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아무데나 안 꽂는다"…통장 아끼기 시작한 청약자들

수도권·지방 분양시장 '양극화'
'되는 곳' 찾아나선 실수요자들
2차 민간 사전청약 일반공급 1순위, 약 9만명 청약
사진=뉴스1
전국 아파트 분양시장이 '옥석 가리기'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흥행을 이어가던 수도권 마저 경쟁률이 한 자릿수로 내려왔고, 지방을 중심으로 청약 미달 단지들이 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민간 사전청약이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흥행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이 최근 주춤한 분위기와도 맞물린다. 서울 및 수도권은 물론이고 지방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이 보합세 내지 하락을 보이고 곳이 포착되고 있다.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청약자들은 통장을 아끼고 있다.다만 수도권과 지방 가리지 않고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많은 곳은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가가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공공분양 사전청약이나 인기 단지에 수요자들이 몰렸다.

수도권·지방 양극화되는 청약시장

1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전국 13개 단지에서 1순위 청약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1순위 청약을 받은 단지만도 전국 18개 단지(오피스텔 포함)에서 9549가구에 달했다. 총 3324가구가 공급되는 인천 검단(3개 단지), 평택 고덕(1개 단지) 등 2차 민간분양 사전청약 물량을 비롯해 민간 아파트들이 10여개가 포진했다. 민간아파트가 집중된 까닭은 올해부터 적용되는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DSR)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말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단지들이 많아서다.

우선 2차 민간 사전청약 일반공급 1순위에 9만여명의 청약자가 몰리며 높은 인기를 나타냈다. 총 1598가구 모집에 8만9483명이 청약해 평균 경쟁률 56대 1을 기록했다. 제일건설이 인천검단 AB20-1블록에 공급하는 제일풍경채는 293가구 모집에 2만3990명이 청약해 81.88대의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평택고덕 A-46 디에트르(76.97대 1), 인천검단 AB19 호반써밋(43.01대 1), 인천검단 AB20-2 중흥S클래스( 41.22대 1) 등이 뒤를 이었다. 당첨자는 시공사별로 18일부터 20일까지 발표한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추진하는 2차 민간 사전청약은 본청약 1~2년전 앞서 청약을 진행하는 제도다. 이번에 사전당첨자로 선정되면, 적격 여부 확인을 거친 후 별도의 계약금 납입 없이 사전공급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본 계약예정인 9월 동·호수 추첨 후 공급계약을 체결하면 된다. 이 때 주택세대 구성원 등 세대 내 주택 수는 사전당첨자 모집공고일부터 본 청약 입주자모집공고일까지 계속 유지해야 하고, 다른 일반청약 신청도 제한된다.

민간청약의 경우 수도권에서는 △광주탄벌 서희스타힐스1·2단지(경기 광주시) △신천역 한라비발디(경기 시흥) △평촌자이아이파크(경기 안양 동안구) 등 4곳, 지방에서는 △진천 금호어울림센트럴파크(충북 진천) △영대병원역 골드클래스 센트럴(대구 남구)△포항 펜타시티 동화아이위시(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자이 애서턴(경북 포항시 북구) △경주 엘크루 헤리파크(경북 경주시) △쌍용 더 플래티넘 오시리아(부산 기장군) △오룡 푸르지오 파르세나39·40블록(전남 무안군) △캐슬휘닉스 더 퍼스트(제주 서귀포시) 등 9곳이다.

수도권을 살펴보면 광주탄벌 서희스타힐스1단지는 42가구 모집에 324명이 접수, 7.71대 1의 경쟁률이 나왔다. 광주탄벌 서희스타힐스2단지는 2.35대 1(39가구 모집에 92명 접수), 신천역 한라비발디는 일부 면적대에서 미달이 나긴 했지만 평균 경쟁률 2.62대 1을 기록했다. 반면 지방에선 미달 단지가 속출했다. 포항 펜타시티 동화아이위시는 506가구 모집에 319명이 도전해 0.63대 1의 평균 경쟁률이 나왔다. △진천 금호어울림 센트럴파크는 367가구 모집에 142명이 청약해 0.38대 1 △경주 엘크루 헤리파크는 337가구 모집에 50명이 접수해 0.14대 1 △영대병원역 골드클래스 센트럴은 655가구 모집에 36명이 청약해 평균 경쟁률 0.05대 1을 기록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수도권에서는 실수요가 살아있지만 지방은 그렇지 못한 편”이라며 “지역별로 청약 시장 분위기도 갈리고 있다”고 했다.

지역별로 ‘옥석 가리기’ 분위기 뚜렷

이번 1순위 청약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지역 내 인기지역에서 공급되는 아파트의 경쟁률이 높았다는 점이다. 작년만 해도 '묻지마 청약', '당첨 후 고민' 추세였지만, 이제는 '선택과 집중'의 분위기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서 공급된 평촌자이아이파크에는 125가구 모집에 1581명이 청약통장을 넣어 평균 12.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지난 12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2737가구의 대규모 아파트다. 이번 물량은 초등학교 부지에 추가로 공급되는 단지다. 이 지역은 지난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와 정비사업 등으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집값이 급등한 지역이다. 최근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공급 폭탄’이 떨어지면서 과열된 분위기가 한풀 꺾였지만 실수요자들은 여전히 매력적인 단지로 보고 있다.

지방에서도 마찬가지다. 포항자이 애서턴은 960가구 모집에 2만8572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29.76대 1을 기록했다. 특히 전용 84㎡T에는7가구 모집에 1394명이 몰리면서 199.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힐스테이트 초곡 건설 현장 사진=이송렬 기자
포항자이 애서턴이 공급되는 포항 북구는 비규제지역으로 전국 분양권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아파트 청약에 당첨만되면 바로 전매가 가능해서다. ‘힐스테이트 초곡’ ‘한화포레나포항’ 등은 지난해 수천건의 분양권 손바뀜이 있었다. 이 단지는 앞서 있었던 단지들에서 재미를 봤던 투자자들이 대기하고 있던 곳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향후 분양시장에서는 옥석 가리기가 더 심화할 것"이라며 "분양가에 의해 분위기가 갈릴 가능성이 큰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수도권은 청약 열기가 이어질 수 있지만 지방 등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시행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중도금 대출에도 적용되는 등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된 만큼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지방 분양시장은 유의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한편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선 3만6161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3만769가구다. 작년 동월과 비교해 총 가구 수는 2만3633가구(189% 증가), 일반분양은 1만9375가구(170% 증가)가 증가했다. 오는 3월과 6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 시기와 분양 일정이 맞물리면 공급 시점이 연초로 앞당겨진 이유도 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