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 현장 실종자 수색 난항…시민들 현대산업개발에 분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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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내부 수색 시작…수색견 특이반응 보인 곳 집중 수색했으나 흔적 못찾아
부실시공 정황 '속속'…"학동 참사 이어 또 같은 회사" 인재유발 책임 촉구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현장의 실종자 수색 작업이 12일 재개됐으나 실종자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시민들은 지난해 6월 '학동 참사' 현장의 시공사인 HDC 현대산업개발이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고 무리하게 이윤만 좇아 시공하다가 일어난 인재라며 분노했다. ◇ 수색견·핸들러 내부 투입…특이반응 보인 곳 집중 수색 중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23∼38층 외벽 등 구조물이 무너져 내려 1명이 다치고 6명의 연락이 두절됐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광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안전 점검팀의 의견을 받아들여 인명구조견 6마리와 핸들러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6시 59분 강풍으로 드론 수색이 중단된 지 16시간 반 만인 이날 오전 11시 34분부터 수색이 재개했다.
당국은 이날 오전 드론을 띄워 사고 현장 내부 지하부터 꼭대기 층(39층)까지 안전 상황을 점검한 뒤 1차로 건물 내부에 수색견과 핸들러들을 투입해 1층부터 38층까지 살펴봤으나 특이사항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이후 수색견 한 마리가 건물 내부에서 한 곳을 반복해서 맴도는 등 특이 반응을 보여 다시 수색팀을 보내 집중 수색을 벌였지만 특별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건물 외부의 경우 드론에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해 적재물이 쌓인 곳을 수색했으며 구조 인력과 수색견은 추가 안전 조치를 취한 뒤 투입할 방침이다.
당국은 지지대가 망가져 쓰러질 우려가 있는 타워크레인을 철거하기로 했으며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측에 요청해 낙하 방지물을 설치할 계획이다. ◇ "16개 층 한 번에 와르르" 부실시공 정황 '속속'
이번 사고는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 38∼23층 양쪽 외벽 등이 수직으로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당국은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거푸집(갱폼·Gang Form)이 무너지고 타워크레인 지지대(월타이·Wall Tie)가 손상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 목격자와 전문가들은 부실시공과 취약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고 보고 있다.
우선 이 사고 현장에서는 레일 일체형 시스템(RCS·Rail Climbing System) 공법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틀(갱폼)을 유압으로 올리는 자동화 방식(시스템 폼)으로, 하층 2개 층이 갱폼의 무게를 지탱해야 한다.
비용을 절감하고 공정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설비 자체가 무거운 탓에 대형 사고 우려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갱폼 붕괴가 이번 사고의 최초 원인이라면 고정 불량, 콘크리트 하중 작용, 강풍 등의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겨울철에는 콘크리트가 잘 마르지 않아 시간을 충분히 두고 열풍 작업 등을 통해 강하게 굳히는 양생 작업을 해야 하는데 양생 불량으로 인해 하층부가 갱폼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아래층들도 무너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쏟아지고 있다.
38층부터 23층까지 도미노처럼 붕괴한 것을 두고 벽식 구조 대신 기둥이나 벽을 최소화한 '무량판구조'(mushroom construction)로 시공한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5일마다 한 층을 쌓아 올린 것으로 보였다"는 주변 작업자 목격담도 나왔다. ◇ "학동 참사 7개월 만에 또" 광주시민, 현대산업개발에 분노
광주 시민들은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현장에서 불과 7개월 만에 대형 참사가 재발한 데 대해 분노하며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人災)를 유발한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학동 참사 시민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사고 역시 안전은 도외시한 채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고 무리하게 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본질적으로 학동 참사가 되풀이됐다.
경찰은 이번에야말로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로 부실 수사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현대산업개발은 참사 이후에도 이윤과 효율만을 외쳤음에도 뻔뻔하게 '관계기관과 협력해 사건을 처리하겠다'고 말한다"며 "현대산업개발은 범죄의 책임을 다하고 광주에서 떠나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학동 참사 유족 2명이 현장을 찾아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왔다.
학동 참사 당시 현대산업개발의 모든 공사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이제야 조치가 이뤄졌다"며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기도 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페이스북에 "12일 0시가 다 돼서야 대표이사가 광주에 도착했고 오전 10시 한 장짜리 사과문 발표가 전부였다"며 "언제까지 이런 어처구니없는 건설 현장의 참사가 반복돼 시민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아야 하는지 분노스럽다"고 비판했다.
이 시장은 "철저하게 사고 원인을 조사해 모든 법적, 행정적 책임을 엄정하게 묻겠다"며 광주에 있는 현대산업개발의 모든 건축·건설 현장에 공사 중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 광주시당도 "학동 참사에 대해 사과만 할 뿐 직접 책임이 없다고 부인해온 현대산업개발이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최종 공사 책임자인 시공사의 감독·안전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연합뉴스
부실시공 정황 '속속'…"학동 참사 이어 또 같은 회사" 인재유발 책임 촉구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현장의 실종자 수색 작업이 12일 재개됐으나 실종자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시민들은 지난해 6월 '학동 참사' 현장의 시공사인 HDC 현대산업개발이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고 무리하게 이윤만 좇아 시공하다가 일어난 인재라며 분노했다. ◇ 수색견·핸들러 내부 투입…특이반응 보인 곳 집중 수색 중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23∼38층 외벽 등 구조물이 무너져 내려 1명이 다치고 6명의 연락이 두절됐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광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안전 점검팀의 의견을 받아들여 인명구조견 6마리와 핸들러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6시 59분 강풍으로 드론 수색이 중단된 지 16시간 반 만인 이날 오전 11시 34분부터 수색이 재개했다.
당국은 이날 오전 드론을 띄워 사고 현장 내부 지하부터 꼭대기 층(39층)까지 안전 상황을 점검한 뒤 1차로 건물 내부에 수색견과 핸들러들을 투입해 1층부터 38층까지 살펴봤으나 특이사항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이후 수색견 한 마리가 건물 내부에서 한 곳을 반복해서 맴도는 등 특이 반응을 보여 다시 수색팀을 보내 집중 수색을 벌였지만 특별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건물 외부의 경우 드론에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해 적재물이 쌓인 곳을 수색했으며 구조 인력과 수색견은 추가 안전 조치를 취한 뒤 투입할 방침이다.
당국은 지지대가 망가져 쓰러질 우려가 있는 타워크레인을 철거하기로 했으며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측에 요청해 낙하 방지물을 설치할 계획이다. ◇ "16개 층 한 번에 와르르" 부실시공 정황 '속속'
이번 사고는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 38∼23층 양쪽 외벽 등이 수직으로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당국은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거푸집(갱폼·Gang Form)이 무너지고 타워크레인 지지대(월타이·Wall Tie)가 손상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 목격자와 전문가들은 부실시공과 취약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고 보고 있다.
우선 이 사고 현장에서는 레일 일체형 시스템(RCS·Rail Climbing System) 공법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틀(갱폼)을 유압으로 올리는 자동화 방식(시스템 폼)으로, 하층 2개 층이 갱폼의 무게를 지탱해야 한다.
비용을 절감하고 공정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설비 자체가 무거운 탓에 대형 사고 우려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갱폼 붕괴가 이번 사고의 최초 원인이라면 고정 불량, 콘크리트 하중 작용, 강풍 등의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겨울철에는 콘크리트가 잘 마르지 않아 시간을 충분히 두고 열풍 작업 등을 통해 강하게 굳히는 양생 작업을 해야 하는데 양생 불량으로 인해 하층부가 갱폼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아래층들도 무너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쏟아지고 있다.
38층부터 23층까지 도미노처럼 붕괴한 것을 두고 벽식 구조 대신 기둥이나 벽을 최소화한 '무량판구조'(mushroom construction)로 시공한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5일마다 한 층을 쌓아 올린 것으로 보였다"는 주변 작업자 목격담도 나왔다. ◇ "학동 참사 7개월 만에 또" 광주시민, 현대산업개발에 분노
광주 시민들은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현장에서 불과 7개월 만에 대형 참사가 재발한 데 대해 분노하며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人災)를 유발한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학동 참사 시민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사고 역시 안전은 도외시한 채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고 무리하게 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본질적으로 학동 참사가 되풀이됐다.
경찰은 이번에야말로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로 부실 수사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현대산업개발은 참사 이후에도 이윤과 효율만을 외쳤음에도 뻔뻔하게 '관계기관과 협력해 사건을 처리하겠다'고 말한다"며 "현대산업개발은 범죄의 책임을 다하고 광주에서 떠나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학동 참사 유족 2명이 현장을 찾아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왔다.
학동 참사 당시 현대산업개발의 모든 공사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이제야 조치가 이뤄졌다"며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기도 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페이스북에 "12일 0시가 다 돼서야 대표이사가 광주에 도착했고 오전 10시 한 장짜리 사과문 발표가 전부였다"며 "언제까지 이런 어처구니없는 건설 현장의 참사가 반복돼 시민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아야 하는지 분노스럽다"고 비판했다.
이 시장은 "철저하게 사고 원인을 조사해 모든 법적, 행정적 책임을 엄정하게 묻겠다"며 광주에 있는 현대산업개발의 모든 건축·건설 현장에 공사 중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 광주시당도 "학동 참사에 대해 사과만 할 뿐 직접 책임이 없다고 부인해온 현대산업개발이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최종 공사 책임자인 시공사의 감독·안전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연합뉴스