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키우는 문제직원, 위로금 줘서 내보낸다? 하책 중에 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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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영업담당 X차장(팀장)은 사내에서 싸이코패스로 통한다. A대리에게 “뚱뚱해서 기분 나쁘다”, “머리를 집에 놓고 와서 일한다”고 폭언하는 등 상습적으로 괴롭혔는데, 급기야 A대리가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일이 발생했다. 인사팀장 B는 다행히 회복한 A대리와 다른 팀원 면담을 통해 X차장이 모든 팀원에 모욕, 폭언을 하여 팀원 대부분이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실을 확인했다. B는 면담 내용을 알려주며 징계 전 자진 사직을 권하였으나 X차장이 완강히 거부, X차장은 대기발령되고 본격 조사가 시작되었다.
조상욱 변호사의 '인사兵法'
그러자 X차장은 대기발령 직후 B가 사직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고, 허위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A대리와 다른 팀원 전부를 상대로 위자료 소송을 제기하고, 회사를 상대로 대기발령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가 하면 노동위원회에 부당대기발령 구제신청을 하였다. 조사 면담을 앞두고 변호사를 선임, 사장 앞으로 명예훼손 형사고소 활용을 위해 모든 팀원 면담 내용의 공개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였다.가상의 사례지만, 업무상 많은 기업을 대리하는 노동 변호사는 이렇듯 스스로 비위를 저질러 놓고도 무분별하게 분쟁을 키우는 문제직원을 자주 접한다. 물론 모든 비위행위 연루 직원이 그렇지는 않다. 보통은 본인입장에서 다소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특히 동료 직원까지 상대로 승산이 거의 없는 법적 조치를 하지 않는다. 기업 경영자와 인사, 법무 담당자는 X차장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우선 기업 측이 대응시 삼가하고 경계할 점을 이야기해보자. 기업은 분쟁 초기에 X차장의 의도나 사실관계를 넘겨짚고, 신속 해결의 유혹에 빠져 섣부른 대응에 나서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문제직원이 분쟁을 키우는 이유와 목적은 다양하고, 조사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 많다. 예컨대 위 사례에서는 사장과 인사팀장 B의 업무 평가에 대한 불만과 A대리의 고분고분 하지 않은 태도에 대한 분노로 인한 보복 심리, 기왕 퇴사해야 한다면 위로금을 두둑히 챙기려는 계획이 이유와 목적일 수 있다. 어쩌면 실제 인사팀장 B가 면담 과정에서 퇴사 강요로 오해될 언동을 했거나, A대리와 팀원이 X차장을 퇴사시킬 목적으로 일부 정상적인 업무지시를 모욕과 폭언으로 과장한 점도 있을지 모른다. X차장은 우울증을 앓고 있어 정상적 판단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 진의, 사실관계, 향후 전개의 예측은 대응책 결정에 중요한데, 분쟁 초기에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문제직원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기업 경영자나 인사, 법무 담당자는 이러한 불확실성과 애매함을 받아들이고, 졸속 처방으로 문제가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예컨대, X차장이 평소 퇴사 위로금에 관심이 많았던 점, 그리고 수많은 증거를 볼 때 X차장이 분쟁에서 유리한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되는 점에 비추어 회사는 위로금이 X차장의 주 목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래서 무의미한 분쟁을 피하고자 모든 분쟁을 포기하고 퇴사하는 조건으로 1년 연봉을 위로금으로 전격 제안한다고 해보자. 우선 이렇게 맥락 없이 위로금을 제안하는 것은 협상 전략상 현명하지 않다. 첫 제안에 제시된 위로금 금액은 통상 더 이상 내릴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런 상황에서 제안되는 금액은 신속 해결 달성이란 가치를 과도하게 의식한 결과 필요이상으로 높을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나쁘게, 사실 X차장이 (객관적으로는 잘못된 판단이지만) 스스로 잘못이 없다는 확신을 가진 채 대기발령 전 상태로 복귀할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일반적으로 문제직원은 자기반성과 성찰이 부족한 경우가 많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 경우 위로금 제안은 회사가 잘못을 자인하고 은폐하려는 시도로 비쳐진다. 도덕적 우위를 확인했다고 믿는 X차장은 더욱 가열차게 분쟁에 나선다. 분쟁이 장기화 된다.
반대로, X 차장의 모든 주장이 악의적이라 단정하고, 그 주장으로 인한 사내질서 문란까지 징계사유로 추가하여 즉시 해고를 했다고 해 보자. 당장은 사측의 신속한 강경 조치로 X차장이 눈 앞에서 사라지니 사내질서가 회복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직원이 회사의 부당한 조치에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 행사다. 원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면 회사는 지체없이 조사를 실시할 의무가 있고, 신고한 직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것은 형사처벌 대상이다. 섣부른 해고는 조사의무 위반, 불리한 처우로 오해되어 보복 동기가 있는 부당해고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 X차장은 전열을 가다듬고 분쟁 전선을 확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고, 불리한 처우를 이유로 사장을 형사 고소한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한 노동위원회 판정은 신고일로부터 90일 이내 판정이 내려지는 바, 이때 회사가 패하면 어떻게 될까? 노동청 사건이나 다른 분쟁에 악영향을 주면서 분쟁은 엉뚱한 곳으로 발전한다. 해결은 더욱 어려워 진다.
회사는 X차장 주장을 우선 들어보고 순리대로 차근차근 대응해야 한다. X차장의 선공권(先攻權)을 존중한다. 예컨대 위 사례라면 X차장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면 일단 X차장을 상대로 한 징계조사와 실행은 유보하고, 우선 인사팀장 B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대한 조사를 먼저 진행하는 것이다.이런 조언을 하면, 기업은 사안을 오도하면서 본인 잘못을 면하려는 X차장의 뻔한 의도와 전략을 간과한다고 반발하며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회사측은 X차장 평판, 과거 행적, 업무 스타일, 성향 때문에 적절한 대응을 가로막는 편견에 갇혀 있을 위험이 크다. 사안을 냉정하게 보면, 노동청 관점에서는 X차장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한 약자, 기업이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조치를 취하여 2차 피해를 당할 염려가 있는 보호 대상이다. 법원과 노동위원회에서 회사측은 X차장에 취한 불리한 조치의 정당한 이유를 입증할 책임이 있다.
차근차근 대응하기는 굳이 가까운 길을 두고 돌아가는 낭비, 사내질서 회복을 지연시키는 비효율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차근차근 대응하기는 X차장이 불순한 의도로 분쟁을 키우는 것이 자명하고 비위행위 입증 가능성이 높은 경우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분쟁종결을 앞당기고 사내질서 회복을 앞당기는 효과가 있다. 이 경우 X차장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사실 무근이며, 무분별한 분쟁 제기는 X차장의 복수심에 기인한 것임이 면담 과정에서 밝혀져 누가 보더라도 해고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이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외부 전문가에게 조사와 의견 제시를 의뢰하여 공정성을 보강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A대리나 인사팀장 B의 부당한 조치가 확인되면 상응 조치를 취해 편파 조사라는 비난을 받을 부담을 덜고, X차장의 비위행위 조사를 재개한다. 이 과정에서 X차장은 스스로 분쟁을 포기하고 사직할 수도 있다. 오히려 가장 효율적으로 사내질서가 회복된다.
X차장과 회사 간의 여러 분쟁에서는 노동위원회, 노동청, 검찰, 법원 등의 유권적 판단이 순차적으로 나오게 되는데, 첫번째 받는 유권적 판단은 전체 분쟁의 향방에 아주 중요하다. 사례에서 여러 분쟁 중 기업의 부적절한 사후대응을 볼 때 대기발령에 보복 의도가 인정될 수 있다는 이유로 대기발령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판정이 제일 먼저 나왔다고 해보자. X차장은 원직 복직하고, 사내 여론이 악화된다. 비위행위 대응능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퍼져 기강이 문란해진다. 대체로 이런 분쟁은 우여곡절을 겪다가 종국에는 협상으로 타결되는 경우도 흔한데, 협상에 불리한 영향을 주고 그 시점이 늦춰진다. 차근차근 대응하기는 그 첫번째 유권적 판단이 기업에 불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절대 필요하다.바둑 격언 중에 '공피고아(攻彼顧我) 입계의완(入界宜緩)'이 있다. 공세 전 자신을 돌아보고, 대응하기 전에 서두르지 말고 자중하라는 뜻이다. 분쟁을 키우는 문제직원을 대하는 기업 자세도 이와 같아야 한다. 먼저 객관적이고 공정한 자세로 문제직원이 제기하는 문제를 처리한다. 그 다음 문제직원의 비위행위를 살펴, 철저한 조사, 소명기회 부여, 징계위원회를 통한 절차적 보장을 통한 적정한 조치를 시작한다. 돌아가는 길이 더 빨리 가는 길이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노동팀장/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