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도병으로 전사한 맏형, 73년만에 '특별한 졸업장'

인천중 2년 재학 중 입대 故정해용씨 명예졸업장 받아
"형님의 흔적을 찾다가 거의 포기한 상태였는데….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
인천시 연수구 인천중학교에서 11일 열린 '제1회 명예졸업장 수여식'에 참석한 정해경(62)씨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이날 행사에서 정씨의 맏형이자, 6·25 전쟁 당시 학도병 전사자인 고(故) 정해용씨가 1949년 인천중에 입학한 지 73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정씨의 손에는 형의 살아생전 흔적이 담긴 서류뭉치가 소중하게 들려 있었다. 그는 "형님의 중학교 시설 학적부를 찾아준 학교 관계자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돌아가신 부모님도 (형의 졸업을) 분명 기뻐하실 것"이라고 했다.

해용씨는 중학교 2학년이던 1950년 11월 학도병으로 군에 자진 입대한 뒤 전선에 배치됐다.

하지만 참전 3개월 만에 강원도 횡성에서 벌어진 안흥지구 전투에서 교전 중 관통상을 입어 전사했다. 11남매 중 막내인 정씨는 맏형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 뒤 태어났지만, 다른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가슴 한편에 형을 향한 그리움을 가슴 한켠에 간직한 채 살아왔다.

그는 2016년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한 뒤 형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국방부로부터 전사 통지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형의 이름이 잘못 기재된 사실을 알고 바로잡았고, 형이 다니던 숭의초등학교를 찾아 학적부를 확인했다. 수소문 끝에 초등학교 시절 단체 사진 속 형의 모습을 찾아내기도 했다.

정씨는 형이 학도병 입대 당시 다니던 중학교 문도 두드렸으나, 1935년 개교한 인천중이 폐교된 뒤 다시 문을 여는 과정에서 초창기 학적 기록은 사라진 상태였다.

중학생 시절 흔적을 찾는 것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을 때 정씨는 학교 관계자로부터 메일 1통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해당 메일은 초창기 학적 기록이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다는 내용이었다"며 "학교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결국 형의 재학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정씨는 "우리가 오늘날 누리고 있는 평화와 번영은 선대의 희생과 노력 덕분"이라며 "여전히 6·25 전쟁 참전 용사 중 12만명이 이름만 남아있을 뿐 시신을 찾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제 형님과 비슷한 사정에 계신 분들도 꽤 많으리라 생각한다"며 "이들을 발굴한 방법이 제도적으로 마련돼 더 많은 명예 졸업생들의 이름이 불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