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 간호법 제정 찬성…'표의 논리'로만 판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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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돋보기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11일 간호법 제정에 나란히 찬성한 데 대해 정치권에선 “직역 간 갈등이 첨예한 사안을 숙고 없이 ‘표의 논리’로 판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료법 '진료의 보조' 벗어나
간호사 처우·역할 강화 법안
복지부·국회도 난색 표하는데
"의사보다 세 배 많다고 편들어"
윤 후보는 11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서울연수원에서 신경림 간호협회장을 만나 “간호법 제정에 저도 (국민의힘) 의원들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도 이날 SNS에 “간호법 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가 간호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간호법은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 관련 규율을 담은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 관련 조항을 따로 떼어내 법제화하는 게 핵심이다. 의료법상 간호사 역할은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간호법 제정안에는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바꾸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간호사의 처우와 역할을 강화한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현재의 통합적 보건의료체계를 전면 부정하고 특정 직역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법안”이라고 반발하는 반면 간호협회는 “이미 90여 개국에 독립된 간호법이 존재하며 의사 고유의 진료업무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타 직역과의 논의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정부가 직역 간 갈등 해소 방안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며 법안 처리를 차일피일 미뤄왔다. 이해 당사자 간 의견이 충돌하고 정부와 국회 상임위원회도 난색을 보이는 상황에서 두 후보가 갑자기 간호사 편을 들고 나선 것이다.의료계에서는 “두 후보가 대선이 코앞에 다가오자 ‘머릿수’가 더 많은 간호사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20년 기준 간호사 면허를 가진 인원은 43만6360명으로 의사(12만9242명)의 세 배가 넘는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