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컴퍼니] 셀레믹스 “지난해 매출 50% 이상 증가…올해는 해외 성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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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등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전장유전체 분석에 쓰이는 NGS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유전자증폭(PCR) 진단키트로는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가려내고, 변이 등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전장유전체 분석을 활용한다. 전장유전체 분석은 바이러스의 모든 유전자 정보를 확인하고 전체 염기서열 구조를 분석(시퀀싱)하는 기법이다. 이를 통해 감염이 어떤 바이러스에 의한 것인지, 바이러스에 어떤 변이가 생겼는지 확인할 수 있다.
셀레믹스는 NGS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장유전체 분석 결과를 질병관리청에 공급한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직후인 2020년 2월부터 당시 질병관리본부(현 질병청)에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셀레믹스는 지난해 질병청과 4건의 NGS 분석 서비스 공급계약을 맺었다. 2020년 2건보다 늘었고, 계약 규모와 분석한 검체 수도 10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도 현재까지 1건의 계약을 맺었다.
셀레믹스가 정부와 잇달아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건 NGS 분석에서 정확도와 신속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자체 개발한 차세대 솔루션 ‘비티식(BTSeq)’을 활용해서다. 비티식은 전용 시약에 분석 시료를 넣은 뒤 NGS 방식으로 유전체 데이터를 생산한다. 이를 자체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 기술로 한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어떤 변이가 나타났는지를 23시간 안에 알 수 있는 나라가 됐다. 국내 경쟁사가 2~5일 걸리는 데 비해 두 배 이상 빠르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때는 바이러스의 변이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국내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를 중국으로 보내야 했다. 결과 수령에는 2주가량 걸렸다. 이용훈 셀레믹스 대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해 질병청에 공급한 것은 셀레믹스가 국내에서 최초”라며 “비티식으로 유전자 변이와 진화 방향성, 전파 경로 등을 파악할 수 있어 코로나 변이에 대한 기민한 방역 및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셀레믹스는 비티식 기술로 중국 유전체 분석 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7월 중국 1위 유전체 분석 기업인 칭커와 45억 원의 공급계약을 맺었다. 셀레믹스는 중국 대리점인 포큘라를 통해 비티식을 칭커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어 10월에는 ‘셩공’과 연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 대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매출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성이 높은 중국 NGS 시장 진출로, 중국에서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유럽 등에서도 성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비티식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 부가가치가 높은 NGS 시장에서뿐만 아니라 이미 시장을 형성한 ‘생어 시퀀싱’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격경쟁력과 신속성 갖춘 DNA 시퀀싱
비티식의 강점은 DNA의 형태나 길이의 제약 없이 염기서열을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염기서열을 읽을 수 있어, 확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기존 방법인 생어 시퀀싱은 한 번에 1킬로바이트(kb)를 분석한다. 이에 DNA가 1kb 이상이면 짧은 길이를 이어 붙여가며 여러 차례 분석해야 한다. 또 생어 시퀀싱을 위해서는 DNA 분자에 ‘시퀀싱 프라이머’를 각각 합성해야 한다. 시퀀싱 프라이머는 DNA에 상보적으로 결합해 시퀀싱을 가능하게 하는 물질이다. 이에 긴 길이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반면 비티식은 샘플 DNA를 조각내고, 이 DNA 조각의 염기서열을 자체 개발한 비티식용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한 번에 분석한다. 이에 샘플 DNA 길이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수십 kb의 염기서열을 생어 시퀀싱으로 분석하면 시퀀싱 프라이머를 합성하는 데만 한 달 이상 걸리는 것에 비해, 비티식 기술을 활용하면 1~2일 내에 가능하다”며 “길이가 길수록 더욱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염기서열을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티식이 가격경쟁력과 신속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은 DNA를 NGS 방식으로 분석하는 데 필요한 전처리 과정을 간소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NGS 분석을 위해서는 DNA 샘플을 NGS 장비가 읽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전처리 과정이 필수적이다. 셀레믹스는 전처리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바코드 접합 효소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한 번의 장비에서 여러 개의 검체를 동시에 분석하기 위해서는 각 검체를 식별하기 위해 고유의 바코드 태그(DNA 바코드)를 붙인다. 셀레믹스는 자체 개발한 기술로 DNA를 자르고 바코드를 붙이는 절차가 한 번에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작업 시간과 비용을 줄였다는 것이다.
아시아 유일 타깃 캡처 시약 원료 생산
타깃 캡처 키트는 전체 유전자에서 특정 유전자 영역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데 활용되는 제품이다. 전장유전체 분석과 달리 유전체 전체 영역에서 특정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만 따로 잡아내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전장유전체 분석은 정제되지 않은 전체 데이터를 보지만 이 중 의료적으로 의미가 있는 영역은 1%가 채 되지 않아,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만 검출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며 “표적 유전자만 선별해 분석하면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비용도 대폭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타깃 캡처 키트는 질병 유발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이로 인한 암이나 유전성 질환을 진단하는 데 쓰인다. 타깃 캡처 키트에서 표적 영역을 캡처하는 데 쓰이는 핵심물질이 ‘프로브(Probe)’다.
프로브는 30억 쌍에 달하는 사람의 DNA 서열에서 매우 일부분의 영역만을 선별해낸다. 이 대표는 “30억 쌍의 DNA 서열 중 암과 관련된 유전자 100여 개를 분석할 경우, 300kb 정도의 영역만을 선별할 수 있도록 디자인돼야 한다”며 “전체의 0.01%를 매우 정확하게 선별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는 어떤 서열의 프로브가 어떤 DNA 영역을 더 잘 선별할 수 있을지를 ‘인 실리코(in-silico)’ 방식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 인 실리코 분석은 가상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셀레믹스는 우수한 성능의 프로브를 디자인하고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까지 1000회 이상의 고객 맞춤형(커스터마이즈) 패널을 제작해왔고, 제작하는 모든 패널의 성능평가를 일일이 실시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프로브를 더 잘 디자인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GS 기술에서 생기는 문제점 중 하나가 ‘균일성’이다. 많은 영역을 한 번에 분석하다 보니 각 영역이 갖는 염기서열의 특징으로 인해 어떤 영역은 많이 선별되고, 다른 영역은 적게 선별된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 때문에 잘 선별되지 않는 영역에 위치한 실제 돌연변이가 가짜 음성(위음성)으로 판별되는 경우도 있다. 셀레믹스는 ‘리밸런싱(rebalancing)’ 기술을 활용해 이 문제를 극복했다. 이 대표는 “프로브 수를 보강한 ‘프로브 리핏(repeat)’, 특이도가 높은 염기서열을 추가 표적으로 확대한 ‘프로브 익스팬드(expand)’ 등의 기술을 활용해 캡처 효율을 향상시켰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셀레믹스 외에도 엔젠바이오 등이 타깃 캡처 기술을 활용해 암이나 백혈병, 골수이식 등을 정밀진단하는 NGS 키트를 공급하고 있다. 셀레믹스가 이들 기업과 차별화된 점은 타깃 캡처 키트에 사용되는 원료를 직접 생산한다는 것이다. 엔젠바이오는 원료 생산 기업으로부터 원료를 구매한 뒤 회사의 키트에 맞도록 ‘디자인’해 타깃 캡처 키트를 만든다.
이 대표는 “셀레믹스는 유럽, 아시아, 중동에서 유일한 타깃 캡처 키트 원료 생산 기업”이라며 “현재 전 세계에서 6개 기업만이 타깃 캡처 키트 원료를 제조 및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타깃 시퀀싱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 2014년 4조7000억 원 규모였던 글로벌 타깃 시퀀싱 시장은 2026년에는 18조5000억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현재 타겟 캡처 키트를 개발하는 6개 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95%에 달한다”며 “셀레믹스도 국내와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액체생검·호흡기 질환 진단 분야 매출 증가 기대
셀레믹스는 액체생검을 활용한 암 진단 영역에서도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회사는 NGS 패널 제조와 분석기술을 바탕으로 서울대병원과 액체생검용 타깃 캡처 키트를 공동 개발했다. NGS 기술로 혈액을 분석해 암의 조기진단 및 재발을 관찰하는 데 사용된다. 셀레믹스는 국내 액체생검 전문기업인 아이엠비디엑스와 액체생검용 타깃 캡처 키트 공급계약을 맺었다. 아이엠비디엑스는 셀레믹스의 타겟 캡처 키트를 포함한 액체생검 진단 서비스를 서울대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톨릭대병원에 제공한다.
아이엠비디엑스는 작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이 키트에 대한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허가를 받으면 국내 첫 번째 액체생검 진단키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도 늘어날 전망이다. NGS는 허가받은 곳에서만 활용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 NGS 임상검사실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은 70여 곳에만 이 키트를 공급하고 있다. 품목허가 후에는 일반 병원에도 키트를 공급할 수 있게 돼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타깃 캡처 기술을 적용한 호흡기 질환 패널의 성장도 기대하고 있다. ‘셀레믹스 다중 호흡기 바이러스 패널(CRVP)’은 NGS를 이용해 호흡기 바이러스 39종을 한 번에 진단하고, 유전체 분석결과를 제공한다.
이 대표는 “통상 바이러스 5종가량을 보는 PCR 제품 대비 검사 표적 수가 많다”며 “같은 수의 바이러스 종류를 검사한다면 PCR보다 더 적은 양의 검체를 활용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셀레믹스는 지난해 인도에 2억5000만 원 규모의 CRVP를 공급했다.
2022년 개인 맞춤형 패널 임상 진입
올해는 환자별로 개인화된 진단 제품의 임상에도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암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해 성능을 최적화한 패널을 제작해두고, 6개월마다 환자의 혈액을 검사해 암의 재발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연령이나 질환별 패널을 활용하고, 최종적으로는 개인별 맞춤형 패널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정밀의료에 대한 요구로 관련 시장은 계속해서 커질 것”이라며 “기술의 진화에 따라 가격도 낮아지면서 널리 쓰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혈액암에서 ‘미세잔존질환(MRD)’을 진단하는 제품에 대해서도 성능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암 치료 후 환자의 혈액에 떠다니는 MRD를 분석해 암의 재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성능 시험을 마친 후에는 NGS 임상검사실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에 제품을 판매한다. 현재까지 승인된 NGS 기반의 혈액암 MRD 진단제품은 미국 인비보스크라이브의 ‘림포트랙’뿐이다.
논휴먼(Non-human) 분야도 강화한다. 셀레믹스는 종자산업진흥센터, 국립농업과학원 등 정부기관과 협업해 비티식을 활용한 육종 특화 시퀀싱 솔루션과 키트를 개발했다. 올해부터 공급할 예정이다.
분자육종은 DNA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육종 기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한다. 이 대표는 “기존에는 유전자에 대한 이해 없이 육종을 진행해 개발 기간만 10년이 걸렸다”며 “분자육종은 3년여의 실험 기간을 포함해 개발 기간을 6년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변이 파악이 절실한 동물 감염병에 대해서도 후속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돼지 생식기·호흡기 증후군(PRRS)에 주목했다. PRRS는 치사율이 40%에 달해 양돈업계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감염병으로 꼽힌다. 셀레믹스는 미국 대학 다섯 곳과 PRRS용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미국과 유럽에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임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매출은 2020년보다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며 “올해는 중국 진출과 액체생검 매출의 본격화로 매출 성장세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에 대리점을 확보해 유럽 매출도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NGS 기반 유전체 분석 프로세스 해부
NGS는 하나의 유전체를 무수히 많은 조각으로 분해해 각 조각을 동시에 읽어낸 뒤, 소프트웨어 기술로 분석해 방대한 유전체 정보를 빠르게 해독하는 방법이다.
통상 PCR 검사에서 활용되는 ‘키트’를 NGS 검사에서는 ‘패널’이라고 부른다. NGS 기반 유전체 분석은 채취한 검체를 NGS용 검사 시약(패널)과 혼합한 뒤, 일루미나의 ‘넥스트식디엑스(NextSeqDx)’ 등 NGS 분석 장비를 이용해 유전체 정보를 읽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검사가 끝난 유전체 데이터는 100기가바이트(GB)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어서, 소프트웨어 등을 활용해 생산한 유전체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이 필수다.
셀레믹스는 NGS 기술 기반의 패널과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고 있다. 타깃 캡처 키트는 특정 영역을 골라내 집중적으로 읽는 NGS 제품이고, 비티식은 저가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NGS 분석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 및 서비스다.
타깃 캡처 키트와 비티식의 생산에 활용되는 기반 기술은 셀레믹스의 NGS 원천기술인 ‘엠씩(MSSIC)’이다. 엠씩은 셀레믹스가 개발한 차세대 DNA 분리·증식(클로닝) 기술이다. 기존 방식으로 DNA 1만 개를 분리하는 데 15시간이 걸렸다면, 엠씩은 이를 6시간으로 줄였다. 비용도 17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셀레믹스는 엠씩의 ‘초고속 클론 분리 기술’을 활용해 단기간에 고성능·고품질의 타깃 캡처 키트를 제조한다. 김예나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
셀레믹스는 NGS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장유전체 분석 결과를 질병관리청에 공급한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직후인 2020년 2월부터 당시 질병관리본부(현 질병청)에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셀레믹스는 지난해 질병청과 4건의 NGS 분석 서비스 공급계약을 맺었다. 2020년 2건보다 늘었고, 계약 규모와 분석한 검체 수도 10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도 현재까지 1건의 계약을 맺었다.
셀레믹스가 정부와 잇달아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건 NGS 분석에서 정확도와 신속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자체 개발한 차세대 솔루션 ‘비티식(BTSeq)’을 활용해서다. 비티식은 전용 시약에 분석 시료를 넣은 뒤 NGS 방식으로 유전체 데이터를 생산한다. 이를 자체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 기술로 한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어떤 변이가 나타났는지를 23시간 안에 알 수 있는 나라가 됐다. 국내 경쟁사가 2~5일 걸리는 데 비해 두 배 이상 빠르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때는 바이러스의 변이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국내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를 중국으로 보내야 했다. 결과 수령에는 2주가량 걸렸다. 이용훈 셀레믹스 대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해 질병청에 공급한 것은 셀레믹스가 국내에서 최초”라며 “비티식으로 유전자 변이와 진화 방향성, 전파 경로 등을 파악할 수 있어 코로나 변이에 대한 기민한 방역 및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셀레믹스는 비티식 기술로 중국 유전체 분석 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7월 중국 1위 유전체 분석 기업인 칭커와 45억 원의 공급계약을 맺었다. 셀레믹스는 중국 대리점인 포큘라를 통해 비티식을 칭커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어 10월에는 ‘셩공’과 연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 대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매출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성이 높은 중국 NGS 시장 진출로, 중국에서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유럽 등에서도 성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비티식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 부가가치가 높은 NGS 시장에서뿐만 아니라 이미 시장을 형성한 ‘생어 시퀀싱’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격경쟁력과 신속성 갖춘 DNA 시퀀싱
비티식의 강점은 DNA의 형태나 길이의 제약 없이 염기서열을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염기서열을 읽을 수 있어, 확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기존 방법인 생어 시퀀싱은 한 번에 1킬로바이트(kb)를 분석한다. 이에 DNA가 1kb 이상이면 짧은 길이를 이어 붙여가며 여러 차례 분석해야 한다. 또 생어 시퀀싱을 위해서는 DNA 분자에 ‘시퀀싱 프라이머’를 각각 합성해야 한다. 시퀀싱 프라이머는 DNA에 상보적으로 결합해 시퀀싱을 가능하게 하는 물질이다. 이에 긴 길이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반면 비티식은 샘플 DNA를 조각내고, 이 DNA 조각의 염기서열을 자체 개발한 비티식용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한 번에 분석한다. 이에 샘플 DNA 길이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수십 kb의 염기서열을 생어 시퀀싱으로 분석하면 시퀀싱 프라이머를 합성하는 데만 한 달 이상 걸리는 것에 비해, 비티식 기술을 활용하면 1~2일 내에 가능하다”며 “길이가 길수록 더욱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염기서열을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티식이 가격경쟁력과 신속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은 DNA를 NGS 방식으로 분석하는 데 필요한 전처리 과정을 간소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NGS 분석을 위해서는 DNA 샘플을 NGS 장비가 읽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전처리 과정이 필수적이다. 셀레믹스는 전처리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바코드 접합 효소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한 번의 장비에서 여러 개의 검체를 동시에 분석하기 위해서는 각 검체를 식별하기 위해 고유의 바코드 태그(DNA 바코드)를 붙인다. 셀레믹스는 자체 개발한 기술로 DNA를 자르고 바코드를 붙이는 절차가 한 번에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작업 시간과 비용을 줄였다는 것이다.
아시아 유일 타깃 캡처 시약 원료 생산
타깃 캡처 키트는 전체 유전자에서 특정 유전자 영역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데 활용되는 제품이다. 전장유전체 분석과 달리 유전체 전체 영역에서 특정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만 따로 잡아내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전장유전체 분석은 정제되지 않은 전체 데이터를 보지만 이 중 의료적으로 의미가 있는 영역은 1%가 채 되지 않아,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만 검출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며 “표적 유전자만 선별해 분석하면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비용도 대폭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타깃 캡처 키트는 질병 유발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이로 인한 암이나 유전성 질환을 진단하는 데 쓰인다. 타깃 캡처 키트에서 표적 영역을 캡처하는 데 쓰이는 핵심물질이 ‘프로브(Probe)’다.
프로브는 30억 쌍에 달하는 사람의 DNA 서열에서 매우 일부분의 영역만을 선별해낸다. 이 대표는 “30억 쌍의 DNA 서열 중 암과 관련된 유전자 100여 개를 분석할 경우, 300kb 정도의 영역만을 선별할 수 있도록 디자인돼야 한다”며 “전체의 0.01%를 매우 정확하게 선별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는 어떤 서열의 프로브가 어떤 DNA 영역을 더 잘 선별할 수 있을지를 ‘인 실리코(in-silico)’ 방식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 인 실리코 분석은 가상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셀레믹스는 우수한 성능의 프로브를 디자인하고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까지 1000회 이상의 고객 맞춤형(커스터마이즈) 패널을 제작해왔고, 제작하는 모든 패널의 성능평가를 일일이 실시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프로브를 더 잘 디자인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GS 기술에서 생기는 문제점 중 하나가 ‘균일성’이다. 많은 영역을 한 번에 분석하다 보니 각 영역이 갖는 염기서열의 특징으로 인해 어떤 영역은 많이 선별되고, 다른 영역은 적게 선별된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 때문에 잘 선별되지 않는 영역에 위치한 실제 돌연변이가 가짜 음성(위음성)으로 판별되는 경우도 있다. 셀레믹스는 ‘리밸런싱(rebalancing)’ 기술을 활용해 이 문제를 극복했다. 이 대표는 “프로브 수를 보강한 ‘프로브 리핏(repeat)’, 특이도가 높은 염기서열을 추가 표적으로 확대한 ‘프로브 익스팬드(expand)’ 등의 기술을 활용해 캡처 효율을 향상시켰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셀레믹스 외에도 엔젠바이오 등이 타깃 캡처 기술을 활용해 암이나 백혈병, 골수이식 등을 정밀진단하는 NGS 키트를 공급하고 있다. 셀레믹스가 이들 기업과 차별화된 점은 타깃 캡처 키트에 사용되는 원료를 직접 생산한다는 것이다. 엔젠바이오는 원료 생산 기업으로부터 원료를 구매한 뒤 회사의 키트에 맞도록 ‘디자인’해 타깃 캡처 키트를 만든다.
이 대표는 “셀레믹스는 유럽, 아시아, 중동에서 유일한 타깃 캡처 키트 원료 생산 기업”이라며 “현재 전 세계에서 6개 기업만이 타깃 캡처 키트 원료를 제조 및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타깃 시퀀싱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 2014년 4조7000억 원 규모였던 글로벌 타깃 시퀀싱 시장은 2026년에는 18조5000억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현재 타겟 캡처 키트를 개발하는 6개 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95%에 달한다”며 “셀레믹스도 국내와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액체생검·호흡기 질환 진단 분야 매출 증가 기대
셀레믹스는 액체생검을 활용한 암 진단 영역에서도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회사는 NGS 패널 제조와 분석기술을 바탕으로 서울대병원과 액체생검용 타깃 캡처 키트를 공동 개발했다. NGS 기술로 혈액을 분석해 암의 조기진단 및 재발을 관찰하는 데 사용된다. 셀레믹스는 국내 액체생검 전문기업인 아이엠비디엑스와 액체생검용 타깃 캡처 키트 공급계약을 맺었다. 아이엠비디엑스는 셀레믹스의 타겟 캡처 키트를 포함한 액체생검 진단 서비스를 서울대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톨릭대병원에 제공한다.
아이엠비디엑스는 작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이 키트에 대한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허가를 받으면 국내 첫 번째 액체생검 진단키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도 늘어날 전망이다. NGS는 허가받은 곳에서만 활용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 NGS 임상검사실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은 70여 곳에만 이 키트를 공급하고 있다. 품목허가 후에는 일반 병원에도 키트를 공급할 수 있게 돼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타깃 캡처 기술을 적용한 호흡기 질환 패널의 성장도 기대하고 있다. ‘셀레믹스 다중 호흡기 바이러스 패널(CRVP)’은 NGS를 이용해 호흡기 바이러스 39종을 한 번에 진단하고, 유전체 분석결과를 제공한다.
이 대표는 “통상 바이러스 5종가량을 보는 PCR 제품 대비 검사 표적 수가 많다”며 “같은 수의 바이러스 종류를 검사한다면 PCR보다 더 적은 양의 검체를 활용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셀레믹스는 지난해 인도에 2억5000만 원 규모의 CRVP를 공급했다.
2022년 개인 맞춤형 패널 임상 진입
올해는 환자별로 개인화된 진단 제품의 임상에도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암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해 성능을 최적화한 패널을 제작해두고, 6개월마다 환자의 혈액을 검사해 암의 재발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연령이나 질환별 패널을 활용하고, 최종적으로는 개인별 맞춤형 패널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정밀의료에 대한 요구로 관련 시장은 계속해서 커질 것”이라며 “기술의 진화에 따라 가격도 낮아지면서 널리 쓰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혈액암에서 ‘미세잔존질환(MRD)’을 진단하는 제품에 대해서도 성능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암 치료 후 환자의 혈액에 떠다니는 MRD를 분석해 암의 재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성능 시험을 마친 후에는 NGS 임상검사실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에 제품을 판매한다. 현재까지 승인된 NGS 기반의 혈액암 MRD 진단제품은 미국 인비보스크라이브의 ‘림포트랙’뿐이다.
논휴먼(Non-human) 분야도 강화한다. 셀레믹스는 종자산업진흥센터, 국립농업과학원 등 정부기관과 협업해 비티식을 활용한 육종 특화 시퀀싱 솔루션과 키트를 개발했다. 올해부터 공급할 예정이다.
분자육종은 DNA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육종 기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한다. 이 대표는 “기존에는 유전자에 대한 이해 없이 육종을 진행해 개발 기간만 10년이 걸렸다”며 “분자육종은 3년여의 실험 기간을 포함해 개발 기간을 6년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변이 파악이 절실한 동물 감염병에 대해서도 후속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돼지 생식기·호흡기 증후군(PRRS)에 주목했다. PRRS는 치사율이 40%에 달해 양돈업계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감염병으로 꼽힌다. 셀레믹스는 미국 대학 다섯 곳과 PRRS용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미국과 유럽에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임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매출은 2020년보다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며 “올해는 중국 진출과 액체생검 매출의 본격화로 매출 성장세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에 대리점을 확보해 유럽 매출도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NGS 기반 유전체 분석 프로세스 해부
NGS는 하나의 유전체를 무수히 많은 조각으로 분해해 각 조각을 동시에 읽어낸 뒤, 소프트웨어 기술로 분석해 방대한 유전체 정보를 빠르게 해독하는 방법이다.
통상 PCR 검사에서 활용되는 ‘키트’를 NGS 검사에서는 ‘패널’이라고 부른다. NGS 기반 유전체 분석은 채취한 검체를 NGS용 검사 시약(패널)과 혼합한 뒤, 일루미나의 ‘넥스트식디엑스(NextSeqDx)’ 등 NGS 분석 장비를 이용해 유전체 정보를 읽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검사가 끝난 유전체 데이터는 100기가바이트(GB)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어서, 소프트웨어 등을 활용해 생산한 유전체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이 필수다.
셀레믹스는 NGS 기술 기반의 패널과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고 있다. 타깃 캡처 키트는 특정 영역을 골라내 집중적으로 읽는 NGS 제품이고, 비티식은 저가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NGS 분석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 및 서비스다.
타깃 캡처 키트와 비티식의 생산에 활용되는 기반 기술은 셀레믹스의 NGS 원천기술인 ‘엠씩(MSSIC)’이다. 엠씩은 셀레믹스가 개발한 차세대 DNA 분리·증식(클로닝) 기술이다. 기존 방식으로 DNA 1만 개를 분리하는 데 15시간이 걸렸다면, 엠씩은 이를 6시간으로 줄였다. 비용도 17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셀레믹스는 엠씩의 ‘초고속 클론 분리 기술’을 활용해 단기간에 고성능·고품질의 타깃 캡처 키트를 제조한다. 김예나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