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락에 피 마르는 투자자…"테크기업, 성공 만능주의 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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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주식시장에 번지는 '테크기업 포비아'‘미르의 전설’ 게임 운영사인 위메이드는 2020년까지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다. 장기간 히트작을 내지 못해 주가는 5년간 하락세를 지속했다. 작년 8월 ‘미르의 전설4’를 출시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게임 내에서 번 돈을 자사가 발행한 암호화폐(위믹스)로 교환해 현금화하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국내에서 구현한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생태계로는 가장 성공적이었다. 시장은 혁신을 반겼다. 2만4000원대였던 주가는 3개월 만에 10배 올랐다.
카카오 이어 이번엔 위메이드
'돈 버는 게임' 내놓자 히트
주가 3개월간 10배 뛰어
예고 없이 '위믹스' 코인 매도
"사업확장 위한 매도…장기 호재"
생태계 조성 명분…투자자 소외
"언제 물량 쏟아질지 모르는데
뭘 믿고 투자하나" 신뢰 타격
빅테크의 성공만능주의
하지만 최근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어떤 예고도 없이 대량 매도한 사실이 밝혀졌다. 코인 투자자, 위메이드 주식투자자는 물론 P2E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까지 피해가 확대됐다. 법적인 문제도 없었고, 사업 확장을 위한 매도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사업 성공을 위해서라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겨도 상관없다는 테크기업 경영진의 인식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테크 기업들은 성공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을 시작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성은 성장한 이후에도 이어진다. 덩치가 커진 뒤에는 이해관계자가 많아지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들과 함께해야 하지만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제대로 된 서비스만 내놓으면 된다’고 인식하고 있다.
최근 성공한 테크 기업들이 부딪치는 문제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한 게 최근 일어난 성공지상주의의 대표적 사례다. 이들의 행위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 하지만 경영진을 믿고 투자한 주주들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결국 최고경영진은 사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회사의 성공을 위한 것이라지만
위메이드는 개인적 이득이 아니라 회사의 사업 성공을 위해 각종 이해관계자를 무시한 사례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전날 위믹스를 매도한 사실을 파악한 코인 투자자들이 회사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코인 가격이 하락하자 코인 가치와 연동된 위메이드 주가도 급락했다.위메이드 관계자는 “위믹스 매도 대금으로 게임 생태계를 확장하면 결국 위믹스 가격도 오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백서에 생태계 확장을 위해 물량을 매도할 수 있다고 명시했기 때문에 제도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피해자는 양산됐다. 코인 가격이 반등하기 전 저가에 팔았던 코인 투자자가 대표적이다. 이날 위메이드 주가 급락으로 주주들도 피해를 보게 됐다. 코인업계 관계자는 “투자자가 많으면 매도 예고를 하거나 주식 보호예수처럼 록업도 설정하는데 위메이드는 최소한의 장치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에도 악영향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제 시작하는 국내 P2E 생태계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다른 게임주도 이날 급락했다. P2E 게임을 개발하는 컴투스홀딩스는 이날 10.23% 급락한 16만3200원에 마감했다.문제의 핵심은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암호화폐의 신뢰성에 금이 간 것이란 지적이 많다. 위메이드가 위믹스 코인을 매도한 것은 게임업체들을 인수해 P2E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서다. 위메이드가 각종 인수합병(M&A) 대금을 위믹스 매도를 통해 조달하는 것은 투자자도 알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처분 방식과 투자자에 대한 태도는 논란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별도의 예고 없이 수천억원의 물량이 장내에 쏟아지면서 가격은 일시적으로 급락했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회사가 물량을 언제 얼마나 쏟아낼지 모르는데 어떻게 믿고 투자하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백서에 발행사가 전체 물량의 74%를 매도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개인들은 투매에 나섰다.
위메이드가 목표했던 P2E 생태계를 구현하려면 위믹스 코인 시세가 높게 유지돼야 한다. 위믹스를 사용하는 게임사를 늘리려면 대규모 인수합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