, 제도 정비 및 국민 수용성 제고였다.
범부처 간 실질적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다부처 통합 대형 사업 확대 및 생명공학 분야 투자 강화를 통해 국가 생명공학 육성 추진체계를 혁신했다. 더불어 R&D 일류화를 위해 국제협력 활동의 내실화 및 원천기술 역량을 강화했다. 생명공학 산업화 연구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바이오산업 인프라를 확충하여 바이오산업의 발전 가속화 및 글로벌화를 추진했다. 마지막으로 생명공학육성법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홍보를 통해 생명공학에 대한 인지도를 확대하여 생명공학산업을 지지했다. 3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에서는 ①바이오 R&D 혁신 ②바이오 경제(Discovery to Market) 창출 ③국가생태계 기반 조성 등 3대 전략 9대 중점과제를 추진했다. 바이오 R&D 혁신을 위해서 합성생물학, 유전자 교정 등 미래 유망 분야의 R&D를 강화하고 바이오 기반 융합기술 선점을 추진했다.
더불어 R&D 성과를 기반으로 바이오 경제를 창출하기 위해 융합 신산업을 육성하고, 과학 창업과 사업화를 촉진했다. 마지막으로 생명공학 분야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므로 혁신 플랫폼을 구축하고 사회적 합의체계를 마련하는 정책 등을 통해 국가 생태계 기반을 조성했다.
3차에 걸친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추진에 따라 생명공학분야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536억 원(1994)에서 3조6700억 원(2019)으로 증가했으며, 미국 특허 등록 순위를 기준으로 평가한 세계 기술력 지수는 세계 21위(1994~1997)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세계 5위(2019)를 차지했다.
4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의 주요 내용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공학정책센터에서 내부위원회를 구성해 4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위원회에서는 국가 생명공학산업 육성을 위한 5대 전략 및 16개 중점 과제안을 중심으로 토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상 중인 5대 전략의 구체적인 내용과 논리를 필자 나름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① 개방 및 융합이 가능한 연구혁신 플랫폼 구축을 통한 바이오융합 가속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개방을 통한 융합이다. 바이오 기술이 이종산업 간 경계를 넘나들면서 기존 산업과의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바이오 기술 분야의 연구혁신 플랫폼(R&I 플랫폼)을 통한 기술 간 상호 연결이 필수다. 중개연구 플랫폼을 활용한 기술의 연결을 통해 바이오 데이터 경제의 선순환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연구혁신 플랫폼을 제대로 구축한다면 기존 산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② 국가·사회적 문제 해결 역량을 강화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 확충
기후변화,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범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바이오 기술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신변종 감염병 같은 불확실한 문제에 대한 해결 역량은 사회·경제적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으로부터 나온다. 따라서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바이오 제품을 개발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하며, 위기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③ 산업 생태계 구축 및 글로벌 진입 활성화
국내 시장 기반 구축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생산기반 확충을 통해 생산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 후 클러스터 활성화 및 대표적인 국제 거점지역 육성을 통해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표준을 마련하여 생명공학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④ 바이오 빅데이터 활용 등 혁신 인프라 구축을 통한 바이오 분야 산업 활성화 및 신산업 혁신 촉진
빅데이터, AI 등 첨단기술은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고, 신규 타깃 발굴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생명의 기본원리와 구조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바이오와 긴밀히 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에 충분하다.
⑤ 바이오 규제 과학화를 통한 혁신 정책 수립 및 바이오 과학문화 저변 조성
인간의 생명현상과 연결되어 있는 바이오 기술의 규제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이뤄져야 한다. 바이오데이터 활용, 산-학 커뮤니케이션, 공중보건 대응 등 확장된 영역까지 동시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바이오 규제 과학화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바이오산업에서의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합성생물학과 같은 거대과학 분야에서는 규제 과학화를 통해 합리적인 규제 기준을 제시해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통합적인 규제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규제 기준이 제시돼도, 적절히 소통되지 않으면 대중은 생명공학 혁신 기술을 거부할 수 있다. 대중에게 바이오 분야는 특히 생소하고 어려운 영역이다. 바이오 기술에 대한 낮은 문해력은 바이오 기술 리스크에 대한 수용성을 감소시킨다. 따라서 바이오 기술 및 혁신에 대한 문화가 조성돼 시민과 사회의 자발적 참여가 이뤄지고 학습될 때 사회적 수용성이 올라갈 수 있다.
4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과정의 음미
4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이 논의되는 과정을 필자 나름대로 관찰해본 바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과거에 비해 이번 4차 계획은 시계(scope)의 포괄성과 관점의 다양성, 국제환경 변화에 대한 준비성 등의 차원에서 매우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한다. 계획작성 과정에 참여하는 정책공동체(policy community)의 안목이 매우 높아졌고 높은 수준의 공감대와 상호이해가 존재하는 듯하다. 더욱더 많은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과 업체들의 참여와 피드백이 있다면, 4차 계획이 계기가 되어 우리나라 바이오 정책의 수준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듯하다.
둘째, 디지털과 AI 및 빅데이터 영역과의 융합이 본격화되고 있으니, 대규모의 통섭적 R&D와 투자기회가 있을 것이다. 필자 나름대로는 무엇보다도 반도체 개발과 생산의 성공에서 비롯된 벤치마킹과 노하우가 우리나라 바이오 분야의 선도적 산업경쟁력 확보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본다.
또한 다소 앞서가는 이야기일 수는 있지만 바이오분야 전문가들과 AI 전문가들의 협업이 꽃을 피울 것이며 융합적 전문가와 벤처의 등장으로 생명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공이 다수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셋째, 플랫폼과 테스트 베드를 공격적으로 조성하게 될 것이다. 당국은 정부가 주도하고 싶은 의욕이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과학의 영역이며 산업의 동향을 피부로 느끼고 판단해야 하는 과제가 너무 많을 것이다. 따라서 과학기술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의 주도와 대대적인 참여가 필수불가결하다. 과학기술계와 산업계가 정부 당국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넷째, 바이오 혁신 정책이 나름대로 혁신적인 내용을 담아내고 있음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바이오 정책 거버넌스를 통해 정책의 타당성과 투명성을 몇 단계 제고한다면 과학기술과 산업의 도약이 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규제과학을 선도적으로 창달시키면 리스크 규제가 단순 과격한 금지를 남발하지 않고도, 시민의 지지와 과학기술의 빼어난 도약, 산업계의 창발을 조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저자 소개>
김태윤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학사를,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정책학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사업평가국장으로 근무했고,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과 간사위원을 역임했다. 한국규제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행정, 경영, 경제를 두루 섭렵한 석학이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
4차 생명공학육성계획의 전제 :
생명공학의 현실과 정부 정책의 지향
4차 생명공학육성계획의 전제로 생명공학의 현실에 대한 판단은 바이오 경제의 확산과 가속화가 주요 현실이며 다음의 네 가지 정도가 국제적인 추세로 보인다.첫째는 데이터, 인공지능(AI), 네트워크, 화학 등 다른 첨단 기술과 융합돼 그 범위가 확대되는 ‘융합 가속화’, 둘째는 여러 산업 간 융합 및 협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어 사회경제적인 측면에 영향을 주고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가치 창출’, 셋째는 소형화, 자동화 및 맞춤형 제품 개발 등의 제조혁신으로 새로운 융합기술로부터 생성되는 고부가가치에 대한 생산의 효율성이 높아진 ‘생산성 제고’, 마지막으로 감염병, 고령화, 식량안보 등 국제 사회가 당면한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역할에 따라 국제 공조가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를 의미하는 ‘지속성장 가능’ 등이다.
이 추세에 맞춰 미션지향, 공동참여, 사회책임, 민첩하고 유연한 방향으로 미래사회에 대한 바이오 정책이 변화해야 한다는 지향점으로 관심이 모여지고 있는 것 같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생명공학 분야의 신기술은 높은 긍정적 파급효과를 지니지만, 그만큼의 위험과 우려도 함께 따라온다. 따라서 다양한 이해 주체의 참여, 학습, 체험 등의 다양한 소통 플랫폼을 통해 사회적 수용성을 제고하고, 혁신 기술의 투명성 및 책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사회책임’이 중요하다.더불어 ‘이어 달리기’ 및 ‘함께 달리기’ 등의 형태로 모든 주체가 개입해 협업과 창의적 시도를 증진함으로써 집단지성을 발현해나가야 한다는 ‘공동 참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난제를 해결해나가는 정책은 통합적인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설계하는 ‘미션지향’적이어야 하고, 불확실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민첩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과거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의 추이와
우리나라 생명공학의 변화
1994년에 1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이 수행된 이후, 오늘날까지 총 3차례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1차 기본계획(1994~2007)에서는 효율적인 생명공학 연구개발(R&D) 및 산업화의 촉진을 위해 총 3단계를 거쳐 국가 기반을 구축했다. 이에 이어 2차 기본계획(2007~2016)에서는 국내외적으로 급격히 변화하는 생명공학 정책 환경을 반영해 세계적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핵심 인프라 강화를 목표로 했다. 마지막 3차 기본계획(2017~2021)에서는 혁신에 기반하고 바이오에 특화된 산업육성정책이 추진됐다.
1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에서의 중점 추진과제는 ①정부 투자 확대 및 효율성 제고 ②R&D 및 실용화, 산업육성정책 강화 ③기반구축 및 환경 조성이다. 평가시스템을 강화하고 집행체계를 정비해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했다. 또한 권역별 바이오 집적지를 구축하고 고부가가치 창출분야에 선택집중 지원해 R&D 및 실용화, 산업육성정책을 강화했다. 마지막으로 전문인력 양성시책을 강화하고 법적·제도적 기반을 정비해 생명공학 분야의 기반을 구축하고 환경을 조성했다.
2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에서의 중점 추진과제는 ①국가 생명공학 육성 추진체계 혁신 ②R&D 일류화 기반 확충 ③바이오산업의 발전 가속화 및 글로벌화 ④법, 제도 정비 및 국민 수용성 제고였다.
범부처 간 실질적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다부처 통합 대형 사업 확대 및 생명공학 분야 투자 강화를 통해 국가 생명공학 육성 추진체계를 혁신했다. 더불어 R&D 일류화를 위해 국제협력 활동의 내실화 및 원천기술 역량을 강화했다. 생명공학 산업화 연구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바이오산업 인프라를 확충하여 바이오산업의 발전 가속화 및 글로벌화를 추진했다. 마지막으로 생명공학육성법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홍보를 통해 생명공학에 대한 인지도를 확대하여 생명공학산업을 지지했다. 3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에서는 ①바이오 R&D 혁신 ②바이오 경제(Discovery to Market) 창출 ③국가생태계 기반 조성 등 3대 전략 9대 중점과제를 추진했다. 바이오 R&D 혁신을 위해서 합성생물학, 유전자 교정 등 미래 유망 분야의 R&D를 강화하고 바이오 기반 융합기술 선점을 추진했다.
더불어 R&D 성과를 기반으로 바이오 경제를 창출하기 위해 융합 신산업을 육성하고, 과학 창업과 사업화를 촉진했다. 마지막으로 생명공학 분야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므로 혁신 플랫폼을 구축하고 사회적 합의체계를 마련하는 정책 등을 통해 국가 생태계 기반을 조성했다.
3차에 걸친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추진에 따라 생명공학분야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536억 원(1994)에서 3조6700억 원(2019)으로 증가했으며, 미국 특허 등록 순위를 기준으로 평가한 세계 기술력 지수는 세계 21위(1994~1997)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세계 5위(2019)를 차지했다.
4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의 주요 내용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공학정책센터에서 내부위원회를 구성해 4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위원회에서는 국가 생명공학산업 육성을 위한 5대 전략 및 16개 중점 과제안을 중심으로 토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상 중인 5대 전략의 구체적인 내용과 논리를 필자 나름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① 개방 및 융합이 가능한 연구혁신 플랫폼 구축을 통한 바이오융합 가속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개방을 통한 융합이다. 바이오 기술이 이종산업 간 경계를 넘나들면서 기존 산업과의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바이오 기술 분야의 연구혁신 플랫폼(R&I 플랫폼)을 통한 기술 간 상호 연결이 필수다. 중개연구 플랫폼을 활용한 기술의 연결을 통해 바이오 데이터 경제의 선순환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연구혁신 플랫폼을 제대로 구축한다면 기존 산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② 국가·사회적 문제 해결 역량을 강화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 확충
기후변화,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범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바이오 기술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신변종 감염병 같은 불확실한 문제에 대한 해결 역량은 사회·경제적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으로부터 나온다. 따라서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바이오 제품을 개발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하며, 위기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③ 산업 생태계 구축 및 글로벌 진입 활성화
국내 시장 기반 구축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생산기반 확충을 통해 생산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 후 클러스터 활성화 및 대표적인 국제 거점지역 육성을 통해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표준을 마련하여 생명공학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④ 바이오 빅데이터 활용 등 혁신 인프라 구축을 통한 바이오 분야 산업 활성화 및 신산업 혁신 촉진
빅데이터, AI 등 첨단기술은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고, 신규 타깃 발굴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생명의 기본원리와 구조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바이오와 긴밀히 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에 충분하다.
⑤ 바이오 규제 과학화를 통한 혁신 정책 수립 및 바이오 과학문화 저변 조성
인간의 생명현상과 연결되어 있는 바이오 기술의 규제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이뤄져야 한다. 바이오데이터 활용, 산-학 커뮤니케이션, 공중보건 대응 등 확장된 영역까지 동시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바이오 규제 과학화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바이오산업에서의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합성생물학과 같은 거대과학 분야에서는 규제 과학화를 통해 합리적인 규제 기준을 제시해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통합적인 규제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규제 기준이 제시돼도, 적절히 소통되지 않으면 대중은 생명공학 혁신 기술을 거부할 수 있다. 대중에게 바이오 분야는 특히 생소하고 어려운 영역이다. 바이오 기술에 대한 낮은 문해력은 바이오 기술 리스크에 대한 수용성을 감소시킨다. 따라서 바이오 기술 및 혁신에 대한 문화가 조성돼 시민과 사회의 자발적 참여가 이뤄지고 학습될 때 사회적 수용성이 올라갈 수 있다.
4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과정의 음미
4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이 논의되는 과정을 필자 나름대로 관찰해본 바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과거에 비해 이번 4차 계획은 시계(scope)의 포괄성과 관점의 다양성, 국제환경 변화에 대한 준비성 등의 차원에서 매우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한다. 계획작성 과정에 참여하는 정책공동체(policy community)의 안목이 매우 높아졌고 높은 수준의 공감대와 상호이해가 존재하는 듯하다. 더욱더 많은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과 업체들의 참여와 피드백이 있다면, 4차 계획이 계기가 되어 우리나라 바이오 정책의 수준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듯하다.
둘째, 디지털과 AI 및 빅데이터 영역과의 융합이 본격화되고 있으니, 대규모의 통섭적 R&D와 투자기회가 있을 것이다. 필자 나름대로는 무엇보다도 반도체 개발과 생산의 성공에서 비롯된 벤치마킹과 노하우가 우리나라 바이오 분야의 선도적 산업경쟁력 확보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본다.
또한 다소 앞서가는 이야기일 수는 있지만 바이오분야 전문가들과 AI 전문가들의 협업이 꽃을 피울 것이며 융합적 전문가와 벤처의 등장으로 생명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공이 다수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셋째, 플랫폼과 테스트 베드를 공격적으로 조성하게 될 것이다. 당국은 정부가 주도하고 싶은 의욕이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과학의 영역이며 산업의 동향을 피부로 느끼고 판단해야 하는 과제가 너무 많을 것이다. 따라서 과학기술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의 주도와 대대적인 참여가 필수불가결하다. 과학기술계와 산업계가 정부 당국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넷째, 바이오 혁신 정책이 나름대로 혁신적인 내용을 담아내고 있음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바이오 정책 거버넌스를 통해 정책의 타당성과 투명성을 몇 단계 제고한다면 과학기술과 산업의 도약이 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규제과학을 선도적으로 창달시키면 리스크 규제가 단순 과격한 금지를 남발하지 않고도, 시민의 지지와 과학기술의 빼어난 도약, 산업계의 창발을 조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저자 소개>
김태윤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학사를,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정책학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사업평가국장으로 근무했고,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과 간사위원을 역임했다. 한국규제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행정, 경영, 경제를 두루 섭렵한 석학이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