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고수 열전] 김승용 UTC인베스트먼트 이사 “잠재력 높은 기업은 성공 스토리가 나온다”

김승용 UTC인베스트먼트 이사는 2018년 UTC인베스트먼트가 본격적인 바이오 기업 투자를 위해 영입한 바이오 심사역이다. 김 이사는 직접 신약 벤처를 설립해보기도 하고, 제약사에서 신약 개발을 담당하는 등 연구개발(R&D)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한 그만의 투자 방식과 임인년(壬寅年) 새해의 비상장 시장 전망에 대해 물었다.
김승용 UTC인베스트먼트 이사 / 사진=신경훈 기자
1988년 설립된 UTC인베스트먼트(옛 삼승투자자문)는 지난해 1250억원이 넘는 대형 바이오 벤처펀드를 결성하며 바이오 투자업계의 중대형 벤처캐피탈(VC)로 거듭나고 있다.김승용 이사는 UTC인베스트먼트가 바이오섹터로 투자 영역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2018년 영입한 바이오 심사역이다. 그가 합류할 당시 5개에 불과하던 UTC인베스트먼트의 바이오 벤처기업 포트폴리오는 최근까지 45개로 늘어났다.

김 이사는 “벤처캐피털(VC) 본부가 운용하는 4500억 원 중 바이오 포트폴리오에 투자된 금액이 약 1650억 원”이라며 “투자가능 금액 기준 50%가 넘는 운용자금을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연구개발 환경을 경험
김 이사는 다양한 연구개발 환경을 경험한 바이오 심사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99학번으로 중앙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 약대 석사를 마친 그는 서울대에서 약대 박사를 수료했다. 신약개발 현장과의 인연은 2007년부터 시작된다. 그는 2007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을 거쳐 2008년 병역특례복무를 위해 이큐스팜이라는 신약개발업체에 합류했다.김 이사는 “이큐스팜은 초기 형태의 인공지능(AI) 신약개발기업”이라며 “최근에야 AI 신약개발 기업이 흔해졌지만 당시엔 그렇지 않아 새로운 각도에서 약물개발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2년엔 저분자화합물 신약개발업체 유아이를 설립하며 아예 공동창업자로 직접 나섰다. 그가 맡은 직책은 신약개발팀장. 그는 “당시만 해도 바이오 벤처투자를 받는 것이 쉽지 않았던 시절이었다”며 “추가 투자유치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투자의 중요성을 몸소 느끼는 경험을 했다”고 했다.

2013년부터는 한독의 신약개발연구소에서 신약개발 및 기술검토를 전담하는 연구원이 됐다. 5년 뒤인 2018년 UTC인베스트먼트에 바이오 심사역으로 합류했다. 김 이사는 “VC업계에 먼저 온 지인의 소개로 투자업계에 입문하게 됐다”며 “신약 개발 현장에서 몸소 겪은 애로사항을 이곳에서 풀어줄 수 있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바이오 심사역이 됐다”고 말했다.성장할 기업에는 ‘스토리’가 있다
투자할 기업을 고르는 특별한 기준이 있는지에 대해 묻자 김 이사는 “다른 VC 심사역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스스로를 낮췄다. 다들 그렇듯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에 집중하는 것과 플랫폼 기술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차이점도 있었다. 그는 “투자하기 앞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스토리’를 미리 그려보는 편”이라고 했다. 성장 스토리가 짜임새 있고 설득력 있게 그려지는 기업에 투자를 하는 편이다.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투자한 넥셀은 올해 줄기세포 분비단백질 기반 재조합단백질 치료제로 3가지 적응증을 겨냥한 임상에 들어간다. 각 후보물질의 적응증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과 알코올성 지방간염, 심근경색이다. 이 회사가 보유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관련 기술도 매력적이다.

김 이사는 “줄기세포로 만든 심근세포를 공급해 얻는 수익이 향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약품 규제 국제협의체인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가 줄기세포로 만든 심근세포로 심장 독성을 평가하도록 가이드라인 개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새 가이드라인은 본래 이미 시행됐어야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올해 중 시행될 예정이다. 김 이사는 넥셀을 “안정적인 매출과 신약의 잠재성을 모두 갖춰, ‘성장 스토리’가 나오는 기업”이라며 추켜세웠다.김 이사는 NASH 후보물질을 개발 중인 원진바이오테크놀로지에도 두 차례에 걸쳐 30억 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는 4가지의 서로 다른 효과가 있는 성분을 동시에 전달하는 ‘4중 작용제’를 개발하고 있다.

김 이사는 “NASH는 발생과 악화 원인이 워낙 다양한 질환이기 때문에 단일 작용제 임상은 이미 여러 곳에서 실패했다”며 “뼈대가 되는 플랫폼인 ‘유니스택’에 GLP-1, GCG 등 4개 성분을 붙여 동시다발적으로 조절하는 아이디어가 매력적인 데다 CMC 전문가인 유한양행·한미약품 출신 임대성 소장을 영입해 인력 구성이 좋은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김 이사는 추가 투자도 검토 중이다.

“저분자화합물은 지금도 매력적”
저분자화합물 개발을 위해 신약 벤처를 설립하기도 했던 김 이사는 저분자화합물 신약에 갖는 애정이 각별하다. 하지만 최근 VC업계에서 저분자화합물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받고 있다. 세포치료제나 유전자치료제, 다중항체 등에 비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인식 때문이다. 또 아이템 특성상 1~2개의 소수 파이프라인만으로 창업에 나선 경우가 많아 임상 실패 시 성장동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김 이사는 “프로탁(PROTAC)과 AI를 이용한 신약개발이 저분자화합물 신약업체가 갖는 한계점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며 “프로탁은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신약으로 꼽히고 있고,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은 빠르게 임상에 진입할 수 있는 양질의 후보물질을 다량으로 빠르게 도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UTC인베스트먼트가 2020년 30억 원을 투자한 유빅스테라퓨틱스는 국내 프로탁 기업 중 선두주자로 손꼽힌다. 김 이사는 “유빅스테라퓨틱스가 프로탁 구현의 핵심인 E3 리간드 바인더 기술을 보유한 데다 곧장 전임상에 돌입할 수 있을 만큼 기술에서 완성도를 보여 시리즈B 투자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업체엔 무려 3곳에 투자했다. 파로스아이바이오에 50억 원, 노보렉스에 20억 원, 인세리브로에 10억 원 등이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단백질 구조를 분석해 최적의 표적단백질을 발굴하고, 분자 상호작용을 계산해 최적의 화합물을 도출하는 플랫폼 기술을 갖췄다. 김 이사는 “AI 신약 개발 플랫폼 ‘케미버스(chemiverse)’로 도출한 물질로 이미 임상 1상에 진입해 플랫폼 기술을 입증하는 중”이라며 “국내 AI 신약개발회사 중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노보렉스 또한 저분자화합물 신약 개발에 ‘진심’인 면이 김 이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최고의 AI 신약개발사는 AI 기술이 가장 우수한 회사가 아니라 좋은 후보물질로 빠르게 임상에 나서는 회사”라며 “약물 개발에 필요한 단계별 연구인력을 체계적으로 갖춰가는 모습에 주목해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세리브로는 AI 신약 개발 분야의 선구자인 나스닥 상장사 슈뢰딩거 출신이 설립한 회사다.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을 더 업그레이드하고,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는 것이 김 이사의 설명이다.

새해엔 VC 투자 받기 만만치 않아진다
“새해엔 투자 유치를 받는 일이 만만치 않아질 것입니다.” 임인년 새해의 VC업계 분위기는 어떨까. 바이오 기업이 VC 투자를 끌어오는 일이 녹록지 않아질 것이란 게 김 이사의 전망이다.
모든 비상장 바이오 기업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그는 “지금과 같이 상장 바이오 기업의 주가 부진이 계속된다면 VC들은 보수적인 투자를 할 수밖에 없고 어느 정도 밸류가 높아진 기업일수록 후속투자를 유치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기업이 비싼 주가를 유지하는 기간 동안 높은 밸류로 투자받은 기업이라면 그보다 더 높은 밸류로 추가 투자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반면, 초기 기업에 대한 관심도는 꾸준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는 “새해에도 4조 원 이상의 자금이 벤처펀드로 유입될 예정이고, 정권 교체 가능성이란 불확실성이 있지만 어찌되든 바이오벤처 투자에 제동이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 열기는 여전히 계속 유지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원활한 시리즈C 또는 프리IPO 투자유치를 위해선 VC가 위험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만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임상 속도를 가속하거나 마일스톤을 조기 달성하는 등 시장이 바라보는 기존 밸류보다 기업가치를 ‘점핑’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우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