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이 택한 '급식 맛집' 풀무원, 현대차도 뚫었다

풀무원, 현대차 울산공장 구내식당 운영권 따내

작년엔 삼성전자·삼성전기 꿰차
대기업 구내식당 일감 개방되자
'중대형 노하우' 풀무원 최대수혜
단체급식 수주, 계속 늘어날 듯

친환경 포장용기·비건식 개발 등
ESG 트렌드에 선제 대응하기도
< “나도 지구도 건강하게” > 풀무원푸드앤컬처가 운영하는 한 기업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채식 메뉴를 그릇에 담고 있다. /풀무원 제공
풀무원이 대기업 구내식당 일감 개방 조치의 최대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다. 중견기업으로 가장 앞선 경쟁력을 내세워 삼성전자·삼성전기,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의 급식 일감을 소리소문 없이 주워 담고 있어서다. 일찍부터 ‘바른 먹거리’ 원칙을 세우고 식물성 식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선 덕에 최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비건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풀무원, 현대차 울산공장 식당도 운영

1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의 100% 자회사 풀무원푸드앤컬처는 올초부터 현대차 울산공장 사업소 중 시트 1·2공장, 엔진 5부 공장의 구내식당 운영을 시작했다. 세 공장을 합쳐 약 2000식 규모에 달하는 중대형 사업장이다. 풀무원푸드앤컬처는 지난해 말 공개입찰을 통해 이들 공장 구내식당 운영권을 따냈다.

식품업계에선 현대차의 핵심 사업장인 울산공장에서 현대그린푸드가 아닌 다른 업체가 구내식당을 맡아 운영하는 것을 이례적인 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에 이어 현대차도 본격적으로 구내식당 일감을 개방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로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구내식당을 운영해도 일감 몰아주기로 보긴 어렵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직접 계열사뿐 아니라 친족기업과의 폐쇄적 내부거래 관행까지 문제 삼기 시작하면서 현대차그룹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현대그린푸드의 2020년 단체급식부문 총매출(6285억원) 중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등 범현대그룹 계열 매출 비중은 74.8%(4703억원)에 달했다.

채식 메뉴·친환경 포장으로 차별화

풀무원은 공정위 조치에 따라 구내식당 운영사를 공개입찰로 선정하는 대기업이 늘어나자 발 빠르게 사업장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 기흥기숙사와 삼성전기, 삼성메디슨 홍천공장의 구내식당 운영권을 가져갔다. 이들 사업장은 식수가 많고, 식단가가 높아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다.

풀무원이 대기업 구내식당 운영권을 연이어 꿰찰 수 있었던 이유는 공정위 칼날에서 벗어나 있는 중견기업 중 가장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풀무원푸드앤컬처는 단체급식 시장 점유율 6위 사업자다. 풀무원푸드앤컬처보다 상위에 있는 삼성웰스토리와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은 대기업 계열사다.급식업계 관계자는 “1000식 이상 중대형 사업장은 급식 운영 노하우가 적은 중소기업이 운영을 맡긴 쉽지 않다”며 “어느 정도 노하우를 갖췄으면서도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풀무원이 이번 일감 개방 조치의 최대 수혜자”라고 말했다.

풀무원이 창업 이후 고수해온 ‘건강하고 바른 먹거리’라는 원칙이 최근 사회 트렌드에 부합한다는 것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풀무원은 3년여 전부터 주요 사업장에서 채식 메뉴를 매주 하루 이상 운영하며 비건 열풍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급식을 포장해가는 수요가 늘어나자 포장 용기도 단체급식업계에서 가장 먼저 친환경 소재로 대체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중시되면서 대기업 단체급식 공개입찰에서도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는 업체가 더 좋은 점수를 받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급식’ ‘비건’ 새 엔진으로 장착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최악의 시기를 보낸 풀무원푸드앤컬처의 실적도 대기업 단체급식 수주로 차츰 개선될 전망이다. 풀무원푸드앤컬처는 2020년 33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창사 이후 첫 적자였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단체급식 식수가 줄어든 데다 공항과 리조트 등에서 운영하는 식당을 찾는 이들이 줄어들면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하지만 대기업 단체급식 수주가 늘어나고, 코로나19가 수그러들어 식수가 정상화되면 단체급식이 풀무원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지주회사인 풀무원 전체 매출 중 푸드서비스 및 외식 사업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1.0%다.

급식 사업 외에도 본업인 식품 사업은 비건 열풍으로 날개를 달았다. 풀무원은 지난해 초 미국에 식물성 지향 브랜드인 ‘플랜트스파이어드’를 선보인 데 이어 국내에도 대체육으로 만든 불고기 가정간편식(HMR)을 출시하며 비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그동안 고전했던 해외 사업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풀무원 중국법인은 2020년 법인 설립 10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미국법인도 같은 해 미국 시장 진출 29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미국에서 식물성 단백질 열풍이 불면서 풀무원의 대표 제품인 두부의 인기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박종관/김일규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