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조차 가지 않는 전화기" 애타는 붕괴사고 실종자 가족들(종합)

수색 중단 소식에 "살아 있으면 구해야 할 것 아니냐" 울분
"전화를 받지 않아도 계속 연락해 봤는데, 이제는 신호조차 가지 않네요. 어찌해야 할지 답답하네요.

"
11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현장에서 건설 중인 아파트 고층 구조물이 붕괴하는 사고가 나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

실종자들은 28~31층에서 창호 공사 작업이나 실리콘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 결과 6명 모두 사고 현장 주변에서 위치가 잡혔으나, 모두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구조물이 일부 붕괴한 아파트 내부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수색은 쉽지 않다.

붕괴 사고 건물에 남아있는 140m 높이의 크레인이 추가로 붕괴할 우려가 있고, 다른 안전사고 발생도 염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수색 당국은 일단 오늘 야간 수색은 중단하고, 내일 추가 안전진단을 진행한 후 안전이 확보되면 수색을 재개할 방침을 세웠다.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에 한달음에 달려온 실종자 가족들은 안타까움과 초조함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60대 남편이 실종된 아내는 친척들과 함께 현장을 지키다가 수색 중단 선언을 듣고 "어찌해야 하느냐"며 안타까워했다. 남편은 해당 현장에서 몇 개월째 실리콘 작업을 하는 작업자였다.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아내와 전화 통화를 했으나, 이제는 전화를 받지 않는 상황이다.

실종자의 친척은 힘겨워하는 실종자의 아내 대신 "안타까운 마음에 받지 않는 전화를 계속해봤지만, 이제는 계속 전화를 한 탓인지 휴대전화 배터리가 다돼 신호조차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색 중단 소식에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답답할 뿐이다"며 "가족들과 어떻게 해야 할지 의논해봐야겠다"고 했다.

남편이 실종된 또 다른 실종자 가족은 "오전에 남편과 통화했는데, 지금은 전화가 꺼져 있다"며 "수색을 중단하면 어떡하느냐, 살아있으면 구해야 할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누구도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고 있다"며 "담당자라는 사람만 전화해서 접근할 수 없다는 말만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색 당국은 실종자의 현황을 묻는 말에 "현재까지는 현장에 투입됐는지 여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며 "6명의 실종자가 어떤 작업을 했고 내국인인지 외국인인지도 현재로서는 파악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종자 가족들은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누군가의 아들이 어디선가 무사히 있으리라 믿고 기도하며 춥고 기나긴 밤을 버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