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칩 名家' DB하이텍…"무선통신칩으로 영토 확장"

파워칩 사업만으론 성장 한계
'수요 급증' 무선통신칩에 베팅
IoT기기 등 고사양 제품에 쓰여

"매출 비중 10%대로 키울 것"
DB하이텍 부천공장 전경. /DB하이텍 제공
반도체 대란의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DB하이텍이 몸집을 키울 신무기로 무선통신칩을 선택했다. 전자기기 전원 장치 등에 들어가는 파워칩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로는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DB하이텍은 아날로그 반도체를 주문받아 생산하는 업체다. 점유율 기준으로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계 10위다.

무선통신칩 새 공정 확보

DB하이텍은 12일 130나노미터(㎚·1㎚=10억분의 1m)110㎚ 기술을 기반으로 RF(무선주파수) 칩 제조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실리콘-절연체-실리콘의 3층 구조로 돼 있는 SOI 웨이퍼, 고저항 제품을 만들 수 있는 HRD 웨이퍼 등을 활용하는 게 새로 개발한 공정의 특징이다.

이 회사가 주목하고 있는 RF프런트엔드 칩은 무선통신에 필수적인 제품으로 IT 기기 간 송·수신을 담당한다. 5세대(5G) 이동통신의 발달로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에 고사양 제품이 들어가면서 관련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2019년 124억달러였던 RF프런트엔드 시장이 2025년 217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RF프런트엔드는 안테나 튜너, 스위치, 저잡음증폭기(LNA), 전력증폭기(PA) 등을 모아 모듈 형태의 제품을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DB하이텍은 RF프런트엔드 내 여러 부품 중에서도 스위치와 LNA에 집중하고 있다. 스위치는 주파수를 송수신할 때 전원을 끄고 켜는 역할을 한다. LNA는 주파수를 증폭시키는 부품이다. DB하이텍은 기존 RF 공정에 누설 전류를 차단하거나 최소화하는 SOI와 HRS 웨이퍼를 더해 그 성능을 대폭 개선했다.

회사 관계자는 “130㎚ 기술을 기반으로 한 RF SOI 공정으로 만든 제품은 절연 성능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110㎚ 기반 HRD 공정은 원가 경쟁력이 높아 ‘가성비’를 중시하는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다”

시장에서는 DB하이텍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DB하이텍 매출에서 RF 칩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안팎에 불과하다. 새로운 공정 개발로 RF칩 시장에서 활로를 찾는 데 성공하면 새로운 매출원이 생긴다는 의미다. 회사 관계자는 “새로운 공정을 기반으로 RF 칩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0%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DB하이텍 실적은 꾸준히 우상향 중이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주요 제품의 납품 단가가 올라간 영향이다. 증권사들은 이 회사가 지난해 1조2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9359억원을 기록했던 전년보다 매출이 30%가량 늘었다는 얘기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도 2000억원 정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이익 상승세도 가파르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3600억원이다. 2393억원을 기록한 전년보다 50%가량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DB하이텍의 성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RF 칩 등으로 사업 영역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어서다. 차량용 반도체도 DB하이텍이 눈여겨보는 분야 중 하나다. 이날 DB하이텍 주가는 전날보다 5.26% 오른 8만2100원에 장을 마쳤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