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전 회장까지 고개 숙였지만…HDC현산, 내부통제 작동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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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그룹 창사 후 최대 위기
"工期 앞당겨라 수차례 압박"
콘크리트 안 굳었는데 공사 강행
속도전이 붕괴 원인으로 지적 돼
HDC는 "공사 재촉 없었다" 주장
재개발·재건축 수주 직격탄
입주지연 배상금 등 실적 악재

○사고 재발 방지 대책 소홀했나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재개발 철거 작업 붕괴 사고가 난 광주 동구 학동4구역의 시공사였다. 당시 사고는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대참사였다. 당시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는 현장을 찾아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과 유족, 부상자들에게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경영진에 대한 내부 문책은 없었다.권 전 대표는 지난달에야 상근고문으로 물러나고 유병규 HDC 사장과 하원기 HDC현대산업개발 건설본부장이 HDC현대산업개발 각자 대표로 선임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인명 사고가 났는데도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바로 묻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며 “HDC그룹이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관할 구청인 광주 서구청은 2019년 5월 착공된 화정아이파크의 공정 진행률이 60% 정도였다고 밝혔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입주를 10개월 정도 앞두고 공사가 속도전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상적인 공사 과정을 거쳤다면 16개 층이 한번에 무너질 확률은 거의 없다”고 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 10일에는 눈이 내리는 혹한 속에서도 작업이 이뤄졌다.이에 대해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날 입장문에서 “계획된 공기보다 공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공기를 무리하게 단축할 필요가 없었다”며 “13일부터 이틀간 전국 65개 공사 현장 작업을 중지하고 특별 안전점검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1000억원 이상 손실 날 수도”
총 840여 가구의 수분양자에게 입주 지연 배상금도 지급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법인 덕수의 김예림 변호사는 “분양가의 5~6%만 배상금으로 지급하려 해도 수백억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적 악화 우려에 이날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전날보다 19.03% 폭락한 2만850원에 마감했다. 한 증권사 건설 애널리스트는 “시행사나 정비사업 조합들로선 HDC현대산업개발에 공사를 맡길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헌형/구은서/광주=임동률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